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408

얼굴

얼굴 洪 海 里   얼이 들락이는 굴이라서 얼굴 아닌가 눈 코 귀 입 모두가 구멍인데다들 두 개지만 입은 하나 두 번 보고 두 번 듣고 두 번 숨쉬고 나서 입은 한 번만 열라고 말이 많아 얼이 나가면얼간이 얼뜨기 얼치기 얼빠진 놈! 그러니얼이 빠진 굴 앞엔 누구 하나 얼씬없지.   * 말이 많다 보면 누구나 얼이 빠지기 십상十常이니 함부로 입을 열고이런저런 아는 체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그놈의 입이 근지러워 참지 못하고  간릉幹能을 떨게 되니 어쩔 수 없다. (2009. 11.)

금주선언서

금주선언서 洪 海 里  "나 홍해리는 내일(2022년 5월 13일, 금요일)부터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을 선언합니다." 2022년 5월 12일북한산 골짜기 우이동에서,                                홍 해 리 印. "증인 임보 시인 앞에 엄숙히 약속합니다"라고밝히고 내 마음을 다스리려 했는데믿었던 임보 시인이 거절했습니다. "며칠 후에 한잔합시다, 지금 이미 집에서 한잔하고 있으니!" "그때는 나 홍해리하고 술 마시자는 말 하지 맙시다!' "그래야지, 그래야지!" 세상은 그렇게 흘러갑니다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갑니다그러다 끝나겠지요그후엔 무엇일까요누가 알까요누가 말해 줄까요? 그래서, 오늘 나 홀로 선언합니다!술과의 사랑인 전쟁을 끝낸다는 사실을 세상에 당당히 밝힙니다. 2022년 5..

푸른 하늘 무지개

푸른 하늘 무지개 洪 海 里  늙바탕에 한무릎공부했다고깔축없는 것이 어찌 흔하겠는가세상 거충대충 살아도파근하고 대근하기 마련 아닌가 나라진다 오련해진다고징거매지 말거라한평생 살다 보면차탈피탈 톺아보게 되느니 더운 낮에 불 때고추운 밤에 불 빼는어리석은 짓거리 하지 마라 씨앗은 떨어져야 썩고썩어야 사는 법때 되면 싹 트고 열매 맺느니.- 월간 《우리詩》 2023. 1월호. * 늙바탕 : 늙은 노인이 된 처지한무릎공부 : 한동안 착실히 하는 공부깔축없다 : 조금도 부족하거나 남는 것이 없다거충거충 : 세밀하지는 못하지만 일을 대강 빠르고 쉽게 하여 나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대충대충 : 일을 꼼꼼히 하지 않고 적당히, 간단하게파근하다 : 힘이 빠져 노곤하고 걸음이 무겁다대근하다 : 견디기가 힘들고 만만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