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 겨울엔 이 겨울엔 洪 海 里 이 겨울엔 무작정 집을 나서자 흰눈이 천지 가득 내려 쌓이고 수정 맑은 물소리도 들려오는데 먼 저녁 등불이 가슴마다 켜지면 맞아주지 않을 이 어디 있으랴 이 겨울엔 무작정 길 위에 서자. - 시집『투명한 슬픔』(1996, 작가정신)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1
<시> 수일 사백 부인의 술 솜씨 壽一 訶伯 부인의 술 솜씨 홍해리(洪海里) 포천 이동막걸리가 맛있다 해서 그곳의 물이 좋아 그렇다 해서 물통 지고 가서 한 짐 길어다 찹쌀 고두밥을 고이 지어내 누룩 빻아 정성으로 술을 안치니 술익는 내음 밖으로 새어나가서 지나가던 강아지도 눈이 벌겋네.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1
<시> 행운유수 행운유수行雲流水 洪 海 里 오늘 저녁에는 발 씻고 눕자 북한산 눈먼 바람 속삭이는데 하늘못에 발 담그고 앉아 있으면 별들이 반짝반짝 불켜고 있네 둥근 달도 빙긋이 눈길 던지니 오늘밤엔 별나라 찾아가 자자.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1
<시> 갯쑥부쟁이 갯쑥부쟁이 홍해리(洪海里) 눈 속에서도 자주꽃을 피우고 땅에 바짝 엎드려 있던 계집애, 잊었구나, 했더니 아직 살아 있었구나, 너 이 나라 남쪽 바다 牛島 기슭에.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1.30
<시> 권위 권위 홍해리(洪海里) 단체란 것이 다 그렇듯이 회원이란 존재가 있기나 한가 선거철에야 귀한 한 표가 되지 문단의 단체들도 권위가 있어 감투싸움 돈싸움 꼴불견일세.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1.30
<시> 모래알 나라 모래알 나라 홍해리(洪海里) 모래알 나라 속을 따라가 보니 향기로운 山과 江이 거기 있었네 사람들이 땅을 갈고 씨앗 뿌리고 꽃 벌고 나비 나는 세상 있었네.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1.30
<시> 서향瑞香 -화적花賊 서향瑞香- 화적花賊 洪 海 里 꽃 중에서도 특히 이쁜 놈이 향기 또한 강해서다른 놈들은 그 앞에서 입도 뻥끗 못하듯,계집 가운데도 특히나 이쁜 것이 있어서사내들도 꼼짝 못하고 나라까지 기우뚱하네. * 화적: 서향瑞香 앞에서는 모든 꽃의 향기가 쪽을 못쓴다 해서 서향에 붙여진 별명. 꽃말이 '꿈속의 사랑'인 것을 보면 허망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 隱山.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1.30
<시> 白梅 백매 홍해리(洪海里) 얼마나 먼길을 밤 도와 달려왔을까 겨우내 꽃잎 한 장 가슴에 품고 꿈꾸며 쓰러지며 달려왔을까 눈빛 고운 그 사람 등불 밝히려.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1.30
<시> 素心 素心소심 홍해리(洪海里) 청산가리 먹고 죽은 젊은 과부가 소복을 차려 입고 친정엘 간다 이슬길 밟고 가다 사낼 후릴까 분단장 곱게 하고 바람을 탄다.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