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실어증失語症 실어증失語症 / 홍해리 얼마나 싫으면 말을 잊는가 싫다 싫어 나는 네가 싫다 구름이 말한다 그래 그래 나도 네가 싫다 바람이 말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 남자와 여자 사이 나와 우주 사이 꽃과 나무와 새가 말이었고 하늘과 바다와 산이 말이었다 밥과 사랑과 미움과 그리움이 말이었다 웃음과 울음과 ..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2.20
<시> 바다와 시 바다와 詩 / 홍해리 난바다 칠흑의 수평선은 차라리 절벽이어서 바다는 대승大乘의 시를 읊는데 나는 소승小乘일 수밖에야 죽어 본 적 있느냐는 듯 바다는 눈물 없는 이 아름다우랴고 슬픔 없는 이 그리워지랴고 얼굴을 물거울에 비춰보라 하네. 제 가슴속 맺힌 한 모두어 품고 아무 일도 없는 양 말 ..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2.20
<시> 눈을 쓸다 눈을 쓸다 / 홍해리 새벽에 일어나 눈을 쓸면 하늘이 쓸린다. 눈이 내린 아침 온갖 물상은 민주주의 지상엔 굴복한 모든 사물이 일어서고 순은으로 타는 햇살. 지난 여름 타던 천둥과 번개도 어린 시절의 환상과 동경도 얼어 내렸다. 구름도 내려와 쌓였다 바람도 날아와 쌓였다. 밤사이 하산한 산새들..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2.20
<시> 투망도投網圖 투망도投網圖 / 홍해리 무시로 목선을 타고 출항하는 나의 의식은 칠흑같은 밤바다 물결 따라 흔들리다가 만선의 부푼 기대를 깨고 귀향하는 때가 많다 투망은 언제나 첫새벽이 좋다 가장 신선한 고기 떼의 빛나는 옆구리 그 찬란한 순수의 비늘 반짝반짝 재끼는 아아, 태양의 눈부신 유혹 천사만사의..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2.20
<시> 시간을 찾아서 시간을 찾아서 / 홍해리 충북 청원군 남이면 척산리 472 번지 신사년 오월 초엿새 23시 05분 스물 세 해 기다리던 아버지 곁으로 어머니가 가셨습니다 들숨 날숨 가르면서 저승이 바로 뒷산인데 떠날 시간을 찾아 네 아들 네 딸 앞에 모아 놓고 며느리 사위 옆에 두고 기다리고 기다리며 가는 시간을 맞추..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2.20
<시> 춤 춤 / 洪海里 나비의 꿈을 엮다 나비가 되는 일 노래를 엮다 노래가 되고 학을 흉내내다 학이 되는 일 사위 속에 멈추고 정지 중에 이어지는 찰나와 영원 솟구치고 가라앉는 흐름과 멎음 물소리 그러하고 바람소리 그러하고 불길이 모여 빛으로 흘러가는 지상의 이 순간 영원을 타고 앉아 손끝에 피워 ..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2.20
<시> 바늘과 바람 바늘과 바람 / 홍해리 내게 허공이 생길 때마다 아내는 나의 빈 자리를 용케도 찾아내어 그 자리마다 바늘을 하나씩 박아 놓습니다 한 개 한 개의 바늘이 천이 되고 만이 되어 가슴에 와 박힐 때마다 나는 신음으로 산을 넘고 강을 건너서 비인 들판을 달려 갑 니다 동양의 모든 고뇌는 다 제 것인양 가..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2.20
<시> 세란정사洗蘭精舍 세란정사洗蘭精舍 / 홍해리 우이동 골짜기 새끼손톱만한 절 한 채 있네 절이 아니라 암자 하나 숨어 있네 난초 이파리나 씻으며 산다는 시를 쓴답시고 초싹이는 땡초 날 맑고 푸른 어느 날 마당에 나는 고추잠자리를 보고 시도 때도 없이 하늘 날고 집도 절도 없어도 내려앉는 자유자재의 길이여 그 무..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2.20
<시> 조삼현 시인 추천『비밀』시편 구두끈 洪 海 里 저녁녘 집으로 돌아오는 길 구두끈이 풀어져 거치적거리는 것도 모르고 허위허위 걸어왔다 나이 든다는 것이 무엇인가 묶어야 할 것은 묶고 매야 할 것은 단단히 매야 하는데 풀어진 구두끈처럼 몸이 풀어져 허우적거린다 풀어진다는 것은 매이고 묶인 것이 풀리는 것이고 질기고 단..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2.19
<시> 장수철 시인 추천『비밀』시편 구두끈 洪 海 里 저녁녘 집으로 돌아오는 길 구두끈이 풀어져 거치적거리는 것도 모르고 허위허위 걸어왔다 나이 든다는 것이 무엇인가 묶어야 할 것은 묶고 매야 할 것은 단단히 매야 하는데 풀어진 구두끈처럼 몸이 풀어져 허우적거린다 풀어진다는 것은 매이고 묶인 것이 풀리는 것이고 질기고 단..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