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69

'너무'와 '같아요!'

'너무'와 '같아요!' 洪 海 里 '너무'가 빠지면 말이 되지 않는다 '같아요!'가 없으면 말을 하지 못한다 너무 감사한 것 같아요 너무 예쁜 것 같아요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너무 맛있는 것 같아요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너무너무 좋은 것 같아요 너무 사랑하는 것 같아요 너무 고마운 것 같아요 너무 기쁜 것 같아요 맞는 것 같아요 길거리에서, 버스에서, 전화로, 문자로, 라디오에서, 식당에서, 경기장에서, 집에서, 학교에서, 노인정에서, 찜질방에서, 스마트폰으로, 텔레비전에서……, 너도 나도 '너무, 너무너무'요, '같아요, 같아요'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너무'가 지천인 언어의 천지 지나치지 않고 꼭 맞는 확실한 것은 어디 있는가 '같아요!'가 넘쳐나는 욕망이 죽어버린 나라 같은 것 같은 짝퉁만..

<시> 역설

역설 洪 海 里 너 없이는 한시도 못 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다니 찔레꽃 피우지 말아라 내 생각도 하지 말거라 네 하얀 꽃잎 상복 같아서 내 가는 길 눈물 젖는다 한갓된 세상 모든 것 있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어라 아픔도 때로는 얼마나 아름다우냐 발자국 남기지 말고 가거라 먼 길 갈 때는 빈손이 좋다 텅 빈 자리 채우는 게 삶이다 한때는 짧아서 아름다운 법이란다.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