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장맛비 洪 海 里 내려라 쏟아져라 퍼부어라 번개 치고 천둥아 울어라 벼락도 때리거라 내 청춘도 한때 그랬거니 장맛 없는 된장국 맛있겠느냐 내려라 쏟아져라 퍼붓거라!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7.05
인생 인생 洪 海 里 혼자,살다 보니그냥,살아지네. 그래,살다 보니홀로,사라지네! * 날씨가 더워지니 소화가 잘 안 되는지 속이 징건하다.마당가 풋고추 몇 개 따 안주 삼아 막걸리 한 병으로 저녁을 때운다.우이동 산바람이 시원하게 함께해 주니 고맙기 그지없다.거충거충 사는 데도 파근하고 대근하다.지나간 일 하나하나 오련해지니 무엇이 기억에 남을 것인가!- 隱山.- 월간 《우리詩》 2021. 10월호. * 여인의 옆모습을 형상화한 꽃다발. - 도서출판 놀북.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7.02
한범 홍형택洪熒澤 한범 홍형택洪熒澤 洪 海 里 한범이는 내 맏손자 2004년 한글날 꿈속에서 호랑이를 품고 나서 지리산 청학동을 찾아가던 날 차 안에서 연락을 받고 꽃 한 송이 들고 병원에 들러 첫 상면을 했지 달리는 차 안에서 생각을 모아 이름을 뭐라 지어 줄까 하다 한글날 태어났으니 '한글'이라 할까 아니, 기왕이면 사내다운 이름을 주자는 생각으로 '한범', 즉 큰 범이란 뜻을 새겨봤지만 아버지가 나에게 봉우리 '봉峯'자를 주시고 내가 아들에게 옥돌 '민珉'자를 주었듯이 아들은 손자에게 반짝일 '형熒'자를 붙여 주어 남양 홍씨 익산군파 38세손의 이름은 洪熒澤이 되었으니 洪자도 물이요, 澤자도 물이니 앞뒤의 물을 막을 字는 불밖에 없지 않은가 괜찮은 선물이구나 했지 어릴 적부터 손자의 꿈이 경찰이라 하니 그것 또한 좋..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6.24
삼각산운三角山韻 삼각산운三角山韻 洪 海 里 백운화산白雲華山이니 華山白雲이라. 인수은산仁壽隱山이니 隱山仁壽니라. 만경이산萬景異山이니 異山萬景이라.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6.18
고독사 고독사 洪 海里 남의 일이 아니다내일 일 아닌 내 일이구나 내 나이 몇이라고?벌써 팔십이 넘었다고! 부드럽게 말해도너무 팔팔하고 쎈 발음이 영 안 좋네 팔아먹을 게 남아 있긴 한 것인가살 수는 있는가, 뭐로 뭘 사겠는가 그럼 죽는 것인가난감하네 난감하네 독 오른 고추 몇 개 따다날된장 찍어 술안주나 하자!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6.16
나는 날마다 무덤을 짓는다 나는 날마다 무덤을 짓는다 洪 海 里 해가 지면 문을 닫고 하루를 접는다 하루는 또 하나의 종점 나는 하나의 무덤을 짓는다 문 연 채 죽는 것이 싫어 저녁이면 대문부터 창문까지 닫고 다 걸어 잠근 고립무원의 지상낙원을 만드노니 둘이 살다, 셋, 넷, 다섯, 이제는 다들 떠나가고 나만 혼자, 홀로, 살다 보니 집이 천국의 무덤이 되었다. - 월간 《우리詩》 2021. 12월호.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6.13
풋고추에 막걸리 한잔하며 풋고추에 막걸리 한잔하며 洪 海 里 처음 열린 꽃다지 풋고추 몇 개 날된장에 꾹꾹 찍어 막걸리를 마시네 나도 한때는 연하고 달달했지 어쩌다 독 오른 고추처럼 살았는지 죽을 줄 모르고 내달렸는지 삶이란 살다 보면 살아지는 대로 사라지는 것인가 솔개도 하늘을 날며 작은 그늘을 남기는데 막걸리 한잔할 사람이 없네 아파도 아프다 않고 참아내던 독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인가 보잘것없는 꽃이 피고 아무도 모르는 새 열매를 맺어 접시에 자리 잡은 고추를 보며 검붉게 익어 빨갛게 성숙한 가을을 그리네. - 계간 『문학춘추』 2024.여름호(제127호).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6.13
미끈유월 미끈유월 洪 海 里 정성 다해 빚은 술곱게 익으면용수 질러 꽃국을 뜨리 꽃같이 이쁜 신부 자지러질첫날밤 새신랑의 꽃잠을 위해 사부랑삽작 뛰어오르는밤꽃 내음새 무등, 무등 좋은 날의 무진함이여! * 여수 바다의 노을 : 박주희 시인의 페북에서 옮김.(2021.07.20.)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6.13
밤꽃 야화 野話/夜話 밤꽃 야화 洪 海 里 상처한 사내 이혼한 여자 밤꽃 피는 계절 밤꽃 피는 마을 낮에도 밤꽃 밤에도 밤꽃 밤에도 꽃밤 낮에도 꽃밤. * 밤꽃 : 홍철희 작가 촬영.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6.06
나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 洪 海 里 건강보험료 납부 증명서를 떼어 보니"해당 없음"이라고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증명합니다 납세증명서를 떼어 봐도"해당 없음"이라고도봉세무서장이 밝히고 이어 지방세 납세증명서를 떼어 봐도"해당 없음"이라고 서울특별시 강북구청장이 증명해 줍니다 나는 대한국민이긴 한 것인가이러고도내가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가 국민 여러분 미안합니다내가 그간 칡처럼 등나무처럼,담쟁이덩굴처럼 살았나 봅니다 이제 칡과 등처럼 갈등하지 않고차탈피탈 핑계 대지 않겠사오니해량하시기 바랍니다. - 월간 《우리詩》 2022. 1월호.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