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꽃 洪 海里 좋아한다 눈짓 한번 준 적 없는데나 혼자 반해서 난리를 치다니 사랑한다 한마디 말도 없는데나 혼자만 미쳐서 안달하다니 가까이서 보라고?멀리서 바라보라고?적당한 거리를 두라고? 한겨울 밤이 깊어 막막해지면이제 별꽃이나 따자, 이별꽃마음 없는 말이라도 한마디 할까, 아니네! * 세상천지 꽃들은 죽음보다 무서운 무관심인데꽃에 빠져 한평생 흘러갔구나!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4.10
늙마의 꿈 늙마의 꿈 洪 海 里 꼭두식전 잠 깨어 창밖을 보니 속눈썹 깊은 어둠샐 날이 없어 취한 달 징검징검건너가는 봄 가는 길가 주막집꽃소주 한잔. - 월간《우리詩》2021. 7월호.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4.06
한세월 한세상 한세월 한세상 洪 海 里 꽃이 피고 지는 사이 물이 들고 나는 사이 달이 뜨고 지는 사이 해가 오고 가는 사이 나는 나를 알지 못했구나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 꽃을 보고 반하지 말라! 꽃은 새로에 잎도 내게 이끌리지 않는다. 喜樂喜樂하는 것은 나일 뿐 자연은 힁허케 눈을 돌린다. - 찰나를 놓지지 않고 꽃의 쨈새를 산말로 그려내야 나의 시는 산다. * 이산재에서 전선용 시인 촬영.(2021.04.01.)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4.05
무제 무제 洪 海 里 이만큼 살았으면 삶이 꽉 차야 맞는데 어찌 텅텅 비어 쓸쓸한가 한잔하고 흔들리다 집에 닿아 문을 열면 비어 있는 어둠 속 길이 안 보이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3.30
뜰에 서서 뜰에 서서 洪 海 里 작은 집 좁은 방 그 속에 살아도 뒷산은 내 정원 앞 내는 내 시내 뭘 더 바라랴 고맙다 세상아 내가 네게 태양이고 네가 내게 달이면 밤낮이 다 환한 세상 달없는 밤엔 별 더욱 반짝이고.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3.30
도道 도道 洪 海 里 가자 가자내 갈 데는 오직 그곳 낮은 곳낮은 나라 누구도 원치 않는 세상그러나 가장 넓은 나라 가자 가자나의 나라 낮은 나라. * 참수리 : 홍철희 작가 촬영.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3.30
땅 땅 洪 海 里 밟아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는포근한 땅이라면, 풀과 나무 마음껏 뿌리를 내리는한 평의 흙이라면,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3.30
설거지 설거지 洪 海 里 설날 굶은 거지가설거진 줄 알았더니, 몸을 씻고마음을 닦는 일 날아가는 새가 싼 똥이 정수리에 떨어지기도 하고지나가던 개가 바짓가랑이에 오줌을 갈기기도 하는 사람 사는 세상쑤세미와 행주가 필요한 식은땀이 나고진땀이 솟는 마음을 씻부시고 설거지하는나이 든 사내 하나 있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3.30
하루살이의 꿈 하루살이의 꿈 洪 海 里 물감을 찍어 마른 잎 몇 개 달린 겨울나무를 그렸다말리려고 걸어 놓은 흡족한 그림이 바람에 날렸다찾아나선 길에 온종일 산과 골짜기를 걷고 또 걸었다홀연, 내가 꿈속에서 그림을 그렸구나 하는 생각에희망과 절망이 한 몸인 꿈에서 슬프게 걸어나왔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1.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