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민국 여의민국 홍 해 리 어느 천년에황하가 맑아지겠느냐백년하청이지해가 뜨지 않는 세상어느 세월, 어느 구석에꽃 피는 봄날이 올 것인가. 여우도 쥐새끼도 정치적인여의민국일락서산일 것인가천년일청이라도천리동풍 불어천리만리 꽃 향기 날 것인가.- 월간 《우리詩》 2024. 10월호.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4.01.21
늙마의 봄 · 2 늙마의 봄 · 2 홍 해 리 나일 먹고 또 나이 들어도 그림 속 떡을 보고 침을 흘리고 사촌이 땅을 사면 축하할 일인데 왜 아직도 내 배가 아픈 것인가 어느새 깨복쟁이 멱감던 개울가를 돌아보고 사철나무 서 있던 우물가를 서성이는 늙마의 봄이 오니 볼 장 다 보고 나서도 휘영청 달 밝은 밤이 되면 하늘에 그물을 던지고 있는데 봄이 오면 정녕 고목에도 꽃이 피는 그곳으로 발밤발밤 가 볼 것인가 발바투 달려갈 것인가 무한 적막은 어떻게 잡고 영원은 또 언제 그릴 것인가 봄이 와도 봄이 아닌 나의 봄이여. - 계간 《창작21》 2024. 봄호.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4.01.21
지금 여기 지금 여기 洪 海 里 이곳 내 생生의 한가운데 어제도 내일도 없는 거지중천居之中天 별 하나 반짝이고 있네. 지금 여기 홍 해 리 이곳 내 生의 한가운데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네 거지중천居之中天에 별 하나 반짝이고 있네. *ㅔ : 데/ 네/ 에/ 네 지금 여기 홍 해 리 이곳 내 生의 한가운데 어제도 내일도 없는 거지중천居之中天에 별 하나 반짝이고 있는. * 데/ 는/ 에/ 는.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4.01.12
꿈 꿈 洪 海 里 하늘 가득 별이 깨알같이 박여 있었다 문 밖에 하얀 아기 토끼 한 마리 오들바들 떨고 있어 품에 안아 방에 들여놓았다 계묘년癸卯年 섣달그믐 밤이었다 푸른 용이 동녘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 2024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靑龍]의 해. 나이 들어 꾸는 꿈은 대부분 지나간 시절에 관련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며칠 전 생애 처음으로 이상한 꿈을 꾸었다. 하늘이 온통 별로 꽉 차 반짝이고 있었다. 별들이 깨알처럼 박여 빈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문 밖을 보니 아주 작은 하얀 토끼가 바들바들 오들오들 떨고 있어 얼른 안아서 방 안에 놓아 주었다. 2023 계묘년 토끼해가 저물고 오는 해는 푸른 용의 해이니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청룡의 기운이 샘솟기를 기원해 본다. 이 글은 일기가 아..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3.12.24
늙마의 봄 · 1 늙마의 봄 · 1 洪 海 里 봄바람 운다고 봄이 아니고 꽃 피고 새 온다고 봄이 아니네 벚나무에 벚꽃, 복숭아나무에 복사꽃, 꽃다지에 꽃다지꽃, 민들레에 민들레꽃 단다고 봄이 아니듯 제비 오고 휘파람새 지저귄다고 봄이 아니네 * 퇴고 중인 초고임.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3.12.22
세상 뭐 별것인가 세상 뭐 별것인가 洪 海 里 참으로 구차苟且하다 시인으로 살아온 것이 지난한 내 삶이었고 버젓하지 못한 것 없었으나 산은 높아야 하고 바다는 깊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조까지로라는 말 한마디에 내 한평생이 다 날아갔구나.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3.12.19
족족足足 족족足足 洪 海 里 매화는 꽃을 피워 벌 나비를 부르지 않고, 난초는 꽃을 피워도 소문을 내지 않는다. 국화는 서리가 내려도 탓하지 않고, 대숲이 소란스럽다 바람 탓하지 않는다.- 월간 《우리詩》 2024. 10월호.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3.12.04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洪 海 里 봄에는 땅만 내려다보았다. 여름이 되자 앞을 보았다. 가을이 오자 옆을 보고 뒤를 보게 되고, 이제 겨울이 오니, 비로소,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3.11.26
시詩 시詩 洪 海 里 바람 불면 돌아가는 바람개비 그건 시가 아니다. 바람이 없어도 시는 돈다 그래야 시다. 1920년생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원고지에 이렇게 글을 쓴다. 새해 소망은 시인이 되는 것이다. /이덕훈 기자 육필 원고와 국어대사전, 돋보기가 놓여 있는 김형석 교수의 책상. /박돈규 기자 조선일보.(2024.01.14.)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3.11.25
미꾸라지 미꾸라지 洪 海 里 이미 논은 누렇게 익어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고 있다 논과 논 사이 푸르게 바랜 수로에 밀집모자가 떴다 베잠방이를 무릎 위까지 걷어 올린 채 허리를 굽혀 움직이는 손길이 날래다 미끈/미끌 빠져나가는 허탈에도 꽉 찬 힘이 되살아나는 가을은 미꾸라지 한 마리로도 충만한 풍경이 된다. 계: 동물계 문: 척삭동물문 강: 조기어강 목: 잉어목 과: 미꾸리과 속: 미꾸리속 종: 미꾸라지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