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408

시야 시야詩野!

시야 시야詩野! 洪 海 里 긴불긴간에 쓰고 살겠다니 내 속이 나를 속이겠는가 가물과 가뭄이 어떻게 다른가 가물가물 오락가락하는 내가 마음속 곰비임비 쌓이는 생각 하나하나 제대로 벼리지도 못하면서 으면 으 아면 아야지 으밀아밀하지 말아야지 혼자 걸으면 빨리 간다 해도 징은 바람의 길이 멀어 빨리 울지 않는다 느리게 느리게 울며 가는 징처럼 너도 부디 그러 하거라 시인은 시를 읽지 않고, 산다 우이를 잡아 시를 살아라!

이 사내가 사는 법

이 사내가 사는 법 洪 海 里 우연이 필연을 만나 인연이 된다는데 꼴리면 꽂고 물리면 빨고 밀리면 날고 쏠리면 쏟고 달리면 쏘고 놀리면 놀고 딸리면 앉고 헐리면 쌓고 팔리면 사고 걸리면 차고 굴리면 울고 곯리면 먹고 양지기인들 어떻고 양치기인들 어떻겠는가 은린옥척인들 어떻고 김지이지인들 어떠랴 세상 사람 사는 일이 말랑말랑 몰캉몰캉 명랑젓 씹은 듯 씹힌 듯 산 들 어쩔 것인가 살아 본들 또 어떨 것인가!

가면의 힘

가면의 힘 洪 海 里 가면의 힘은 교활하다 황소보다 더 세다 가면은 투명하다 그래서 무섭다 센 것이 아니라 무섭다 보이지 않는다 과거도 속도 없다 COVID-19시대 눈에 보이는 가면을 쓰고 우리는 산다 감춰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 감추고 싶은 것은 또 얼마나 많은가 한날한시를 같은 날 같은 시라고 한들 달라질 게 무엇인가 변장했다고 면장을 몰라보겠는가 가면에는 시계가 없고 거울도 창문도 없다 그게 가면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