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553

손톱 깎기

* 지난 2월 11일(2022) 카페 http://cafe.daum.net/lneg '(사)생명환경자연보호실천회'에 보산 정범진이란 분이 이 시를 올렸습니다. 죽었다는 소문이 나면 오래 산다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그러니 홍해리는 이미 2021년에 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오래 살겠습니다. 그런데 시를 올리면서 실수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밑에서 여섯째 줄 "함께 한 지 마흔다섯 해"는 "함께 산 지 마흔다섯 해"로 바로잡습니다.

홍해리 시집 『치매행致梅行』/http://blog.daum.net/rina507

홍해리 시집 『치매행致梅行』 2021. 12. 31. 예전부터 사보려고 별렀던 홍해리 시인의 을 이번에 주문해 읽었다. 아내의 치매를 돌보면서 쓴 시가 거의 150편이나 들어 있다. 치매는 뇌의 노화로 생기는 병이지만,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상실하는 몹쓸병으로 누구나 두려워하고 가족까지 힘들게 하는 가정파괴범이라고 생각들을 한다. 나도 40대를 시부모님 두 분의 치매로 적지 않은 고통을 겪었지만 돌아가시고 나서 깨달은 것이 우리들에게 사랑이 없었기 때문에 치매를 고통으로만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시부모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돌볼 좋은 기회였었는데, 너무 인간적이고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생각으로 그분들을 짐스러워만 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돌보는 사람에게 완전한 사랑만 있으면 치매는 노년에 하느님께서 ..

어린아이-치매행·4 / 경상매일신문, 2020.08.18.

어린아이-치매행·4 /홍해리 경상매일신문 기자 / gsm333@hanmail.net입력 : 2020년 08월 18일 어린아이 - 치매행致昧行 · 4 洪 海 里 아내는 어린애가 되었습니다 내가 밖에 나갈라치면 어느새 먼저 문밖에 나가 있습니다 억지로 떼어놓고 외출을 하면 왜 안 와? 언제 와? 늘 똑같은 두 마디 전화기 안에서 계속 울고 있습니다 내가 자기를 낳은 어미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닌데 한평생 살 비벼 새끼 낳고 기른 죄 많은 지아비라서 나는 나이 든 아기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내 사랑하는 아가는 내게 매달려 한마디 말은 없지만 그냥, 그냥, 말문을 닫고 웃기만 합니다. 어린아이가 된 아내의 이야기. 아직은 젊은 아내가 치매라는 병에 걸렸다. 생각할수록 어이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왜 하필 이..

처음이라는 말 / 경상매일신문, 2021.10.20.

처음이라는 말/ 홍해리 경상매일신문 기자 / gsm333@hanmail.net입력 : 2021년 10월 20일 처음이라는 말 洪 海 里 '처음'이라는 말이 얼마나 정겨우냐 '첫'자만 들어도 가슴 설레지 않느냐 첫 만남도 그렇고 풋사랑의 첫 키스는 또 어떠냐 사랑도 첫사랑이지 첫날밤, 첫새벽, 첫정, 첫걸음, 첫나들이 나는 너에게 마지막 남자 너는 너에게 첫 여자이고 싶지 첫차를 타고 떠나라 막차가 끊기면 막막하지 않더냐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하늘 아래 새것은 없다지만 세상은 새롭지 않은 것 하나 없지 찰나가 영원이듯 생은 울음으로 시작해서 침묵으로 끝나는 물로 시작해서 불로 끝나는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긴 여로 처음이란 말이 얼마나 좋으냐 ‘하늘 아래 새것은 없다지만 ..

포항 이종암 시인

포항 이종암 시인 팔순을 훌쩍 넘긴 한국 시단의 어른이 삼십대 젊은 시인들처럼 맹렬하게, 쉬지않고, 열정적으로 시를 쓰는 분이 있다. 월간 《우리시》에서 주로 시작활동을 하는 김석규, 임보, 홍해리 선생이 그들이다. 시에 대한 사랑과 그 열정이 놀라울 따름이다. 월간 《우리詩》 2021. 12월호에서 홍해리 시인의 신작 소시집 꼭지에서 선생의 신작시 10편을 만났다. 그 작품들 가운데 유독 에 오래 눈길이 머물렀다. 년말에 내 시작의 게을러 터진 대책없음에 또 낙담하고.

해질녘 허수아비 / 수도일보 2022.06.08.

