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다 앞에 서면 - 보길도 시편 20 바다 앞에 서면 - 보길도 시편 20 홍해리(洪海里) 나는 젖먹이 도리도리 짝자꿍 곤지곤지 잼잼. 바다는 나를 보고 일어서라 한다 걸음마하라 한다 고네고네 따로따로. 그러난 바다 앞에 서면 나는 꼼짝도 하지 못한다 불무불무 불무야 불무불무 불무야.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바다에 갈 때는 - 보길도 시편 19 바다에 갈 때는 - 보길도 시편 19 홍해리(洪海里) 떠나기 전 모두 버리고 가라 누구나 바다 앞에서는 청맹과니 귀머거리 행복한 사람.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바다와 낙타 - 보길도 시편 18 바다와 낙타 - 보길도 시편 18 해질녘 바닷가에 나가 보면 짐 실은 낙타가 바다 위를 가고 있다 수천 수만 마리 열지어 가고 있다 새낄 뱄는지 불룩한 배가 무겁다 낙타는 끝없는 모래바다를 가고 있다 서역 삼만 리 길을 낙타는 가고 있다.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정 - 보길도 시편 17 정 - 보길도 시편 17 바다에 정이 들면 귀신보다 무섭다 바다에 정이 들면 사람보다 무섭다. 귀신이 무서우면 바다에 가고 사람이 무서우면 바다에 가자.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능갈 - 보길도 시편 16 능갈 - 보길도 시편 16 바다 접어 옆에 끼고 떠돌다 떠돌다 조그만 섬 양지뜸 소나무숲 바람소리 오막살이 엮어 세워 까투리만한 고운 색시 남몰래 모셔다가 넝마 다 된 마음자락 파도 이랑 펼쳐 놓고 갈매기 떼 쪽빛 하늘 능청능청 바라보리.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겨울 바닷가 - 보길도 시편15 겨울 바닷가 - 보길도 시편 15 홍해리(洪海里) 겨울 바다 쑥돌 해안 보길도 예송리 단 한 개도 주워 가지 말라 네모지게 눈을 부라리는 경고판 바다와 바다 사이 예작도 소도 자개도 반짝이는 하얀 날개 죽지를 퍼덕이며 날아오르려 하고 그 바람에 잠이 깬 잘디잔 파도 쑥돌 해안을 조용히 덮쳐 짜르륵 ..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바다 앞에서는 바다 앞에서는 - 보길도 시편 14 홍해리(洪海里)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울어야 할 필요가 없다 질투할 필요가 없다 쓸쓸해 할 필요가 없다 싸워야 할 필요가 없다 절망할 필요가 없다 흥분할 필요가 없다 자학할 필요가 없다 불평할 필요가 없다 체념할 필요가 없다 증오할 필요가 없다 죽어야 할 필요가 ..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섬에 가면 - 보길도 시편 13 섬에 가면 - 보길도 시편 13 섬에 가면 섬처럼 아름다운 비밀을 품고 섬이 되어 사는 사람이 있다 너무 아름다워 남에게 말할 수 없고 말해서는 안 되는 비밀 밤마다 꿈은 그 비밀을 안고 하늘까지 솟구치고 그때마다 진주를 기르는 조개처럼 바람의 말 파도의 말로 꽃피우는 섬이 있다 아침이면 바다가..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처녀모인 바다 - 보길도 시편 12 처녀모인 바다 - 보길도 시편 12 섬이 끝나는 곳에 바다 바다가 끊긴 곳에 섬이 솟았다 밤새 같은 체위 반복 운동을 하고 난 아침 더욱 싱싱한 바다 건강한 섬을 천 개나 낳았다 그녀는 여전히 등이 푸르고 황홀한 율동으로 찬란한 물빛으로 봉합 자국도 남기지 않고 또 섬을 낳을 채비를 하고 있다 영원..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
<시> 그 사람 - 보길도 시편 11 그 사람 - 보길도 시편 11 따라오겠다는 사람 못 데리고 와서 그 사람 얘기만 방 안 가득 담았으니 얼마나 귀가 간질간질 가려웠을까 파도가 달려가 귀를 가득 채웠겠지 가슴엔 고운 섬도 하나쯤 솟았겠지. 시집『청별淸別』(1989) 200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