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566

詩境의 아침 / 이종암 시인

어저께 홍해리 선생님 사모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듣고서도 찾아뵙고 예를 갖추지 못했다. 사모님 명복을 빌며 예전에 읽었던 홍해리 선생님의 사모님 관련 시 1편을 다시금 읽는 아침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린아이 -치매행 · 4 홍 해 리 아내는 어린애가 되었습니다 내가 밖에 나갈라치면 어느새 먼저 문밖에 나가 있습니다 억지로 떼어놓고 외출을 하면 왜 안 와? 언제 와? 늘 똑같은 두 마디 전화기 안에서 계속 울고 있습니다 내가 자기를 낳은 어미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닌데 한평생 살 비벼 새끼 낳고 기른 죄 많은 지아비라서 나는 나이 든 아기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내 사랑하는 아가는 내게 매달려 한마디 말은 없지만 그냥, 그냥, 말문을 닫고 웃기만 합니다. - 홍해리 시집 『치매행致梅行』(황금..

잠포록한 날 / 전선용 시인의 그림으로 읽는 詩

그림으로 읽는 詩, 원고를 준비하면서 갑자기 홍해리 시인님의 '치매행'이 떠올라 「잠포록한 날」을 준비했다. 그림과 원고를 보내고 다음날 새벽, 홍해리 시인님의 부인께서 오랜 투병 끝에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아침에 듣게 됐다.잠포록하게 영면하시옵소서! 홍해리 시인님의 부인 지명순 여사께서 11월 12일 새벽 2시 반 소천하셨기에 알립니다.노원 하계역 옆, 을지병원 장례식장 6호실.발인은 14일 8시 예정입니다.자세한 사항은 우리詩회 다음카페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 시인뉴스 포엠잠포록한 날/ 홍해리전선용 시인의 그림으로 읽는 詩전선 입력 : 2020/11/12  잠포록한 날/ 洪海里- 치매행致梅行 · 349  잠이 포로록 날아들 것만 같은잠포록한 저녁시도 때도 없는 아내가 잠을 잡니다새실새실 웃으며 뭐라고..

「치매행致梅行」 읽기 / 이동훈 시인

홍해리 시인의 사모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듣고 시인의 치매행을 다시 읽어본다. 매화로 가는 길도, 집으로 가는 길도 당분간 캄캄하실 듯하다. 봄은 몸에서 핀다 - 치매행(致梅行) 99 / 홍해리 몸에 뿔이 돋아나면 봄입니다 뿔은 불이요 풀이라서 불처럼 타오르고 풀처럼 솟아오릅니다 연둣빛 버들피리 소리 여릿여릿 풀피리 소리 속없는 사람 귀를 열고 닫을 줄 모르는 한낮 봄은 몸에서 피어나는데 봄이 봄인 줄 모르는 사람 하나 있습니다 꽃이 꽃인 줄 모르는 사람 하나 있습니다. - 『치매행(致梅行)』, 황금마루, 2015. * 임채우 시인은 발문에서 홍해리 시인을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수염 덥수룩한 노인에 견주며, “노인은 기력이 다하지 않는 한 바다로 나가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홍해..

치과에서 - 치매행致梅行 · 331 / 이인평(시인)

치과에서 - 치매행致梅行 · 331 洪 海 里 아내는 밥도 못 먹고 누워만 있는데 나만 잘 먹고 살자고 새 치아를 해 넣다니 뼈를 파고 쇠이빨을 박다니 내가 인간인가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공간시낭독회 2020. 9월. 제482회 인간으로서, 사람으로서 할 짓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있다는 것을 중심으로 자기 성찰의 의미를 짙게 새긴 시네요. 이미『치매행致梅行』 시집을 발간한 바 있고, 이 연작시를 끊임없이 써서 331편에 해당하는 이 시를 통해, 치매에 걸린 아내를 두고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는 시상이 너무 진솔 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하네요. 요즘엔 누구나 쉽게 하는 임플란트 기술에 의해 이빨 건강이 많이 좋아졌지요. 하지만 화자 는 아내의 처지에 비추어 치아의 건강을..

홍해리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시 3편

홍해리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시 3편 최길호 은혜의 창 ・ 1. 홍해리 선생이 시집 한 권을 보내왔다. 2020년 2월 20일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시이다. 시인의 22권의 시집 중 가장 막내가 될 것이다. 총 4부에 각 20편씩 8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2. 홍 해리 시인의 필체를 보니 참 많이 반가웠다. 문자를 드렸다. "보내주신 시집은 잘 받았습니다. 익숙한 선생님의 필체와 보내 주신 마음을 생각하니 선생님을 만난 듯 반가웠습니다. 책을 받고 느꼈던 감사와 기쁨을 선생님은 상상하지 못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감사함으로 선생님의 마음을 따라가며 읽도록 하겠습니다. 더욱 강건하십시오." 3. 창가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시향에 젖었다. 시인의 마음에 내려앉아 향기롭게 익은..

