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우이동 일지 7 - 기쁨 한 닢 우이동 일지 ·7 - 기쁨 한 닢 홍해리(洪海里) 백암연봉 병풍 아래 포근히 모여 사는 사람들 아침이면 떠나갔다 저녁이면 찾아드는 정다운 마을 버스표 한 닢으로 모든 것을 내어준다 푸른 숲도 맑은 계류도 산자락의 푸짐한 샅도 희고 푸른 바위산의 높이까지도.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8
<시> 우이동 일지 6 - 백운대 인수봉을 보며 우이동 일지 ·6 - 백운대 인수봉을 보며 홍해리(洪海里) 누구의 손으로 천년 아니 억겁의 세월이 빚은 지상에서 가장 잘 생긴 서울의 유방 한 쌍 하늘에 드러낸 맑은 살결 서울을 골짜구니에 품은 채 젖빛 안개로 부끄러움을 가리는 이곳에 오르면 악인도 신선이 되어 사람마다 날개가 돋는다 나무가 ..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8
<시> 우이동 일지 5 - 까치 한 쌍 우이동 일지 ·5 - 까치 한 쌍 홍해리(洪海里) 언 하늘 나뭇가지에서 나뭇가지로 두려움도 없이 뛰어내린다 아찔아찔 현기증이 난다 깍깍깍 깍깍 청아한 목청으로 하늘을 찍어 온산을 깨뜨린다 나뭇가지 위에 피었던 눈이 다시 눈 위로 쏟아져 내려 하나가 된다 눈부신 비상과 낙하 오르고 내리는 것이..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7
<시> 우이동 일지 4 - 산행 우이동 일지 ·4 - 산행 산을 오른다 쉬엄쉬엄 오른다 나무 아래 바위 위에 앉아 나무늘보처럼 마음을 늘어뜨린다 마음은 녹아 바람이 되고 몸은 녹아 물이 되어 흐른다 바보가 된다 문득 새소리에 멍청히 나를 잃어버린다 멍하니 뒤를 돌아다본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물소리에 귀를 적시고 내가 무엇..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7
<시> 우이동 일지 3 - 어느 날 우이동 일지 ·3 - 어느 날 홍해리(洪海里) 꼭두새벽 일어나 조반상 받고 혼자서 밥상머리 수저를 들면 사는 일 눈물겨워 목이 메이네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도 나고 어릴 적 떠나 버린 여동생 순이 어린 것들 잠자리 뒤채이면서 동화 속 왕자 공주 미소하는데 그믐달이 해적선처럼 떠 있는 섣달 스무여..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7
<시> 우이동 일지 2 - 출판 기념회 우이동 일지 ·2 - 출판 기념회 이생진 시인의 열 번재 시집 『섬에 오는 이유』를 안고 우이동 다섯 시인들 못난 시인들 〈충무집〉부두에 앉아 소주를 털면 가슴마다 무인도가 솟는다 그는 바닷바람, 파도, 갈매기 가슴 입을 열어 말을 피울 때마다 그대로 한 송이 시인 그 『시인의 사랑』은 그의 열..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7
<시> 우이동 일지 1 - 봄날에 우이동 일지 ·1 - 봄날에 홍해리(洪海里) 시도 때도 없이 울어쌓는 소쩍새.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내 마음.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7
<시> 화순 기행 화순기행 홍해리(洪海里) 진달래 버는 남녘땅 뱀들도 눈을 뜨고 난초꽃 무더기 속에서 수런거렸다 쑥 냉이 냄새가 묻어나는 바람을 타고 들려 오는 노랫소리 높은 음계로 계집애들이 불러댔다 청미래덩굴과 가시나무 사이로 토끼똥도 보이고 멧돼지 말자국도 찍혀 있었다 앞산 양지쪽에서는 하얀 옷..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7
<시> 이런 봄날에 이런 봄날에 홍해리(洪海里) 하늘 끝서부터 강물소리 푸르고 웃음소리 떼로 몰리는 과수원집 앞마당 시집간 딸이 입덧이라고 입마다 감탄사들 햇빛도 오늘은 와와 바람처럼 쏟아지고 튕겨오르는 공처럼 몰려가는 여학교 신입생들 아아 이런 봄날엔 수사법책이나 들춰 봐야겠네.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7
<시> 화신 화신 홍해리(洪海里) 붕어가 알을 까고 사내가 미워질 때, 뒷산에 소쩍새 울고 진달래꽃 벙글어라. 계집들 왼쪽 옆구리 연두색 달이 뜨면, 외짝 날개 외짝 날개 목마르게 바람타네.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