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망종 망종芒種 - 愛蘭 홍해리(洪海里) 고향집 텃논에 개구리 떼 그득하것다 울음소리 하늘까지 물기둥 솟구치것다 종달새 둥지마다 보리 익어 향긋하것다 들녘의 농부들도 눈코 뜰 새 없것다 저녁이면 은은한 등불빛이 정답것다 서로들 곤비를 등에 지고 잠이 들것다. - 시집『愛蘭』(우이동사람들, 1998) * ..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3
<시> 가을물 가을물- 愛蘭 홍해리(洪海里) 산빛이 곱다 한들 물빛 따르랴제자리에 강철의 뼈로 빚어낸가장 연하고 보드라운 저 속살착하디 착한 그녀의 눈빛 같은.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3
<시> 적아소심 적아소심赤芽素心 - 愛蘭 홍해리(洪海里) 세상 오다 마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비는 우주공간을 떠돌다 떠돌다 몸 바꾸기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걸어오다 뛰어오다 도망치다 다시 달라붙기도 하네 번개도 치지 않고 천둥도 울지 않고 사냥개처럼 하늘이 젖어도 그대의 행성에는 달맞이꽃이 피고 우기의..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3
<시> 허핍 허핍虛乏 - 愛蘭 홍해리(洪海里) 손 한번 흔들지 않고 너는 그렇게 가고 벽에 갇힌 시간은 죽었다 살아 있음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닫혀 있는 문밖에서 꿈은 깨기 위하여 꾸고 ㅡ. 인생은 짧은 여정 그 짧은 여정 속의 짧은 여정이여 너를 위하여 치마폭만한 자리를 마련하고 홀로 부르는 이름만 허공..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3
<시> 가을이 깊으면 가을이 깊으면 - 愛蘭 홍해리(洪海里) 밤낮 바람만 부는 하늘바다 바짝 말라 뼈만 남은 물고기 잠을 깨라 깨어 있어라 황금죽비 번쩍번쩍 울고 있다 적막강산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세상 한 켠에 갇혀 잠 속 꿈 꿈 속 잠 속에서 잠들고 싶고 꿈꾸고 싶어도 잠 못 들고 꿈 못 꾸는 가을 깊으면 지창에 어..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3
<시> 들창 들창 - 愛蘭 홍해리(洪海里) 그대 지나는 길 귀빠지게 기다리다 가슴에 난 구멍. 그리움은 눈빠지게 기다리다 눈물 속에 핀 꽃.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3
<시> 동해바다에서 동해바다에서 - 愛蘭 홍해리(洪海里) 낮에는 바다에 나가 해지도록 파도만 바라보았다 허이옇게 이빨 드러내고, 달려와 부서지는 파도만 바라보았다 밤에는 바다에 나가 날새도록 파도 우는 소리만 들었다 수천의 파도가 파도를 물어뜯으며 웅웅웅 우는 소리만 들었다 낮에도 바다에 나가 네 생각만 .. 시집『애란愛蘭』1998 200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