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561

능소화 / 영주시민신문 2021.07.08.

권자미 시인의 詩읽기 156 능소화 영주시민신문 2021.07.08 능소화 - 홍 해 리 올라가야 내려가는 것을, 어찌 모르랴 모르랴만 너야 죽거나 말거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고 숨통을 끊어야 한다며 흐느적이는 빈 구석 그늘 속으로 몰입이다 황홀이다 착각이다 천파만파 일렁이는 저 바람 막 피어나는 꽃이 눈부시게 흔들려 치렁치렁 그넷줄이 천길이네 흔들리던 바람이 길을 멈춘 대낮 그넷줄 잡고 있는 진이 팽팽한 치맛자락 속으로 깊은 뜰 높은 담을 넘어온 화담의 묵향이 번져 허공을 가벼이 뛰어내리는 화려한 절체절명의 가녀린 유혹 도발이다 일탈이다 광풍이다. * 어느 집 담장을 넘어서 능소화가 피었다. 능소화가 피어야 비로소 여름이 시작되는 것 같다. 빗속에 뚝뚝 져 내리는 주황색의 꽃잎은 선비의 절개를 의미한다..

임교선 시인의 페북

Note ㅡㅡㅡㅡㅡㅡㅡ 여행 말미에 책소개 한번 해본다. 누구나 여행을 하면 배낭에 책 한 권은 꽂아두고 다니는데 나는 홍해리의 를 동경 5일, 뉴욕 10일, 보름간 벼락 맞을 이 봄날에 지니고 다녔다. 여행 중 차를 마시거나 잠에 들기 전 몇 줄 시에 노독을 풀고 외로움도 달랜다. 그 뉘의 처녀치마 안에 든 것처럼 시는 안온하고 달콤하다. 의 시를 읽으면 시 안으로 한없이 빠져들어 내 안의 실핏줄은 시류의 강이 흐른다. 먼 여행지의 고삐 풀린 망아지는 시의 치마자락 안에서 달콤한 꿈에 든다. 박하사탕 같은 달콤한 시들, 여행지에서는 딱이다. 벼락맞을 봄이다. - 『봄, 벼락치다』 (2006, 도서출판 우리글). 2018. 4. 30. - 임교선 시인의 페북에서 옮김.

그림으로 읽는 詩 / 전선용(시인)/《우리詩》2021. 6월호.

아내의 나라 - 치매행致梅行 · 408 洪 海 里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일까 첩첩산중 작은 매화마을일까 아무리 바라다봐도 보이지 않네! - 홍해리 시인의 시집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에서. * 홍해리 시인의 「치매행」 421편의 시 중에 가슴 저미지 않는 시가 하나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의 존재가 서서히 소멸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생각보다 잔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볼 때 치매를 앓던 아내를 다른 나라로 보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는 안다. 사람은 예외 없이 자기 나라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동하는 의식의 절차는 늘 고통이 따른다. 그 나라의 의미가 종교적 차원에서 본다면 천국이거나 지옥일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아내의 나라는 어디일..

이규흥 시집 『 따뜻한 나무』 表辭

이규흥 시집 『 따뜻한 나무』 表辭 시에는 표준 답안이나 통달할 수 있는 완벽한 해석이 없다는 시무달고詩無達詁란 말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이규흥 시인의 시는 말수 적은 양반 고을의 선비 시인답게 시도 길지 않고 순순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작품을 읽어가다 보면 시인과 하나가 된 온갖 슬픔과 그리움의 시 풍경을 만나는 즐거움과 예제서 맛보게 되는 말맛 또한 실박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따뜻하고 진솔한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시편에서 우리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니 이 또한 시를 읽는 이가 얻는 축복이 아니랴! 생의 전반기를 결산하면서 내는 첫 시집에 꽃다발로 축하하며 더욱 알차고 멋진 작품으로 후반기를 장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말씀을 적는다. - 洪海里 시인.

처녀치마 / 천지일보 2021.04.29. 윤석산 시인

[마음이 머무는 詩] 처녀치마 - 홍해리 천지일보 (newscj@newscj.com) 승인 2021.04.29. 처녀치마 洪 海 里(1942 ~ ) 철쭉꽃 날개 날아오르는 날 은빛 햇살은 오리나무 사이사이 나른, 하게 절로 풀어져 내리고, 은자나 된 듯 치마를 펼쳐 놓고 과거처럼 앉아 있는 처녀치마 네 속으로 한없이 걸어 들어가면 몸 안에 천의 강 흐르고 있을까 그리움으로 꽃대 하나 세워 놓고 구름집의 별들과 교신하고 있는 너의 침묵과 천근 고요를 본다. [시평] 처녀치마는 식물의 이름이다. 처녀치마는 지난해에 돋아난 잎이 시들지 않고 무성한 채로 추운 겨울을 견뎌낸다. 겨울의 잔설이 녹아내릴 때쯤 겨울을 견뎌낸 잎 가운데에서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3월 말경이면 꽃대가 완연히 올라와 4월에서 5월까..

이광수 시집 『산골 집값』 表辭

이광수 시집 『산골 집값』 表辭 “시다운 시 한 편 쓰는 게 오랜 꿈이다”라고 자서에서 자신의 뜻을 드러내 보이고 있으나 이광수 시인은 이미 많은 것을 이루어 냈음을 시편들을 읽으면서 확인할 수 있다. “호젓한 숲길에 감춰둔 보물창고”를 갖추고 있는 산골 집(시집)이라면 수십 억, 몇 백 억 하는 강남의 성채가 부러울 리 없다. 이 시인은 청빈을 자락하는 바른 삶에서 자연의 협주가 주는 지혜를 공짜로 얻어 시로 승화시키고 있으니 이미 시복을 듬뿍 타고났다. 시를 쉽게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고 난 지금부터도 이제까지의 작품에서 보여준 간결성, 투명한 이미지, 짧은 경구 같은 위트와 유머, 우리말의 소박한 운용과 같은 요소를 앞으로의 작품 첨찬 과정에서도 마음껏 살리시기 바란다. “피기 전 다..

가을 들녘에 서서

[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 가을 들녘에 서서, 홍해리 출처 한국일보 : https://www.hankyung.com/thepen/article/113869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태헌의 한역] 立於秋野(입어추야) 眼盲無物不佳麗(안맹무물불가려) 耳聾無聲不恍恍(이롱무성불황황) 棄心一切皆盈滿(기심일체개영만) 盡授於人立虛壙(진수어인립허광) 欲淚心地亦(욕루심지역) 自然增輝光(자연증휘광) [주석] * 立(입) : 서다. / 於(어) : ~에. 처소를 나타내는 개사(介詞). / 秋野(추야) : 가을 들녘. 眼盲(안맹) : 눈이 멀다. /..

민문자 시집 『금혼식』 表辭

민문자 시집 『금혼식』 表辭 이번에 펴낸 소정의 시집 속에는 그의 한평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바로 그가 함께하고 있는, 또는 함께했던 가족과 친척, 스승, 선배, 친구들, 그리고 이웃들의 삶이 사랑을 바탕 으로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얼마 전에 작고하신 어머니에 대한 글과 희수에 맞이한 금혼식에 대한 글이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자랑스럽게 펼쳐져 있어 압권이다. 화려한 수사로 화장을 하지 않은 글로 진솔하게 그려낸 민낯의 행적이 잔잔한 울림을 주어 우리는 쉽게 읽고 공감하게 되는 장점을 이 시집은 품고 있어 따뜻하다. - 洪海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