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561

이선용 시집『동백은 시들지 않는다』表辭

이선용 시집『동백은 시들지 않는다』 表辭 이선용 시인은 산 같고 바다 같은 사내였다. 우이동에서 가까이 살면서도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늘 곁에 있던 친구였기에 이런 글도 쓰게 되는 것인가. 그는 월간 《우리詩》를 통해서 시단에 얼굴을 드러내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러다 유고시집으로 등단을 해 시인이란 이름을 남기다니 참으로 안타깝고 아쉽기 그지없다. 등단이란 게 무슨 의미가 있고 소용이 있을 것인가. 그런 것 다 접고 천상에서 별 같은 글로 지상의 못난 시인들을 깨우쳐 주시게나. 『동백은 시들지 않는다』를 읽어 보시라. 주변의 자연과 인사에 대한 사랑 아닌 시가 한 편도 없음을 알게 되리라. 천상에서 쓰는 그대의 시를 어느 누가 흉내라도 낼 것인가! - 洪海里(시인)

나영애 시집 『각설탕이 녹는 시간』 표사

나영애 시집 표사表辭 "볕뉘 같은 겨울 햇살 그러모아/ 갈색 옷 속에 품은 노랑/ 빼꼼 언제쯤 나갈까 허공 간 본다/ 주름진 붉은 엄마 지켜보셨다" - (「산수유」) 전문.이 시 한 편이면 나영애 시인의 첫 시집『각설탕이 녹는 시간』을 다 읽은 듯하다. 이번 시집에 들어 있는작품을 보면서 등단 당시의 시편보다 훨씬 좋아진 것을 보고 무엇보다 기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나 시인의 작품은 평이하면서도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고 느끼고 깨닫게 해 주는 별미가 들어 있어 결코 가볍게 읽히지 않는 장점이 있다. 작품들이 대부분 자연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주변 인사에 대한 애정을 노래한 것이어서 난해하지 않고 친숙하다. 앞으로도 주위의 사물과 자연을 깊이 있게 오래 바라보며 천착한 것을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세상에 ..

『치매행致梅行』1 · 2 · 3 · 4 / 정진희(시인)

『치매행致梅行』 1 · 2 · 3 · 4 -'치매행' 제4시집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에 부쳐 - 道隱 정진희(시인) * 치매행 제1시집 시집을 열면서.... 홍해리 시인의 치매행 제4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가 『놀북』 출판사에서 나왔다. 치매 아내에 대한 간병시집인 제1시집「치매행」이후 5년여 만이다. 이번 시집으로써 아내에 대한 애절한 思婦曲은 총 네 권 전편 421편으로 끝이라고 하니 그 의미가 크다. 제1시집 「치매행」 2015. 황금마루 ......................................치매행 1-150번 제2시집 「매화에 이르는 길」 2017. 도서출판 움...................치매행 151-230번 제3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2018. 도서출판 움....

홍해리 시집,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여국현(시인)

홍해리 시집,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놀북, 2020, 10,000원) 다시 "치매행致梅行"이다. 마지막 "치매행致梅行"이라 한다. 421편의 울음 같은 노래가 마지막이라 한다. 시는 곡曲이다. 시는 곡哭이다. 곡哭 같은 곡曲이요, 곡曲 같은 곡哭이다. 아름다워도 그렇다. 슬퍼도 그렇다. 부르지 않을 수 없어 부르는 곡曲이요, 어쩔 수 없어 울부짓는 곡哭이다. 곡曲이 곡哭이 되면 가슴을 치고 곡哭이 곡曲이 되면 가슴을 울린다. 곡哭이 된 곡曲을 듣는다. 곡曲이 된 곡哭을 듣는다. 가슴을 치고 가슴이 울리는 까닭이다. ---- 별리里別를 찾아서 -치매행致梅行 · 386 洪海里 이별離別은 꺼꾸로 하라 그러면 別離가 아닌 별리別里라는 마을이 된다 이별을 한다는 것은 가슴속에 또 하나의 마을을 짓는 일 껴안..

아득하다 - 치매행致梅行 · 413 / 금강

아득하다 - 치매행致梅行 · 413 洪 海 里  멀리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들리지 않는 것이 들릴 수 있다면 그러나 그것은 세상이 아닐지니 보이는 것도 보지 못하고들리는 것도 듣지 못 하는 게 우리 사는 지금 여기세상일지니 다 보고 다 듣는다면그립고 아련한 것 없지 않으랴 아련하다는 것그건 멀어서 별이다 아득하다, 사랑! * 감상 그런 날이 올지도 몰라. 멀리 있어도 보이고 들리는 그런 날 있을지 몰라. 아무 데서나 보이고 들리는 사이로사는 날에는 내가 아니고 당신도 아닐 텐데, 그때 우리는누구일까. 영 이별인 그날 우리는 이별인 줄도 모르고이 세상 아닌 줄도 모르겠지. 당신을 다 보지 못하고 당신을 다 듣지 못하는 게이 세상이라면 이대로 좋아. 당신 표정 애써 읽다가당신 마음 한 조각 품는, 이..

