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561

홍해리,『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놀북, 2020)/여국현(시인)

홍해리,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놀북, 2020) 다시 "치매행致梅行"이다. 마지막 "치매행致梅行"이라 한다. 421편의 울음 같은 노래가 마지막이라 한다. 시는 곡曲이다. 시는 곡哭이다. 곡哭 같은 곡曲이요, 곡曲 같은 곡哭이다. 아름다워도 그렇다. 슬퍼도 그렇다. 부르지 않을 수 없어 부르는 곡曲이요, 어쩔 수 없어 울부짓는 곡哭이다. 곡曲이 곡哭이 되면 가슴을 치고 곡哭이 곡曲이 되면 가슴을 울린다. 곡哭이 된 곡曲을 듣는다. 곡曲이 된 곡哭을 듣는다. 가슴을 치고 가슴이 울리는 까닭이다. ---- 별리里別를 찾아서 -치매행致梅行 386 洪 海 里 이별離別은 꺼꾸로 하라 그러면 別離가 아닌 별리別里라는 마을이 된다 이별을 한다는 것은 가슴속에 또 하나의 마을을 짓는 일. 껴안아야 할 사람과 떠나..

허공 만선虛空滿船의 시학 - 洪海里 시집『정곡론正鵠論』윤정구(시인)

허공 만선虛空滿船의 시학- 洪海里 시집 『정곡론正鵠論』 윤정구(시인)  노을빛 곱게 비낀 저녁 주막집 무너진 담장 아래 타는 샐비아 한잔 술 앞에 하고 시름하노니 그대여 귀밑머리 이슬이 차네.- 「한로寒露」 전문.    홍해리 시인이 스물두 번째 신작시집 『정곡론』을 보내오셨다.   정곡正鵠이란 말 그대로 과녁의 한가운데를 일컽는 말로 사물의 가장중요한 핵심을 가리킨다. 시집 제목 자체가 거두절미하고 나를 긴장시켰다. 내가 한 번이라도 시의 심장을 찌른 적이 있었던가? 독자의 가슴에 가 닿기라도 한 나의 시가 있었던가? 터럭 끝이라도 건드릴 것을 염두에 두고 화살을 당기기는 하는 것일까?   시집을 열자 처음 만난 시는 「시작 연습詩作鍊習」이다. 연습도 밧줄을연상케 하는 練자 대신 불에 달군 쇠사슬을 떠..

洪海里, 「봄, 벼락치다」 / 안해룡

홍해리 “봄, 벼락치다” / 안해룡 오래전에, 어느 원로 시인의 시를 읽었는데 禪意未解,그 시가 마음에 걸렸다. 다시 봄이 오니 문득, 거침없이 줄줄, 거창하게 산야 그것이 벼락치듯 찾아온 봄이 아닐까 하고... 아직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우주란 본시 한 채의 집이거늘 살피가 어디 있다고... 시인의 말씀처럼, 우리들의 깨달음도 살피가... 그러므로 읽을 때마다 새록새록... 같은듯 다름은 마음이라... 그렇게 봄은 윤회하는 것.. 간단히 번역을 해본다. 仁者見仁 智者見智 역병을 이겨내는 봄을 기대하며. ** ** ** ** ** ** 春,如電 詩 / 洪海里 壁立千仞,已然是春 如火之盛,地動之勢 遙望山麓,粉色軍團爭猖獗 樹木供養,岩石燒香 去冬謹慎之軀,廠門而出,無一不是春香 生者,有其分,享其緣 ..

홍해리 시집『치매행致梅行』읽기 / 여국현(시인)

오늘도 한 권의 시집을 읽는다. 아니 삶을 본다. 일흔여덟 노시인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부인에게 바친 연서. 시집 제목이 (홍해리, 황금마루, 2015) 이다. 치매(癡呆)가 아니다. 까닭은 동봉한 "시인의 말"을 참고하시길. 150편의 시가 두툼한 시집 한 권을 채우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소넷 연작시 Sonnet이 154편,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도하는 테니슨의 In Memorium이 134편이라는 사실이 문득 떠오른다. 사랑이건 죽음이건 한 존재의 삶을 제대로 사랑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마음 시간은 들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달리 말이 필요없다. 해에 무슨 조명이 달리 필요할까. 삶이 그저 글이 되고, 그 글이 그저 시가 되는 순간을 산다는 것, 누구에게도 아프기만 한 ..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여국현(시인)

홍해리 선생님의 시선집,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도서출판 움, 2017) 소금과 시 소금밭에 끌려온 바다가 햇볕과 바람으로 제 몸을 다 버리고 나서야 잘 여문 소금이 영롱하게 피어난다 맛의 시종인, 아니 황제인 소금의 몸에서 밀물과 썰물이 놀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소금을 기르는 염부의 등을 타고 흘러내린 수천수만 땀방울의 울력으로 바다의 꽃, 물의 사리인 가장 맛있는 바다의 보석이 탄생하듯이, 시인은 말의 바다를 가슴에 품고 소금을 빚는 염부, 몇 달 몇 년이 무슨 대수냐면서 한 편의 시는 서서히 소금으로 익어간다. 어둔 창고 속에서 간수가 빠져나가야 달고도 짠 소금이 만들어지듯 서둘지 마라, 느긋하게 뜸을 들이며 가슴속 언어산의 시꽃은 열매를 맺는다. ----"바다의 꽃, 물의 사리"!! 얼마나 입..

민문자 시집『꽃시』<表辭>

민문자 시집『꽃시』 한 편의 시는 시인이 바다에서 바람과 햇볕으로 피워올린 한 톨의 소금이다. 소정의 시집은 대체로 호흡이 짧은 작품과 낭송하기 좋은 작품, 그리고 노랫말로 쓴 서정성이 짙은 아름다운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네 권의 시집을 한꺼번에 펴내는 열정을 보여줘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소정은 시낭송, 서예, 문인화, 수필 쓰기와 여행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시는 언제 쓰는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이제부터는 여태까지 관심을 기울였던 여러 부문의 활동이 시를 쓰는 일에 보탬이 된 좋은 시로서 우리 시단에 남아 오래오래 사랑받기를 기원한다. - 洪海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