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로 백로白露 洪 海 里 한 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이슬이 내리는 날 백로白鷺가 날아와 풀잎마다 물알을 낳아 놓았다.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 코스모스 : http://cafe.daum.net/yesarts에서 옮김.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4.10.02
<시> 등목 등목 洪 海 里 등에서 목까지 이르는 몸의 길인 등골로 흐르는 물소리 들린다 우물가에서 목물을 할 때 바닥에 엎드려 등에 물을 부으면 앗, 차가워! 등골을 타고 쏟아지는 물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싹, 정신이 났다. 윤슬처럼 반짝이는 추억 그리운 것은 바가지로 물을 부어 주시던 어..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4.07.30
<시> 곤줄박이 곤줄박이 洪 海 里 나는 연습을 시키는 어미새 찌리찟찟 찌리찟찟 어서 날아 보라고 날아 보라고 안타까운 외침이 부산한데 매화나무 가지에 앉아 찟 · 찟 · 찟 · 찟 단음으로 어미를 찾는 아기새 여린 날개가 바들바들 떨린다 네 세상은 저 넓은 하늘이야 허공으로 뛰어내려야 날게 돼 그냥 뛰어내리거라 어서 그래야 날 수 있단다 아가야 검은 고양이 한 마리 나무 아래 쥐 죽은 듯 앉아 있다. -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 벌써 며칠째 해 뜨기 전인 다섯 시면 어김없이 아기새가 매화나무에서 어미를 찾는다. 찟! 찟! 하는 단음이다. 낮에도 비상연습을 시키는 어미새의 부산한 모습이 눈에 띄곤 한다. 곤줄박이는 흔히 볼 수 있는 참새만한 크기의 예쁜 새다. 아기새가 떨어지기만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4.06.28
<시> 성물 성물 洪 海 里 소변을 보기 전 반드시 손을 씻는 친구가 있었다 대부분 볼일을 보고 나서 손을 씻는데 더러운 손으로 성물性物을 만져서는 안 된다는 그의 단호한 주장이었다 성물이 성물聖物임에 틀림없다 가장 성스럽고 아름다운 생명체를 만드는 귀물貴物이니 누가 아니라 하랴 그로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4.04.01
<시> 동백 동백 洪 海 里 어느 해 여름 난을 찾아 남쪽 섬에 갔을 때 이른 아침 싸목싸목 걷히는 안개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산밑에 이르렀을 때 동백나무에 개 한 마리 매달려 있었다 장정들이 작대기로 두들겨 패고 있었다 개 패듯, 개 패듯이란 말! 그렇게 맞아 죽은 개가 가지 끝에 잉걸불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4.03.01
하늘 밥상 하늘 밥상 洪 海 里 한밤이면 별이 가득 차려지고 아이들이 빙 둘러앉아 꿈을 떠 먹는다 하늘 열매를, 반짝반짝, 따 먹으며 아이들은 잠자는 사이 저도 모르게 자라고, 나이 들면 허기져도 그냥 사는 걸까 꿈이 없는 사람은 빈집 추억이 없는 이는 초라한 밥상인데, 시인은 생生 속에서 꿈..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4.01.19
눈 · 눈 · 눈 눈 · 눈 · 눈 洪 海 里 우주를 보기 위하여 하느님은 수많은 겹눈을 박아 놓고 있다. 하늘이 펼친 그물눈 사이로 눈빛은 눈이 되어 지상에 쌓인다. 땅 위의 시인들은 그것을 주어 모아 한 편의 시를 엮고 있다. 그래서 시를 읽는 눈빛 맑은 사람들 가슴속에는 별이 빛난다. - 시집『바람도..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3.12.30
옥수수꽃 옥수수꽃 洪 海 里 한여름 땡볕에 서서 한 사내가 아내의 누런 수염을 흩날리며 우주의 소리를 모으고 있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달밤이면 음계를 모아 소리통에 담고 있었다 도시라솔파미레도 달빛에 서걱이는 칼 부딪침 소리 알알이 박인 소리통을 채우고 있었다. 한낮 땡볕으로 익힌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3.12.26
가을 저녁때 가을 저녁때 洪 海 里 구진구진 궂은비 끄느름한 저녁때 두런두런 모여드는 발자국 소리 주막집 처마끝에 치는 빗소리.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3.11.02
부채[扇] 부채[扇] 洪 海 里 한평생 바람만 피웠다. 여름내 무더위에 몸뚱어리 흔들어 쌓다, 살은 다 찢겨나가고 뼈만 남아, 초라한 몰골, 아궁일 바라보고 있다.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 閒雲野鶴이 씌어진 부채 : <閒>은 그야말로 한가하게 [반쯤 열린 사립문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3.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