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에서 洪海里 시집 『대추꽃 초록빛』(1987) 포기 연습 / 홍해리 한양대학 부속병원 905호실의 하얀 공간. 다 거두어 들인 들판 비끼어가는 가을햇살처럼 조금은 쓸쓸하고 담담하게 내가 둥둥 떠 있다. 녹색 수술복 금식 팻말. 하나씩 하나씩 비워내고 마지막 하나까지 비운 다음 눈 감고 실려가는 수술실은 머..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10.09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1980)에서 洪海里 시집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1980) 우이동에서 / 홍해리 떨리는 손을 모아 어둠 속에서 신부의 옷을 벗기우듯 하나씩 하나씩 서서히 아주 서서히 인수봉과 백운대에 걸친 안개옷을 걷어올리는 하느님의 커다란 손이 보인다 비가 개이면 푸르른 솔밭 위로 드디어 드러나는 허연 허벅지 ..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10.07
洪海里 시집『우리들의 말』(1977)에서 洪海里 시집『우리들의 말』1977 에서 가을 / 홍해리 만났던 이들을 모두 버리고 이제 비인 손으로 돌아와 푸른 하늘을 보네 맑아진 이마 오랜만에 만나는 그대의 살빛 無明인 내가 나와 만나 싸운다 잠 속에서 / 홍해리 일어나자 일어나자 시 한 편 쓰지 못하고 지샌 어둡고 긴긴 겨울밤 웅크리고 눈감..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10.06
[스크랩] 홍해리 시집『武橋洞』1976 에서 무교동武橋洞 1 / 홍해리 빛나는 물, 빛인 물, 너 물이여 별인 물, 달인 물, 바람인 물, 불인 물, 무의미의 물이여 아득한 심장에 타는 불의 찬란한 불꽃이 잠들 때까지. 안개 속에서 누가 신방을 차리고 하염없음과 입맞추고 있다 바다에 익사한 30대 사내들 일어서는 손마다 별이 떨어지고 달이 깨어지..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10.04
洪海里 시집『花史記』(1975)에서 洪海里 시집『花史記』(1975) 에서 겨울 삽화 / 홍해리 Ⅰ 석유 파동 이후 연탄이 빨갛게 타는 난로 주변 주택복권 얘기가 꽃피고 조간신문 7면 잉크에 젖어 있는 매몰 광부의 구겨진 유서. Ⅱ 사람들은 다 어디 가 숨고 보드라운 혓바닥만 살아 뱀도 되고 은어도 된다 헐벗은 가슴의 사내들이 값싼 유행..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10.03
[스크랩] 冬菊 외 / 홍해리 시집『投網圖』1969 에서 홍해리 시집『投網圖』1969 에서 冬菊 / 홍해리 동지ㅅ달 찬 바람이 지동치듯 먼 산을 돌아온다. 꽃은 모든 것을 버린 여인처럼 삼동의 이야기를 지꺼리고 있다. 가슴 가득 괴는 아아 이 순순한 내음. 내 혓바닥엔 가시가 천 개쯤 돋아나 있..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10.01
<시> 나를 이사하다 외 10편 나를 이사하다 / 홍해리 한평생이 꿈이었다 말하지 말라 꿈의 먼지였다, 먼지의 꿈이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먼지가 구석구석 뽀얗게 쌓여 온몸이 먼지의 왕국이다. 요염한 먼지의 나라, 은밀한 먼지가 지천인 세상이다. 먼지의 부피 먼지의 무게 먼지의 압력 도저히 떠메고 갈 수가 없다. 한평생..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09.30
[스크랩] <시> 새벽 세 시 외 / 洪海里 새벽 세 시 / 홍해리 단단한 어둠이 밤을 내리 찍고 있다 허공에 걸려있는 칠흑의 도끼 밤은 비명을 치며 깨어지고 빛나는 적막이 눈을 말똥처럼 뜨고 있다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 홍해리 뚝! 비 그..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09.23
<시> 절창을 위하여 절창을 위하여 洪 海 里 맨밥만 먹고 나온 매미 한 마리 매화나무에 날아와 무엇을 낚으려는지 소리그물을 허공에 펼치고 있다 푸른 하늘 흰구름이나 우렁우렁 고요를 낚아 무엇을 할 것인가 홀연 먹장구름이 몰려 오고 무거운 바람 한 자락 날개 걸치자 하늘에서 폭포가 쏟아져 내린다 먹물을 뒤집어..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06.14
<시> 연가 -지아池娥에게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 시 [연가 / 홍해리] 연가 - 지아池娥에게 맷방석 앞에 하고 너와 나 마주 앉아 숨을 맞추어 맷손 같이 잡고 함께 돌리면 맷돌 가는 소리 어찌 곱지 않으랴 세월을 안고 세상 밖으로 원을 그리며 네 걱정 내 근심 모두 모아다 구멍에 살짝살짝 집어넣고 돌리다 보면 손 잡은 자리 저리 반짝반짝 윤이 나고 고운 향기 끝 간 데 없으리니 곰보처럼 얽었으면 또 어떠랴 어떠하랴 둘이 만나 이렇게 고운 가루 갈아 내는데 끈이 없으면 매지 못하고 길이 아니라고 가지 못할까 가을가을 둘이서 밤 깊는 소리 쌓이는 고운 사랑 세월을 엮어 한 生을 다시 쌓는다 해도 이렇게 마주 앉아 맷돌이나 돌리자 나는 맷수쇠 중심을 잡고 너는 매암쇠 정을 모아다 서름도 아픔까지 곱게 갈아서 껍질은 후후 불어 멀리..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