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561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정일남(시인)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 정일남(시인) 위의 글은 홍해리 시인이 낸 시선집의 제목이다. 그의 시력 50여 년. 20여 권의 시집 중에서 선별한 시 109편이 수록되어 있다. 『치매행』『매화에 이르는 길』『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등은 선집에서 제외되었다. 독자가 선호했던 시들을 제외한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홍해리는 의 자서에서 시란 무엇인가 시인은 누구인가? 라는 글에서

망망茫茫 - 나의 詩

망망茫茫 - 나의 詩 洪 海 里 널 관통하는 총알이 아니라 네 가슴 한복판에 꽂혀 한평생 푸르르르 떠는 금빛 화살이고 싶다 나의 詩는. - 홍해리 시집 『 독종 』 (북인, 2012) ******************************************* 시를 공부하던 젊은 시절, ‘시’를 생각하면, 마치 하늘 어디에선가 망망의 몸짓으로 떨어지는 듯, 시는 우리에게 그렇게 다가오곤 했다. 삶이란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한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그 절정이듯 다가오는, 그러한 순간들이 조각조각 모이고 모이어 우리의 한 생애를 이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빚어낸 자신의 분신과 같은 ‘시’. 독자에게 그 시는 다만 가슴을 뚫고 관통해 나가는, 그래서 한 순간 뻥 하는 감..

석양도 누워서 진다 / 이재부(시인) / 산책(홍해리)

석양도 누워서 진다 이 재 부(시인) 시인은 심정(心情)에서, 심정(心井)에서, 심정(心正)으로 청수를 길어 올리는 사람인가보다. 시인과 동행을 했더니 정성의 신선함이 깊은 샘에서 옥수를 퍼마신 기분이다. 일평생 살면서 마음은 행동이 솟아나는 샘이지 않는가. 마음의 샘에서 맑은 물만 솟으면 얼마나 좋을까. 청수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여 마시지만 탁한 물은 허드레 물로만 쓰지 않던가. 시인이 길어 올린 시정(詩情)의 탁도(濁度)는 시인 심정의 투명도이리라. 그래서 옛 성현도 명시를 추려 뽑아 시경(詩經)을 만들고 문학을 초월한 유가(儒家)의 경전으로 활용하지 않았던가. 정치인은 물길을 조정하여 댐을 만드는 사람에 비유하면 어떨까. 위치를 잘 못 잡거나, 부실공사를 하여 물이 고이지 않던지, 줄줄 새면 임기..

<감상> 洪海里 : 임보 : 나병춘의 「자벌레」/ 나병춘, 김석환(시인)

자벌레 洪 海 里 몸으로 산을 만들었다 허물고, 다시 쌓았다 무너뜨린다. 그것이 온몸으로 세상을 재는 한평생의 길, 山은 몸속에 있는 무등無等의 산이다.  자벌레를 본다.저 자그마한 몸뚱어리로 푸른 산을 만들고바다를 만들고 벌판을 만든다.몸 자체가 길이고 강이고 시간이다.구부리면 산이 되고 쫙 펴면 길게 뻗쳐 지평선이 된다.작은 몸속에 도사린 우주를 발견한 시인의 눈,끊임없이 쌓았다 무너뜨리는 자신의 시의 산을'자벌레'로 은유했으리라.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저 꾸물꾸물한 움직임은그 얼마나 순정하고 맑고 눈물겨운가?無等의 산속 오솔길은 또 얼마나 그윽하고 향기로운 것인가?그 어딘가 숨어있는 옹달샘은 또 얼마나 새콤달콤할 것인가?아무도 몰래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자신의 일에 몰두하여 푸른 잎새 속에서꼼지락거..

홍해리시인, 노을빛 감성 황홀한 순수 / 윤정구(시인)

홍해리 시인, 노을빛 감성 황홀한 순수             윤 정 구(시인)   洪海里 시인은 임보 시인과 더불어 우이시牛耳詩의 설럽자요, 실질적인 운영자이다. 임보를 일러 "구름 위에 앉아 마술부채로 시를 빚는시도사詩道士"라 부르고, 홍해리는 "애란가愛蘭歌를 부르며 불도저를모는 난정법사 蘭丁法士"라 한 어느 시인의 싯구와 "성미가 곧고,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초심을 지켜"간다는 주위의 말대로 어지러운 시대에도 홍해리 시인은 우이동을 청정지대로 지켜가고 있다.  평생 지우知友였던 이무원 시인은 홍해리 시인을 "그는 풀로 말하면난이요, 나무로 말하면 매화다. …두루뭉술 굴러가야 편한 세상에그는 낙락장송이듯 초연하다"고 말하였다.  "말없이 살라는데 시는 써 무엇 하리/ 흘러가는 바람이나 바라다볼일/ 산속..

和答詩 : 임보 / 洪海里의 「섭囁」

섭(囁) 임보 글을 쓰는 후배가 고향엘 다녀오며 향토주라고 술을 한 병 가져다 주었다 40도의 증류주인데 이름이 참 특이하다 이라는 상표를 달고 있다 토란으로 술을 담가 증류한 것인데 이라는 별명으로 수출까지 한다지 않는가? ‘섭(囁)’이 ‘소곤거린다’는 뜻이니 ‘도란도란’으로 옮겨 쓰는 것도 무방해 보인다 먼 남쪽 지리산 밑 섬진강변 돌골짝―곡성(谷城) 고향 사람들이 만든 술이라니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섭― 격이 높은 술의 이름, 신선주처럼 운치가 있다 도란도란― 정다운 사람들이 도란거리며 마실 만도 하다 부디 세계적인 명주가 되어 가난한 사람들의 어깨를 좀 펴게 했으면 싶다 ================================================= 섭囁 - 도란도란 洪 海 里 술 마실..

시가 흐르는 오월 / 한국아파트신문 2017. 05. 31.

한국아파트신문 / 2017. 05. 31. - 윤용수의 에세이 시가 흐르는 5월 5월이다. 시인들이 가장 많이 노래한 달이다. 김용호는 5월을 얼마나 사랑을 했길래 5월에 태어나고 5월에 죽었을까. 5월이 오면 가슴이 호수가 된다고 했다. 피천득의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 했고,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고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라고 했다. 첫 시집 ‘현장’에서부터 마지막 시집 ‘고향의 소나무’까지 시집을 39권이나 내고 올 4월에 99세로 별세하신 황금찬 시인은 시는 결국 행복이라고 했다. 황금찬의 ‘5월이 오면’이다.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오월의 바람이 불어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