시집『비밀』의 자선시 20편 · 1 * 시집『비밀』의 자선시 20편 · 1 길에 대하여 洪 海 里 한평생을 길에서 살았다 발바닥에 길이 들었다 가는 길은 공간이고 시간이었다 공간에서 제자리를 가고 시간에선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다 샛길로 오솔길로 가다 큰길로 한번 나가 보면 이내 뒷길로 골목길로 몰릴 뿐 삶이란 물길이고 불길이었..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8.30
시집『비밀』의 자선시 20편 · 2 * 시집『비밀』의 자선시 20편 · 2 시월 洪 海 里 가을 깊은 시월이면 싸리꽃 꽃자리도 자질자질 잦아든 때, 하늘에선 가야금 퉁기는 소리 팽팽한 긴장 속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금빛 은빛으로 빛나는 머언 만릿길을 마른 발로 가고 있는 사람 보인다. 물푸레나무 우듬지 까치 한 마리 투..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8.30
고향을 노래한 시 3편 청원淸原, 내 고향 洪 海 里 바다가 없는 충청북도 한가운데 청주를 알로 품고 있는 푸른 자궁인 청원, 내 고향 언덕의 맑은 들바람은 늘 바다가 그리웠나니 그리운 마음 푸른 하늘에 띄우고 영혼의 그늘 찾아 꿈으로 가는 길 허공처럼 멀고 하염없어도 마음은 비단길이니 누가 막으랴 세월이 가도 새..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6.08
[스크랩] 홍해리 시모음 나를 이사하다 / 홍해리 한평생이 꿈이었다 말하지 말라 꿈의 먼지였다, 먼지의 꿈이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먼지가 구석구석 뽀얗게 쌓여 온몸이 먼지의 왕국이다. 요염한 먼지의 나라, 은밀한 먼지가 지천인 세상이다. 먼지의 부피 먼지의 무게 먼지의 압력 도저히 떠메고 갈 수가 없다. 한평생..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5.23
<詩> 짧은 시 14 편 詩人 그는 言寺의 지주持住. 말을 빚는 비구比丘. 거울 어둠이 짙을수록 더욱 똑똑히 보이는 내 영혼의 뼈와 살의 무늬들 전신이 맑아오는 칠흑의 세계 어디서 새벽녘 두레박 소리 들리고 어둠이 물러가는 그림자 보인다. 詩를 쓰는 이유 십리 밖 여자가 자꾸 알찐대고 있다. 달 지나는지 하루살이처럼..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5.21
짧은 시 읽기(『우리들의 말』1977,『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1980) <짧은 시 읽기(『우리들의 말』1977,『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1980)> 자하紫霞 · 1 어쩌다 자꾸 하늘을 오른다. 불에 타고 있는 육신이 기름 속으로 달려가고 달려가고. 다시 살아나서 일렁이는 불꽃과 은밀한 꽃잎의 눈짓이 만나 절벽을 기어오르는 것은 바람 탓이다 바람 탓. 아아, 바람은 불..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3.24
짧은 시 읽기(『비밀』2010) · 2 <짧은 시 읽기(『비밀』2010) · 2> 속절 '한 삭朔만 같이 살자' 아니 '한 주週만' 아니 '하루만' 해도 웃기만 하던 꽃 모르는 새 다 지고 말았다 절도 속절인데 그래도 속절없다. 사랑에게 써레질을 잘 해 놓은 무논처럼 논둑 옆에 기고 있는 벌금자리처럼 벌금자리 꽃이 품고 있는 이슬..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3.23
짧은 시 읽기(『비밀』2010) · 1 <짧은 시 읽기(『비밀』2010) · 1> 5월 무슨 한이 그리 깊어 품을 닫는지 그리움만 파도처럼 터져 나오고 밀려오는 초록 물결 어쩌지 못해 임자 없는 사랑 하나 업어 오겠네. 만추 늙은 호박덩이만한 그리움 하나 입 다물고 귀도 접고 다 잠든 밤 추적추적 내리는 창밖의 빗소리 구진구진 홀로서 따..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3.23
짧은 시 읽기(『황금감옥』2008) <짧은 시 읽기(『황금감옥』2008) 저승 그곳이 좋긴 좋은가 봐 가지 않는 사람 하나 없는 걸 보면, 가 본 사람 아무도 없지만 간 사람 되돌아오지 않는 걸 보면. 빈 들 가을걷이 끝나고 눈 시린 하늘 아래 빈 들에 서면, 빈들 빈들, 놀던 일 부끄러워라 빈 들만큼, 빈 만큼 부끄러워라 이삭이나 주우러 나..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3.23
짧은 시 읽기(『푸른 느낌표!』2006) <짧은 시 읽기(『푸른 느낌표!』2006)> 가을 들녘에 서서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부드러움을 위하여 물이랑 연애하고 싶다 물 가르는 칼이고 싶다 ..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