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고감도 고 ·감 ·도 홍해리(洪海里) 바다는 전신이 고감도 속옷 같은 것 아예 걸치지도 않는다 눈빛만 닿아도 부르르 몸을 떤다 밤이나 낮이나 잠들지 못하고 섬도 그냥 놔두지 않는다 음악이 없어도 바다는 춤을 추고 바다의 자동 테입은 계속 돌아간다 누구나 바다에 오면 고감도가 된다 나이든 남자도 번..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다시 죽고 싶은 바다 다시 죽고 싶은 바다 갑도에서 홍해리(洪海里) 유리보다 맑고 푸른 바다 꽃상여 한 채 간다 바닷속으로 바닷속으로 미끄러들 듯 통통배 한 척 북치며 간다 둥둥둥 간다 갑도에서 저승섬으로 마지막 뱃길 꽃으로 밝히고 북소리 길을 따라 눈이 부신 하늘 바다 정월 초여드렛날 바다로 바다로 간다 다시 ..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임보조 林步調임보조 홍해리(洪海里) 섬으로 떠나기 전날밤 야삼경까지 소풍가는 소학생 들뜬 시인아 설친 잠 달을 엮어 시 한 수 읊고 충무바다 주막집 마루에 앉아 무학소주 한잔 하고 바다를 보네 너훌너훌 학춤 추는 바다를 보네 제 먼저 서울까지 달려와 치맛자락 내둘리던 바다를 보네 밤새도록 보채던..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비진도 수달 비진도 수달 洪 海 里 수달을 잡으러 비진도엘 갈까 밤이면 바닷가 바위에 걸터앉아 문어란 놈 끌어안고 야금야금 날맛을 즐기고 있는 수달을 잡으러 비진도엘 갈까 눈 감고 먹는 맛이 그리 좋은지 파돗소리 곡조 맞춰 흥에 겨워라 사람이 와도 모른 척 시치미떼는 그 녀석 새까만 털빛 ..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욕지도로 가며 욕지도로 가며 홍해리(洪海里) 바다로 섬으로 다니다 보니 내가 바닷사람 섬사람이 다 됐는지 배편을 묻는 사람이 있네 나는 바다를 내다보고 선창으로 날아드는 갈매기만 바라보네 내가 가는 길이 어딘지도 모르고 한 번도 가 본 일이 없는 욕지도 충무에서 프린스호 잡아타고 바다를 나네 바다를 잡..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청산도에서 청산도에서 - 청산여객 미니 버스 홍해리(洪海里) 운전기사는 안경낀 미남총각 안내양은 열일곱의 섬갈매기 기인 머리 땋아 늘인 서늘한 눈매 자가용 타고 스키장 가는 꿈 꾸며 탈탈탈 자갈길 먼지 피며 간다 솔바람에 귀 씻으며 씻으며 간다.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배 안에서 배 안에서 홍해리(洪海里) 청산도에서 완도로 가는 배 삼영호 선창을 안개가 친다 한겨울 여섯 시는 캄캄한 새벽 잠에서 덜 깬 승객들 눈꼬리에 졸음이 덕지덕지 더러는 난롯가에 모여 있고 더러는 잡담으로 사투리를 날린다 학생 군인 스님 노파와 사내들 배 안에서는 내외가 없다 선상에서도 주도권..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비진도에서 - 샛바람 비진도에서 - 샛바람 홍해리(洪海里) 술에 젖어 파돗소리도 놓치고 바람소리에 잠이 깨이다 비진도의 옛이름은 미인도 그 자랑에 밤잠을 잃었던 김금찬 할아버지는 미수의 청년 대대로 익혀 온 섬영감의 일기예보 오늘은 바람 불고 비 오겟다 오후에 배 타려다 또 묵겠으니 아침배로 떠나라 성화를 댄..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그리움 - 비진도에서 그리움 - 비진도 에서 홍해리(洪海里) 이승 저승 따로 없는 바다에서는 물너울 너훌너훌 그 앞에서는 사랑도 미움도 매한가진데 숨기고 폭로하고 대들고 용서하고 울면서 웃어 주고 죽으며 사는 사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리운 사람 시작과 끝 따로 없는 바다에 와서 그 사람 생각나네 그리워지네.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금일도에서 금일도에서 홍해리(洪海里) 바다는 한 송이 유채꽃보다 신선하다 눈썹 끝에 떠오르는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잘디잔 꽃잎 몇 장 한눈에 보이지 않은 꽃은 뉘게도 곁을 주지 않는다.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