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565

어린아이 / 이령의 아침을 여는 시감상

[이령의 아침을 여는 시감상]ㅡ2019.12.9. 어린아이 ㅡ 치매행致梅行ㆍ4 홍 해 리 아내는 어린애가 되었습니다 내가 밖에 나갈라치면 어느새 먼저 문밖에 나가 있습니다 억지로 떼어놓고 외출을 하면 왜 안 와? 언제 와? 늘 똑같은 두 마디 전화기 안에서 계속 울고 있습니다 내가 자기를 낳은 어미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닌데 한평생 살 비벼 새끼 낳고 기른 죄 많은 지아비라서 나는 나이 든 아기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내 사랑하는 아가는 내게 매달려 한 마디 말은 없지만 그냥, 그냥, 말문을 닫고 웃기만 합니다. * 시집: 『치매행 致梅行』 중/ -아내에게 바치는 안타까운 사랑 고백 ~~~~~~~~~~~~~~~~~~~~~~~~ * 시감상: 이 령(시인) 순애보인 동시에 참회록이다ㆍ 시집 『치매행致梅行』..

명자꽃

꽃향시향 《춤》 2022. 10. 11. 명자꽃 박제영(시인, 월간 《太白》 편집장 명자꽃, 봄꽃 중에서 붉은 꽃을 고르라 하면 명자꽃이지요. 봄날 붉은 저것이 동백인가 싶기도 하고, 홍매화인가 싶기도 한데, 실은 명자꽃이지요. 흔하디 흔해서 ‘아무개’ 대신 써도 될 것 같은 이름, 명자. 명자꽃은 서럽게 붉지요. 오늘은 그 명자를 불러봅니다. 자료를 검색하다보니 눈에 띈 기사가 있어서, 그 기사를 쓴 이가 또 친한 선배이기도 해서, 전문을 옮깁니다. 2016년 3월26일 토요일 자 「강원도민일보」에 실린 강병로 논설위원의 칼럼입니다. 담장너머 명자나무에서 봄을 찾다 문득 떠오른 시 한 편.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다. 시를 읊조릴수록 마음이 무겁다. 세상이 그렇게 만든 탓일 게다. ‘꽃이/ 피는 건..

시집『치매행致梅行』/ 홍해리

임보 교수님과 절친이신 홍해리 털보시인님, 잘 단정된 수염을 보고 나는 한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꽃을 피우느라 열병을 앓았죠. 수년 동안 소식이 끊어진 지인을 만났는데 홍해리 시민님 시집을 받고. 읽으며 역시. 그런 분이구나! 부부가. 백년 해로 한다는 거. 해가 거듭될수록. 아내에게. 깊은 연정을 품어주는. 멋진 시인님! 치매행. 시인님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독자들에게. 남편에게. 아내에게. 읽혀지고 아름다운 부부의 미를 거두워야 합니다. 완벽한 남편 완벽한.아버지 완벽한 시인 홍해리 시인님. 참 멋지십니다. 인생의 꽃, 그 사랑의 꽃은 꿀물이랍니다! https://cafe.daum.net/xogml0073 에서 옮김.

강우현 시집 『반항을 접은 노을처럼』 表辭

강우현 시집  『반항을 접은 노을처럼』 表辭 한마디로 우현의 시는 슬프고 아프다. 아파서 푸르고 슬퍼서 순수하고 또한 아름답다. 그래서 우현의 시에는 푸른 향기가 배어 있어 읽을수록 맛이 난다. 주변의 여러 대상, 즉  그의  우주와 내면 풍경을 통찰하여 신선한 은유로 묘사하는 솜씨가 놀랍고 동원되는 어휘의 연결이 가관이다. 언어가 형태를 이루어 살아 있는 시로 의미를 나타낼 때 시는 한 개의 몸이 된다. 그 몸에서 우현이 들려주고자 하는 이치가 무엇일까 탐색하는 재미는 우리의 몫이다. 순수하지 못한 시가 넘쳐나는 시대에 잡스러운 시가 아닌 진솔한 시를 쓰는 훌륭한 시인으로  독자에게 좀 더 가까이 가고자 하는 시인이 되길 기대하며 두 번째 시집에 꽃 한 송이 얹어 축하의 말씀을 갈음한다.- 洪海里(시인..

호박 / 김포신문 2022. 09. 16.

