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553

시가 죽이지요

시가 죽이지요 홍 해 리 시가 정말 죽이네요 시가 죽인다구요 내 시가 죽이라니 영양가 높은 전복죽이란 말인가 시래기죽 아니면 피죽이란 말인가 무슨 죽이냐구 식은 죽 먹듯 읽어치울 만큼 하찮단 말인가 내 시가 뭘 죽인다는 말인가 닦달하지 마라 죽은 밍근한 불로 천천히 잘 저으면서 끓여야 제 맛을 낼 수 있지 벼락같이 쓴 시가 잘 쑨 죽맛을 내겠는가 죽은 서서히 끓여야 한다 뜸 들이는 동안 시나 읽을까 죽만 눈독들이고 있으면 죽이 밥이 될까 그렇다고 죽치고 앉아 있으면 죽이 되기는 할까 쓰는 일이나 쑤는 일이나 그게 그거일까 젓가락을 들고 죽을 먹으려 들다니 죽을 맛이지 죽 맛이 나겠는가 저 말의 엉덩이같은 죽사발 미끈 잘못 미끄러지면 파리 신세 빠져 나오지 못하고 죽사발이 되지 시를 쓴답시구 죽을 쑤고 있..

홍해리 시인의 시와 시론, 그리고 그의 삶 ... 신간 시집『정곡론 』을 읽고

홍해리 시인의 시와 시론, 그리고 그의 삶 ... 신간 시집 『정곡론 』을 읽고 (타관의 포토에서...) ​ ​ 홍해리 시인의 시와 시론 그리고 그의 삶 ... 신간 시집 을 읽고 ​ 1) 시집을 열며... ​ 홍해리 시인은 금년이 팔순이시다. 1969년 첫 시집 『투망도』를 내며 등단하였으니 시력 50년이 넘었다, 젊은 시절 바다를 볼 수 없는 청주에 살던 시인은 “海里” 라는 작은 어촌마을을 꿈꾸며 바다를 동경했다. 그는 처음부터 시를 낚는 어부를 꿈꿨다. 바다는 무진장한 어장, 투망을 던지면 싱싱한 고기가 걸리는 그런 행복한 꿈이었다. 그 생각을 할 때면 언제나 온몸의 근육에 힘이 넘쳐 꿈틀거렸다. 시인의 첫 시집 는 그렇게 시작됐다. ​ “ 투망投網은 언제나 / 첫새벽이 좋다/ 가장 신선한 고기 ..

치매행致梅行 1.2.3.4 시집 종합... 副題 (홍해리 시인의 신간 “치매행 제4시집”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에 부쳐 )[출처] 치매행致梅行 1.2.3.4 시집 종합... 副題 (홍해리 시인의 신간 “치매행..

시집을 열면서.... 홍해리 시인의 치매행 제4시집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가 『놀북』 출판사에서 나왔다. 치매 아내에 대한 간병시집 제1시집 「치매행」 이후 5년여 만이다. 이번 시집으로써 아내에 대한 애절한 思婦曲은 총 네 권 전편 421편으로 끝이라고 하니 그 의미가 크다. 제1시집 「치매행」 2015. 황금마루 ......................................치매행 1-150편 제2시집 「매화에 이르는 길」 2017. 도서출판 움..............치매행 151-230편 제3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2018. 도서출판 움.....치매행 231-330편 제4시집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2020. 놀북 ....................치매행 331-421편 이 시..

가을 들녘에 서서 / 기청(시인 · 문예비평가)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 간결하고 담백한 선풍의 시다. 이 시의 서두를 의미상으로 풀어보면 '눈먼 자에게는 모두 아름답게 보이고 귀먹은 자에게는 모두 황홀하게 들린다'가 된다. 마음의 눈, 마음의 귀는 잡다한 현실이 아닌 본성의 세계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처럼 "마음 버리면"(현상의 탐욕을 내려놓으면) 텅 빈 마음이 되고 그것은 역설적으로 충만한 행복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을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라고 하여 불교적인 깨달음을 지향한다..

월간《우리詩》신작소시집 /2023. 1월호.

2023. 신년호 〈신작소시집〉 세란헌洗蘭軒 외 4편 洪 海 里 물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난잎을 씻고 내 마음을 닦노니, 한 잎 한 잎 곧추서고 휘어져 내려 허공을 잡네. 바람이 오지 않아도 춤을 짓고, 푸른 독경으로 가득 차는 하루 또 하루 무등, 무등 좋은 날! * 세란헌 : 우이동에 사는 한 시인의 달팽이만 한 집. 푸른 하늘 무지개 늙바탕에 한무릎공부했다고 깔축없을 것이 어찌 없겠는가 세상 거충대충 살아도 파근하고 대근하기 마련 아닌가 나라진다 오련해진다고 징거매지 말거라 한평생 살다 보면 차탈피탈 톺아보게 되느니 더운 낮에 불 때고 추운 밤에 불 빼는 어리석은 짓거리 하지 마라 씨앗은 떨어져야 썩고 썩어야 사는 법 때 되면 싹 트고 열매 맺느니. 독거놀이 오늘도 혼자 앉아 물밥 한 병, 닭가..