만첩백매萬疊白梅 - 치매행致梅行 · 403 / 금강

만첩백매萬疊白梅 - 치매행致梅行 · 403 洪 海 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만 장의 꽃 한평생 읽어도 못다 읽을 꽃 한 송이 한 장씩 열리고 한 장씩 지더니 어느 날 갑자기 뭉텅! 무더기 무더기 지고 있다 매화꽃 한 장 한 장 눈물에 젖어 정처 없이 흘러가는 길 어디일까 바람에 슬리는 꽃잎, 꽃잎 매화 마을은 없다. * 감상 일생 겹쳐지는 겨울과 봄 사이 피고 지는 그 많은 꽃의 말을 다 읽을 수 없어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가 그저 바라보기만 할 수 없는 날이 닥치고 이제는 한 장 한 장 머금은 눈빛을 줍네. 말없이 떨어진 꽃잎에 햇살 놓이면 당신 웃음 한 번은 피어날 것 같아. 손에 쥔 꽃잎에 눈물 한 방울 내리면 들어주지 못한 소원 한마디는 건질 것 같아. 한 잎 한 잎 따서 놓네. 한 잎 또 한 잎 ..

치매 - 치매행致梅行 · 391 / 금강

치매- 치매행致梅行 · 391 洪 海 里  이별은 연습을 해도 여전히 아프다 장애물 경주를 하듯 아내는 치매 계단을껑충껑충 건너뛰었다 "네가 치매를 알아?""네 아내가, 네 남편이, 네 어머니가, 네 아버지가너를 몰라본다면!" 의지가지없는 낙엽처럼조붓한 방에 홀로 누워만 있는 아내 문을 박차고 막무가내 나가려들 때는얼마나 막막했던가 울어서 될 일 하나 없는데왜 날마다 속울음을 울어야 하나 연습을 하는 이별도 여전히 아프다. * 감상 날린 생각 한 줌만큼 몸은 가벼워진다. 가벼워진 몸이 중심을 잃고 허둥대면 누군가 달래 앉힌다. 그중에도 수많은 생각이 날아가고 그가 짓는 웃음의 기억도희미해진다. 점점 고요 … 고요해지면 속울음도 감출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이별하는 것 … 그 생각만으로 슬퍼진다. 슬프다는..

시를 찍는 기계 - 치매행致梅行 · 346 / 금강

시를 찍는 기계 - 치매행致梅行 · 346 洪 海 里  "마누라 아픈 게 뭐 자랑이라고벽돌 박듯 시를 찍어내냐?"그래 이런 말 들어도 싸다동정심이 사라진 시대바랄 것 하나 없는 세상인데삼백 편이 넘는 허섭스레기시집『치매행致梅行』1, 2, 3집아내 팔아 시 쓴다고욕을 먹어도 싸다 싸나는 기계다인정도 없고 사정도 없는눈도 없고귀도 없는무감동의 쇠붙이싸늘한 쇳조각의 낡은 기계다집사람 팔아 시를 찍어내는냉혈, 아니 피가 없는부끄러움도 창피한 것도 모르는바보같이 시를 찍는 기계다, 나는! - 포켓프레스 2019. 12. 23. * 감상. 화사하던 시절에는 눈이 멀었지. 이제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부서질 것 같아 차라리 눈을 감네. 눈을 감으면, 말 없는 말이 당신얼굴에 피어나. 내게 들려주는 말을 받아적네. 시를 쓰..

감상평『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정일남(시인)

洪海里 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정일남(시인)    홍해리 시인이 치매致梅란 이름의 시집, '사부곡思婦曲'을 새로 냈다. 「치매행 · 331」에서 「치매행 · 421」까지다. 같은 주제로 사부곡을 이처럼 방대하게 쓴 사례는 모르기는 하지만 지구상에서 처음이 아닌가(임보 시인의 말) 여겨진다. 일찍이 홍해리 시인은 "癡呆는 致梅라 해야 한다. 매화에 이르는 길이다..."라는 명문을 남겼다. 치매환자를 간병하는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안겨주었던 것이다. 천진난만한 아이로 돌아가는 것. 매화꽃처럼 순수함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 질환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차라리 육체의 어느 부위가 병들어 수술을 하고 그 부위가 차차 완치되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간병인은 기쁨이 있고 웃음이 있다. '당신이 완치되면 우..

천 편의 시 / 홍해리 / 최길호 (목사)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들 천 편의 시/홍해리 1. 오늘 지인들과 점심을 했다. 즐거운 대화 후에 사무실에 들어오니 소포가 와 있었다. 낯익고 반가운 필체가 보였다. 내가 늘 높게 생각하고 존경하는 홍해리 시인의 필체다. 2020년 6월 1일에 초판 인쇄된 시집이 담겨 있다.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2. 홍해리 시인에게는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가 있다. 그 아내를 대하며 하루하루 보내는 시인의 삶이 얼마나 막막하고 힘들까? 아내를 보살피며 혼자 대화하고, 혼자 사랑하며 혼자 자책하는 시인의 생각이 절절하다. 그 힘든 독백의 시간을 시를 통하여 풀어내지 않았다면 어떻게 세월을 견뎠을까? 3. 그런 시인의 시를 곁에서 타박하고 비아냥거린 사람도 있었던가 보다. "마누라 아픈 게 뭐 자랑이라고 벽돌 박듯 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