김포신문 2022. 09. 16. 호박 洪 海 里 한 자리에 앉아 폭삭 늙었다 한때는 푸른 기운으로 이리저리 손 흔들며 죽죽 뻗어나갔지 얼마나 헤맸던가! 방방한 엉덩이 숨겨놓고 활개를 쳤지 때로는 오르지 못할 나무에 매달려 버둥거리기도 했지 사람이 눈멀고 반하는 것도 한때 꽃피던 시절 꺽정이 같은 떠돌이 사내 만나 천둥치고 벼락치는 날갯짓 소리에 그만 혼이 나갔겠다 치맛자락 뒤집어쓰고 벌벌 떨었지 숱한 자식들 품고 살다 보니 한평생이 별것 아니더라고 구르는 돌멩이처럼 떠돌던 빈털털이 돌이 아범 돌아와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을 뱉고 있다 곱게 늙은 할머니 한 분 돌담 위에 앉아 계시다. - 시집『황금감옥』(2008, 우리글) * 감상 밭에, 산길에, 아파트 화단에, 노란 호박꽃이 피었다. 중간중간 애호박도 ..

이 겨울엔 / 한경 The Pen, 2022.01.18.

[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 이 겨울엔 / 홍해리 강성위 필진기자 입력2022.01.18. 이 겨울엔 홍 해 리 이 겨울엔 무작정 집을 나서자 흰 눈이 천지 가득 내려 쌓이고 수정 맑은 물소리도 들려오는데 먼 저녁 등불이 가슴마다 켜지면 맞아주지 않을 이 어디 있으랴 이 겨울엔 무작정 길 위에 서자. [태헌의 한역] 此冬(차동) 此冬不問出宇庭(차동불문출우정) 白雪飛下滿地積(백설비하만지적) 淸如水晶水聲聽(청여수정수성청) 遠處夕燈心心亮(원처석등심심량) 世上何人不迎君(세상하인불영군) 此冬不問立途上(차동불문립도상) [주석] * 此冬(차동) : 이 겨울, 이 겨울에. 不問(불문) : 묻지 말고, 무작정. / 出宇庭(출우정) : 집을 나서다. ‘宇庭’은 집과 뜰이라는 뜻인데 ‘집’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白雪(백..

비 그친 우후 / 경상매일신문, 2022.08.01.

비 그친 오후 / 홍해리 - 선연가嬋娟歌 경상매일신문 기자 / gsm333@hanmail.net입력 : 2022년 08월 01일 집을 비운 사이 초록빛 탱글탱글 빛나던 청매실 절로 다 떨어지고 그 자리 매미가 오셨다, 떼로 몰려 오셨다 조용하던 매화나무 가도 가도 끝없는 한낮의 넘쳐나는 소리, 소낙비 소리로, 나무 아래 다물다물 쌓이고 있다 눈물 젖은 손수건을 말리며 한평생을 노래로 재고 있는 매미들, 단가로 다듬어 완창을 뽑아대는데, 그만, 투명한 손수건이 하염없이 또 젖고 젖어, 세상 모르고 제 세월을 만난 듯 쨍쨍하게 풀고 우려내면서 매미도 한철이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인가 비 그친 오후 일제히 뽑아내는 한줄기 매미소리가 문득 매화나무를 떠안고 가는 서녘 하늘 아래 어디선가 심봉사 눈 뜨는 소리로 연..

星巖 여국현 시집『들리나요』표사

星巖 여국현 시집 『들리나요』 성암 여국현은 시인 영문학자이다. ‘예술은 별[星]처럼, 학문은 바위[巖]처럼’이란 아호처럼 그의 시는 스스로 빛나고 무등 단단하다. 그는 “갈대와/ 바람이/ 서로 안고 한 세상 어울리는 것”이라고 이번 시집 첫 번째 작품인 「갈대와 바람」의 마지막 연에서 노래하고 있고 「갈대에게 배우다」에도 갈대가 등장하고 있다. 갈대는 바로 사람이고 바람은 세상이다. 사람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짧고 재미있고 깊은 말로 맛있게 그려낸 것이 바로 성암의 시편들이다. 다시 말해 그가 아침 저녁으로 즐기고 있는 천변 산책에서 만나는 자연과 그의 발바닥이 사유한 내용을 삶의 근본적인 문제와 교직해서 보여 주는 것이 별처럼 빛나는 성암의 시가 아닌가 한다. 생의 언덕을 넘는 일이 아득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