으악새 / 유시욱(문학평론가)

으악새 洪 海 里 바람에 일렁이는 은백의 머리칼 아름답게 늙은 사람 고운 사람아 저건 꽃이 아니라 차라리 울음이리 낮은 곳으로 펼치는 생명의 비단이여 구름으로 바람으로 굽이치는 만릿길 끊일 듯 들려오는 향기로운 단소 소리 가다가 돌아서서 넋을 잃고 바라보면 수천수만 새 떼의 비상이네 물보라 피우는 능선의 파도이다가 풀밭에 달려가는 양 떼이다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쓸쓸한 그리움이네 산기운 모아 뽑는 허이연 기침소리 저건 꽃이 아니라 차라리 울음이네. * 에서도 양 감각의 이미지는 자유자재로 구사되어 있다. 억새풀 같은 흔한 소재에서 참신한 상을 끌어내기란 용이한 일이 아니다. 생명의 비단에서 굽이치는 구름길이나 바람길, 새 떼의 비상, 물보라 이는 파도, 양 떼로 이어지는 시각적 표상과 단소소리와 기침소리,..

낮과 밤, 나의 이중생활 / 김영기(시인)

전라매일 2021.04.01. [문학칼럼-시인의눈] 낮과 밤, 나의 이중생활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갑작스러운 인지장애로 본의 아니게 치매약을 복용하면서 졸지에 이중생활이 시작 되었다. 지금까지 가끔 꿈을 꾸는 경우 외엔 잠이 내게 간섭하는 일은 없었다. 그 짧은 꿈조차도 깨자마자 기억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잠이란 그저 몸과 뇌가 쉬는 시간이고, 잠시 자신과의 결별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꿈이 너무도 선명해졌다. 도무지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는 비현실의 현실 속에서 뇌가 잠들지 않는 것이다. 과거의 일이 편집되고 가공된 긴박하고 웅장한 영상이 밤새도록 감긴 눈꺼풀 안으로 영화처럼 펼쳐지고, 그 생생함에 몸은 의지와 상관없이 격렬하게 반응한다. 아마도 기억의 활..

어린아이 / 이령의 아침을 여는 시감상

[이령의 아침을 여는 시감상]ㅡ2019.12.9. 어린아이 ㅡ 치매행致梅行ㆍ4 홍 해 리 아내는 어린애가 되었습니다 내가 밖에 나갈라치면 어느새 먼저 문밖에 나가 있습니다 억지로 떼어놓고 외출을 하면 왜 안 와? 언제 와? 늘 똑같은 두 마디 전화기 안에서 계속 울고 있습니다 내가 자기를 낳은 어미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닌데 한평생 살 비벼 새끼 낳고 기른 죄 많은 지아비라서 나는 나이 든 아기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내 사랑하는 아가는 내게 매달려 한 마디 말은 없지만 그냥, 그냥, 말문을 닫고 웃기만 합니다. * 시집: 『치매행 致梅行』 중/ -아내에게 바치는 안타까운 사랑 고백 ~~~~~~~~~~~~~~~~~~~~~~~~ * 시감상: 이 령(시인) 순애보인 동시에 참회록이다ㆍ 시집 『치매행致梅行』..

명자꽃

꽃향시향 《춤》 2022. 10. 11. 명자꽃 박제영(시인, 월간 《太白》 편집장 명자꽃, 봄꽃 중에서 붉은 꽃을 고르라 하면 명자꽃이지요. 봄날 붉은 저것이 동백인가 싶기도 하고, 홍매화인가 싶기도 한데, 실은 명자꽃이지요. 흔하디 흔해서 ‘아무개’ 대신 써도 될 것 같은 이름, 명자. 명자꽃은 서럽게 붉지요. 오늘은 그 명자를 불러봅니다. 자료를 검색하다보니 눈에 띈 기사가 있어서, 그 기사를 쓴 이가 또 친한 선배이기도 해서, 전문을 옮깁니다. 2016년 3월26일 토요일 자 「강원도민일보」에 실린 강병로 논설위원의 칼럼입니다. 담장너머 명자나무에서 봄을 찾다 문득 떠오른 시 한 편.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다. 시를 읊조릴수록 마음이 무겁다. 세상이 그렇게 만든 탓일 게다. ‘꽃이/ 피는 건..

시집『치매행致梅行』/ 홍해리

임보 교수님과 절친이신 홍해리 털보시인님, 잘 단정된 수염을 보고 나는 한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꽃을 피우느라 열병을 앓았죠. 수년 동안 소식이 끊어진 지인을 만났는데 홍해리 시민님 시집을 받고. 읽으며 역시. 그런 분이구나! 부부가. 백년 해로 한다는 거. 해가 거듭될수록. 아내에게. 깊은 연정을 품어주는. 멋진 시인님! 치매행. 시인님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독자들에게. 남편에게. 아내에게. 읽혀지고 아름다운 부부의 미를 거두워야 합니다. 완벽한 남편 완벽한.아버지 완벽한 시인 홍해리 시인님. 참 멋지십니다. 인생의 꽃, 그 사랑의 꽃은 꿀물이랍니다! https://cafe.daum.net/xogml0073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