이선용 시집『동백은 시들지 않는다』表辭

이선용 시집『동백은 시들지 않는다』 表辭 이선용 시인은 산 같고 바다 같은 사내였다. 우이동에서 가까이 살면서도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늘 곁에 있던 친구였기에 이런 글도 쓰게 되는 것인가. 그는 월간 《우리詩》를 통해서 시단에 얼굴을 드러내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러다 유고시집으로 등단을 해 시인이란 이름을 남기다니 참으로 안타깝고 아쉽기 그지없다. 등단이란 게 무슨 의미가 있고 소용이 있을 것인가. 그런 것 다 접고 천상에서 별 같은 글로 지상의 못난 시인들을 깨우쳐 주시게나. 『동백은 시들지 않는다』를 읽어 보시라. 주변의 자연과 인사에 대한 사랑 아닌 시가 한 편도 없음을 알게 되리라. 천상에서 쓰는 그대의 시를 어느 누가 흉내라도 낼 것인가! - 洪海里(시인)

나영애 시집 『각설탕이 녹는 시간』 표사

나영애 시집 표사表辭 "볕뉘 같은 겨울 햇살 그러모아/ 갈색 옷 속에 품은 노랑/ 빼꼼 언제쯤 나갈까 허공 간 본다/ 주름진 붉은 엄마 지켜보셨다" - (「산수유」) 전문.이 시 한 편이면 나영애 시인의 첫 시집『각설탕이 녹는 시간』을 다 읽은 듯하다. 이번 시집에 들어 있는작품을 보면서 등단 당시의 시편보다 훨씬 좋아진 것을 보고 무엇보다 기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나 시인의 작품은 평이하면서도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고 느끼고 깨닫게 해 주는 별미가 들어 있어 결코 가볍게 읽히지 않는 장점이 있다. 작품들이 대부분 자연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주변 인사에 대한 애정을 노래한 것이어서 난해하지 않고 친숙하다. 앞으로도 주위의 사물과 자연을 깊이 있게 오래 바라보며 천착한 것을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세상에 ..

『치매행致梅行』1 · 2 · 3 · 4 / 정진희(시인)

『치매행致梅行』 1 · 2 · 3 · 4 -'치매행' 제4시집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에 부쳐 - 道隱 정진희(시인) * 치매행 제1시집 시집을 열면서.... 홍해리 시인의 치매행 제4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가 『놀북』 출판사에서 나왔다. 치매 아내에 대한 간병시집인 제1시집「치매행」이후 5년여 만이다. 이번 시집으로써 아내에 대한 애절한 思婦曲은 총 네 권 전편 421편으로 끝이라고 하니 그 의미가 크다. 제1시집 「치매행」 2015. 황금마루 ......................................치매행 1-150번 제2시집 「매화에 이르는 길」 2017. 도서출판 움...................치매행 151-230번 제3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2018. 도서출판 움....

홍해리 시집,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여국현(시인)

홍해리 시집,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놀북, 2020, 10,000원) 다시 "치매행致梅行"이다. 마지막 "치매행致梅行"이라 한다. 421편의 울음 같은 노래가 마지막이라 한다. 시는 곡曲이다. 시는 곡哭이다. 곡哭 같은 곡曲이요, 곡曲 같은 곡哭이다. 아름다워도 그렇다. 슬퍼도 그렇다. 부르지 않을 수 없어 부르는 곡曲이요, 어쩔 수 없어 울부짓는 곡哭이다. 곡曲이 곡哭이 되면 가슴을 치고 곡哭이 곡曲이 되면 가슴을 울린다. 곡哭이 된 곡曲을 듣는다. 곡曲이 된 곡哭을 듣는다. 가슴을 치고 가슴이 울리는 까닭이다. ---- 별리里別를 찾아서 -치매행致梅行 · 386 洪海里 이별離別은 꺼꾸로 하라 그러면 別離가 아닌 별리別里라는 마을이 된다 이별을 한다는 것은 가슴속에 또 하나의 마을을 짓는 일 껴안..

아득하다 - 치매행致梅行 · 413 / 금강

아득하다 - 치매행致梅行 · 413 洪 海 里  멀리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들리지 않는 것이 들릴 수 있다면 그러나 그것은 세상이 아닐지니 보이는 것도 보지 못하고들리는 것도 듣지 못 하는 게 우리 사는 지금 여기세상일지니 다 보고 다 듣는다면그립고 아련한 것 없지 않으랴 아련하다는 것그건 멀어서 별이다 아득하다, 사랑! * 감상 그런 날이 올지도 몰라. 멀리 있어도 보이고 들리는 그런 날 있을지 몰라. 아무 데서나 보이고 들리는 사이로사는 날에는 내가 아니고 당신도 아닐 텐데, 그때 우리는누구일까. 영 이별인 그날 우리는 이별인 줄도 모르고이 세상 아닌 줄도 모르겠지. 당신을 다 보지 못하고 당신을 다 듣지 못하는 게이 세상이라면 이대로 좋아. 당신 표정 애써 읽다가당신 마음 한 조각 품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