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박을 깨자 수박을 깨자 洪 海 里 박수를 치면 손에서 수박 냄새가 난다 박수박수박수박수박수박! 짝이 없으면 짝짝 소리도 나지 않는다 박수가 무녀를 만나 손바닥으로 낳는 수박 자살을 입에 달고 못 죽어서 한이던 여자 한풀이하고 나서 이제는 살자! 살자! 야단이다 그렇다 무엇이든 안받음하는 법이니 살다 ..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06.12
<시> 황태의 꿈 ♧ 황태의 꿈 - 홍해리洪海里 아가리를 꿰어 무지막지하게 매달린 채 외로운 꿈을 꾸는 명태다, 나는 눈을 맞고 얼어 밤을 지새고 낮이면 칼바람에 몸을 말리며 상덕 하덕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만선의 꿈 지나온 긴긴 세월의 바닷길 출렁이는 파도로 행복했었나니 부디 쫄태는 되지 말리라 피도 눈물..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06.01
<시> 길에 대하여 길에 대하여 洪 海 里 한평생을 길에서 살았다 발바닥에 길이 들었다 가는 길은 공간이고 시간이었다 공간에서 제자리를 가고 시간에선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다 샛길로 오솔길로 가다 큰길로 한번 나가 보면 이내 뒷길로 골목길로 몰릴 뿐 삶이란 물길이고 불길이었다 허방 천지 끝없는 밤길이었다 ..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05.09
<詩> 방짜징 방짜징 洪 海 里 죽도록 맞고 태어나 평생을 맞고 사는 삶이러니, 수천수만 번 두드려 맞으면서 얼마나 많은 울음의 파문을 새기고 새겼던가 소리밥을 지어 파문에 담아 채로 사방에 날리면 천지가 깊고 은은한 소리를 품어 풀 나무 새 짐승들과 산과 들과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가슴속에 울음통을 만..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05.05
<시> 봄, 봄 봄, 봄 洪 海 里 보리감자밥도 먹기 어렵던 시절 있었지 좁쌀밥 지어서 고봉으로 가득 쌓아 놓고 허기를 채우던 가파른 보릿고개마다 생강나무 꽃 피었다고 노랗게 울었다. * 강원도에서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고 합니다. 꽃이 산수유하고 비슷합니다. 꽃만 보고 생강나무와 산수유를 구별하기는 쉽..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05.02
<詩> 5월 한때 5월 한때 洪 海 里 땅속에서 눈을 또록또록 뜨고 있다 봄비 흐벅지게 내리면 단칼에 치고 오르는, 우후죽순雨後竹筍! 장봉長鋒에 먹물 듬뿍 찍어 허공 한 자락 일필휘지一筆揮之 일갈一喝하는 죽순의 붓을 보고, 갈 길이 천년이니 잠깐 쉬어 가라고 댓잎들 속삭이네 여백餘白 한 구석 비워 두라 하네. ..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05.01
<시> 씹다 씹다 洪 海 里 씹을 것이 얼마나 많았던가 세상이 얼마나 질기고 단단했던지 이빨이 다 닳아 시리고 아프다 뭐든 손에서 입으로 직행하는 아이처럼 나도 씹고 싶은 것이 많았다 싶다 싶다 하면서 씹고 싶어 오징어 땅콩처럼 세상을 씹기도 하고 물 같은 세월을 씹기도 했다 입을 씹고 칼..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05.01
<詩> 들이곱다 들이곱다 洪 海 里 동무네 집에 마을 갔다 집에 올라치면 "지금 늬 아버지 자지?" "집에 가면 늬 엄마 보지?" 녀석들은 눙치듯 짓궂었다 이 말에 벌컥 화를 내면 능글능글 웃어 대는 녀석들 "야, 임마!, 늬 아버지 지금 집에서 낮잠 자고 있잖아!" "집에 늬 엄마 없어? 집에 가면 엄마 보잖아!" 하며 계속 구..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04.30
<詩> 소만小滿 소만小滿 洪 海 里 보리 베러 왔다고 우는 뻐꾸기 풀 뽑으러 가자고 뻐꾹뻐꾹! 모 심으러 간다고 우는 뻐꾸기 새참 가져 오라고 뻐꾹뻐꾹! * 小滿은 5월 21일로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어 모내기, 보리 베기, 잡초 제거로 농촌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소만은..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04.29
<시> 5월, 그 환幻 5월, 그 환幻 洪 海 里 송홧가루 날리는 꾀꼬리 소리 처녀초록 그늘을 흔들고 있는 봄비 개인 하늘이 노랗게 취해 한낮에도 저무는 꾀꼬리 소리. * 4월도 다 가고 이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5월이 오면 꾀꼬리가 집 뒤에 와서 청아한 목소리를 자랑합니다. 올해도 꾀꼬리는 어김없이 우이동 골짜..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