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다리소반 개다리소반 洪 海 里 꽁보리밥 한 사발 김치 깍두기 풋고추 날된장에 탁주 한 대접 가랑비에 옷 젖듯 그리워지는 한여름 다저녁때 홀로 앉아서 주룩주룩 울었다 어머니 생각.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8.07.06
깜박깜박 깜박깜박 洪 海 里 한 단어가 문득 떠오르는데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사전을 펼쳤다 찾는 얼굴을 보기도 전에 눈에 띈 이쁘둥이에 꽂혔다 아까 찾던 소녀 어디 갔지? 그 소녀 이름이 사라졌다 내가 이렇다, 요즘.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8.03.28
한로寒露 한로 寒露 洪 海 里 노을빛 곱게 비낀 저녁 주막집 무너진 담장 아래 타는 샐비아 한잔 술 앞에 하고 시름하노니 그대여 귀밑머리 이슬이 차네.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8.02.23
우거짓국 우거짓국 洪 海 里 우거지상이라 욕하지 마라 봄은 아직 멀고 따끈한 국물이 그리운 2월 하순 달아난 입맛을 살려 줄 국 한 대접 김칫독에 널브러져 있는 우거지 국물이 푹 배어 있는 허연 골마지는 헹궈 버리고 고루고루 양념을 해 끓여낸 우거짓국 우중충한 날씨를 거두어 주는 우멍거..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8.02.21
병실 풍경 1~5 (2005 고려대 구로병원) 병실 풍경 1.환자는 애기다 벗기고 씻기고 남자 환자의 옷을 갈아입히는 여자 간병인 "관찮아요, 괜찮아요, 선생님! 환자는 애기예요." 부끄러워 자꾸만 망서리는 나이 팔십 "환자는 애기만도 못해요. 가만히 계세요, 괜찮아요." 그래도 몸을 움츠리고 가리는 나이 팔십. 2.어머니 마음 "내가..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6.12.05
한거일지閑居日誌 · 1~10 (2005. 고려대 구로병원) 한거일지閒居日誌 1~10 1. 하안거夏安居 삼복의 병실 천정에 매달려 면벽하노니 입 막고 눈 닫아걸었으나 귀는 줄창 열려 있어 바람이 울려주는 풍경소리로 마음벽에 암각화 한 폭 그리네 묵언 정진 중인 와불 하나 새기고 있네. 2. 고대산 구로암高大山求路庵에서 높은 산의 골짜기 깊은 ..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6.12.05
사랑에게 사랑에게 洪 海 里 눈동자가 흑금빛으로 반짝이게 새끼 염소처럼 새까맣게 웃어라 네가 가는 길은 끝나지 않았다 네가 서 있는 곳이 바로 끝이다.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6.11.15
백로白露 백로白露 洪 海 里 백로白鷺가 풀잎마다 알을 낳았다반짝 햇살에 알도 반짝!알 속에 하늘과 바다가 하나다너무 맑아그리움이나 사랑 그런 게 없다은은한 인생!-- 월간《牛耳詩》, (2003. 11월호) 봄을 낳고 여름을 품은 알이 얹힌 풀잎에 백로白鷺가 백로白露로 앉기까지 밤낮을 굴린 결정, 이 작은 물방울에 하늘 바다 하나라니. 시인도 백로白鷺도 산란의 시기는 다를 것. 포란의 계절 건너면그리움도 사랑도 다 걸러져 이렇게 맑게 맺힌 이슬에는 무엇을담을까. - 금강.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6.09.23
가을밤 가을밤 洪 海 里 밤을 도와 귀뚜라미 실 잣는 소리 실쏠실쏠 솔쏠솔쏠 목청 틔우고 귀를 세워 달빛 모아 베 짜는 소리 새벽 세 시 홀로 듣는 이승의 노래. <감상> 시는 가을밤 창문에 걸리는 소리다. 세상 모든 소리가 허공을 돌다가 한 번은 귀에 닿겠지만, 시는 새벽까지 긷던 하늘도 ..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6.07.03
<시> 백지수표 백지수표 洪 海 里 백지수표는 구겨진 휴지만도 못하다 숫자를 적어넣으면 화룡점정畵龍點睛일까 용이 꿈틀하는 순간 세상은 한 장 휴지가 되어 바람에 굴러 간다 무거운 춘몽春夢 속으로. - 시집『정곡론』(2020, 도서출판 움) 한국, 지난달 외환 보유액 4091억7000만 달러… 6개월 만에 감..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201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