수도일보 / 2022. 06. 08. 해질녘 허수아비 홍해리 사내도 때로는 나락에 떨어져 시커멓게 울고 싶은 때가 있다 한평생이 독같이 외로운 길이었다면 남은 길은 또 어떨지 울지 않는 은자隱者의 북을 두드리면서 홀로 고요해지고 있는 저 들녘의 저녁녘 밥상은 이미 차려졌는데 너덜거리는 옷때기 한 자락 걸치고 허수어미도 없는 텅 빈 논배미 한가운데 바람 맞으며 서 있는 나! * 허수아비 서 있는 들녘에 왜 허수어미는 없는 것인지 이제 알겠다. 외롭지 않다면 허수아비가 될 수 없고 외로운 허수아비는 혼자라서 원래 어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홍해리 시인은 다른 작품 '허수아비'에서 “나이 들면 그리움도 사라지는 줄 알았습니다. 나이 들면 무서운 것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막상 나이 들고 보니 가진 것이 아무것도..

송준규 시집『간지럼 타는 나무』表辭

송준규 시집 表辭 『간지럼 타는 나무』 송준규 시인의 시를 따라가다 보니 시인의 발과 마음이 읽어낸 포항의 지리와 역사를 훑어보게 되어 그곳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것만 해도 송 시인이 시를 쓰는 목적 가운데 하나는 이미 이룬 셈이 아닌가. 시인의 깊은 명상과 미학을 통해 보여 주는 생의 비의에 대한 깨달음, 즉 삶의 지혜로 이룩한 시편들 또한 독자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오니 시인으로서의 단단한 탑을 한 층 올린 것이다. 앞으로 시를 짧고 재미있고 깊게 그려내 이 땅에 좋은 시인으로 우뚝 서시길 바라며 첫 시집 상재를 축하하는 뜻에서 한 말씀을 뒤에 얹는다. - 洪 海 里(시인)

산책 / 박모니카(수필가), 2021.10.09. 경상매일신문

산책 洪 海 里 산책은 산 책이다 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책이다 발이 읽고 눈으로 듣고 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 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 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 느릿느릿, 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 자연경自然經을 읽는다 한 발 한 발. * 동음이의어同音異意語로 이렇게 멋진 시가 탄생한다. 산책散策은 천천히 걸으며 휴식을 취하는 일인데 그 일이 곧 살아 있는 책冊이 되어 무언가를 배우는 학습장이 된다. 자연自然은 우리들의 배움터다. 그 배움터에 살아 있는 책冊(산 책)으로 본 것이다. 사유의 깊이가 바탕이 된 시를 읽으며 “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간다. 우리들이 흔히 잡초라고 보는 황새냉이, 털별꽃아재비, 그령, 방동사니와 같은 풀들에게서 그들의 질긴 생명럭을 배운다. 방..

아내는 부자 / 감상 · 그림 : 전선용(시인)

아내는 부자 洪 海 里 나는 평생 비운다면서도 비우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버린다 버린다 하면서도 버린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 내려놓자 하면서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버린다 비운다는 말 한마디 없이 내려놓는다는 말도 없이 아내는 다 버리고 비웠습니다 다 내려놓고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평안합니다 천하태평입니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걱정이 없습니다 집 걱정 자식 걱정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는 아내는 천하제일의 부자입니다. #홍해리_시인의 시선집 『마음이 지워지다』중에서 「아내는 부자」 (놀북. 2021) 살면서 비우고 살아야 한다는 말을 우리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듣고 삽니다. 머리는 알고 있는데 도무지 실천이 어려운 비워내기는 결국 어떤 어려운 ..

정형무 시집 表辭

表辭 정형무 시집 『닭의장풀은 남보라 물봉선은 붉은 보라』 정형무의 시는 외롭고 슬퍼서 순수하고, 순수해서 슬프고 외롭다. 재미있는 글도 읽지 않는 시대에 재미없는 시를 쓴다면 누가 읽겠는가. 시인은 한 편의 시를 낳기 위해 최선을 다해 먹잇감을 잡는 사바나의 맹수가 된다. 시는 도자기에 아무렇게나 그려낸 지두문指頭紋이 아니다. 정형무의 시는 슬픔, 외로움, 좌절, 죽음, 절망에 대한 인식이 순수하고 따뜻한 정조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짜여져 있어 물을 마셔도 목이 마른 세상에 생수 역할을 충분히 해내리라 믿는다.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서 유형 무형의 수많은 영향을 받아 세상에 나온 그의 시가 독자들의 가슴 골짜기에 아름다운 메아리를 선사하길 바란다. 시 · 청 · 후각의 이미지가 재미있고 맛깔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