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를 찾아서 詩를 찾아서 洪 海 里 일보 일배 한평생 부처는 없고 연꽃 속 그림자 어른거릴 뿐. 풍경 소리 천릿길 오르고 올라 절 마당 닿았는가 보이지 않네. - 월간《우리詩》2019. 12월호. “우리글 멋지죠” 오늘 573돌 한글날! 한글날이 573돌을 맞았다. 1446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을 기념..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10.10
명창정궤 명창정궤明窓淨几 洪 海 里 살기 위하여 잘 살기 위하여 쓰지 말고, 죽기 위해 잘 죽기 위해, 쓰고, 또 써라. 한 편 속의 한평생, 인생이란 한 권의 시집을! - 월간《우리詩》2019. 12월호.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교보생명은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에 걸리는 광화문 글판 ‘겨..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10.03
시인의 편지 시인의 편지 洪 海 里 산만刪蔓하옵고, 일백오십 편의 시로 시집 한 권 엮었습니다 정가, 거금 15,000원정 편당 가격 일백 원 박리 다매薄利多賣로 내놓아도 팔리기는커녕 파리만 날리고 있는 먹지 못하는 밥이 되어 먼지만 쌓이고 있습니다 결국, 나는 일백 원짜리도 못 되는 시인임을 시..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10.02
<시> 죽순시학竹筍詩學 죽순시학竹筍詩學 洪 海 里 죽순은 겨우내 제 몸속에 탑을 짓는다아무도 소리를 듣지 못하는 물탑이다봄도 늦은 다음 푸른 비가 내려야 대나무는 드디어 한 층씩 올려 탑을 이룬다때맞게 꾀꼬리가 뒷산에 와아침부터 허공중에 금빛 노래를 풀면대나무는 칸칸마다 질 때도 필 때처럼 선연한동백꽃이나 능소화 같은 색깔의 소리를 품어드디어 빼어난 소리꾼이 된다. 숨어 사는 시인이 시환詩丸을 물에 띄우듯대나무는 임자를 만나 소리 한 자락을 뽑아내니산조니 정악이니 사람들은 이름을 붙인다몇 차례 겨울을 지나 대나무가 되고 난 연후의 일이다. - 월간《우리詩》2019. 12월호. 마디마디 맺힌 말봄이 익도록 기다리다가한 번은 꿀꺽 삼키다가더는 참을 수 없이푸른 비 더듬어 쌓은 것이소리의 탑이라니. 허공에 풀린 새의 노래순..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10.02
정곡론正鵠論 * 솔개 : http://cafe.daum.net/howillust에서 옮김. 정곡론正鵠論 洪 海 里 보은 회인에서 칼을 가는 앞못보는 사내안 보이는데 어떻게 일을 하는지요귀로 보지요날이 서는 걸 손으로 보지요그렇다눈이 보고 귀로 듣는 게 전부가 아니다천천히 걸어가면보이지 않던 것언제부턴가 슬몃 보이기 시작하고못 듣던 것도 들린다눈 감고 있어도 귀로 보고귀 막고 있어도 손이 보는 것굳이 시론詩論을 들먹일 필요도 없는빼어난 시안詩眼이다잘 벼려진 칼날이 번쩍이고 있다. - 월간《우리詩》2019. 12월호. * 과녁의 한가운데를 일컫는 정곡(正鵠)이란 말은 활쏘기에서 나온 말이다. 과녁 전체를 적(的)이라 하고 정사각형의 과녁 바탕을 후(候)라고 한다. 그 과녁 바탕을 천으로 만들었다면 포후(..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10.02
<시> 연필로 쓰는 詩 연필로 쓰는 詩 洪 海 里 이슥한 밤 정성스레 연필을 깎을 때 창밖에 눈 내리는 소리 연필을 꼭꼭 눌러 시를 쓰면 눈길을 밟고 다가오는 정갈한 영혼 하나 하늘이 뿌리는 사리 같은 눈 발바닥으로 문신을 박듯 사각사각 사각사각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 어느새 희번하니 동이 트고 냉수 한 ..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10.02
<시> 한 줌의 비애 한 줌의 비애 洪 海 里 때 씻어낼 두 말의 물과 마음 닦을 비누 일곱 개의 지방과 글 쓸 연필 아홉 자루의 연과 정신의 방 한 칸을 바를 석회와 불 밝힐 성냥개비 2,200개의 인과 방 소독할 DDT를 만들 유황과 뼈 흔들리지 않게 칠 못 한 개의 철로 평생을 수리하며 사는, 무한 임대로 빌려 살..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10.02
<시> 고독한 하이에나 고독한 하이에나 洪 海 里 고독한 하이에나 한 마리 순식물성인 내 마음속에 살고 있다 미친 여자의 웃음소리를 내고 기분 나쁜 비웃음을 흘리는 포유류 식육목의 청소부 하이에나 밤새도록 세렌게티 평원을 홀로 헤매다 새벽에야 겨우 잠이 들다 깨곤 하는 외로운 하이에나 한다한 턱으..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10.02
<시> 자기 또는 詩 자기 또는 詩 洪 海 里 흙인 남자 물인 여자 서로를 다 녹이고 사뤄, 드디어 온몸이 클리토리스인 자기가 된다 눈빛만 닿아도 소리치고 손길 닿으면 자지러지는 너는 나의 비어 있는 호수 청자의 비색이나 백자의 순색으로 영원을 얻은 너는 나의 혼을 연주하는 바람의 악기 늘 네게 담겨 ..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10.02
<시> 사물미학四物美學 사물미학四物美學 洪 海 里 둥둥 두둥둥 구름 흘러가는 소리 따닥따닥 따다닥 떨어지는 빗소리 징징 지잉징 바람은 울고 깨갱깨갱 깽깽깽 번개 치던 날, 한판 벌인 굿판이 흠뻑 젖은 것은 오십 년만이었다고 한다 북과 장구와 징과 꽹과리 사물은 하나, 한 편의 시였다. - 월간《우리詩》2..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