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다 나는 간다 洪 海 里 시인은 들머리로 들어가 한 편의 시를 쓰고 날머리로 나가면, 독자는 첫머리부터 시를 읽어 끝머리에서 마감하느니, 詩는 초장 · 중장 · 종장이든 기 · 승 · 전 · 결로 완성되느니, 나는 갈고 또 간다 절 · 차 · 탁 · 마의 한 생이 지고 한 편의 시가 탄생하도록!..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04.23
<시> 가만한 웃음 가만한 웃음 洪 海 里 안 가면 그만일 곳엔 왜 가서 후회하나! 안 보면 그만일 사람 왜 만나 울고 있나! 안 들으면 그만일 말은 왜 듣고 멍한가! 안 하면 그만일 일을 왜 해서 아파하나!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04.09
4·19혁명 기념 살풀이춤 4·19혁명 뜻 기리며… 고려대생들 4·18의거 기념 마라톤 송은석 기자 입력 2019-04-19 03:00수정 2019-04-19 03:39 트랜드뉴스 보기 트렌드뉴스 닫기 # 오늘의 핫 이슈 문형배 이미선윤중천 구속영장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바른미래당 의총김경수 지사 보석 석방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승리 버닝썬 성접대 의혹 대만 6.1 강진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04.09
우중관매雨中觀梅 우중관매雨中觀梅 洪 海 里 1960년 4월 19일 탕탕탕! 꽃잎이 하얗게 지고 있었다 후둑후둑 봉오리째 떨어지고 있었다 2019년 3월 30일 국립4·19민주묘지 매화꽃은 푸를 듯 희게 피었는데 비가 오다 우박이 쏟아지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날 떨어진 꽃잎인가 젖은 매화 향기가 너무 무겁다 ..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03.31
회양목 회양목 洪 海 里 눈발이 흩날리는 이른 봄날에 꽃이 피었는지도 모르고 무심하니 지나치는데 걸신들린 듯 벌 떼 잉잉거리는 소리 귀가 소란스러워 뒤돌아 자세히 보니 꽃이 피었다 잎도 작고 꽃은 더 작아 부끄러운 듯 부끄러운 듯 선비 사랑채 앞에 자리잡고 은밀하니 꽃을 피웠다 "참고 견뎌 내라!"고 잉잉대는 벌 떼가 소리칼 잡고 꽃말을 한 자 한 자 새기고 있다. 회양목 동의어 : 황양목(黃楊木), 화양목, 도장나무, 회양나무, 고향나무, box tree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03.18
아아, 무정 아아, 무정 洪 海 里 뻥튀기처럼 마구 터져나온 지상의 꽃들 벌 나비 한 마리 날지 않는 서울의 봄날. -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도서출판 움) (2003. 4. 7.)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03.13
어두일미 어두일미魚頭一味 洪 海 里 조기를 구우면 어머니는 대가리만 떼어 드셨다 아내도 애들을 낳고 나선 머리가 맛있다 했다 조기 머리 속에는 깨가 서 말일까 금이 닷 말일까 대가리를 씹다 돌만 깨문 나는 입 안이 얼얼하다. - 월간《우리詩》(2019. 4월호. 제370호) 나무야 나무야! 어떤 나무..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02.04
수심水深 수심水深 洪 海 里 날 선 칼날 위에 서서 시퍼렇게 눈을 떠라 그늘 없는 생이 무슨 깊이가 있겠느냐 사랑도 그리움도 아파야 비로소 환하게 피어나지 않느냐 절망도 고통도 깊어야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법이려니! - 2004. 06. 25. 바람의 방향 등 뒤에서 발걸음 재촉하듯 불어오면 힘껏 버텨..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9.02.03
수유역 8번 출구 수유역 8번 출구 洪 海 里 바람 부는 날 나 역에 나가 그대를 맞으리라. 수유역 8번 출구 그대를 처음 만난 곳. 사람들이 물밀듯 몰려 나오는데 그대는 보이지 않네. 한 계절이 그렇게 흐르고 한 해가 저물고 있는데, 눈도 내리지 않고 바람만 부는 한낮. 나 그곳에 나가 무작정 기다리네. 바람은 그날처럼 불어오는데 그대는 오지를 않네. 바로 그때,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 계간《리토피아》2018. 가을호(통권 71호).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8.09.21
대장간 사육제 대장간 사육제 洪 海 里 화덕에 바람을 불어넣는 풀무처럼 단 쇠를 온몸으로 안는 모루처럼 뜨거운 쇠붙이를 잡는 집게같이 달군 쇠를 내려치는 쇠메같이 두드린 연장을 담그는 물구유처럼 만들 연장을 그리는 대장장이같이 시인은 하늘이 눈과 닿아 있는 동안 나무거울 같은 시는 말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게 할 칼詩 호미詩 작두詩 괭이詩 도끼詩 쇠스랑詩 한 편 한 편 엮는 일 오늘이 세상 끝나는 날인 것처럼! *《우리詩》2018. 12월호 게재. * 대장간에 이런 예쁜 전문용어가 있다니 놀라웠다. 모루 : 달군 쇠를 두드릴 때의 받침 쇳덩이. 쇠메 : 묵직한 쇠토막에 구멍을 뚫어 자루를 박아 칠 때 씀. 어느 분야에서든 달인이 되는 건 쉽지 않다. 도장 찍는 일, 돈 세는 일, 빵 반죽, 국수 늘이는 일, 단순 반복..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8.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