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 치매행致梅行 · 192 반딧불이 - 치매행致梅行 · 192 洪 海 里 한평생 긴긴 열흘 이슬만 먹으면서 반짝반짝 반 짝 찾아 짝짓기 하고 알 낳으면 죽고 마는 반디야, 네가 부럽다! 별을 대적할 일 없으니 개똥벌레라 해도 좋다 나도 너처럼 가고 싶다 반딧불이, 반딧불이야!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6.08.24
비닐장갑 - 치매행致梅行 · 191 비닐장갑 - 치매행致梅行 · 191 洪 海 里 자식 낳아 기르면서 애기똥풀 진액 같은 똥 한 번 묻히지 않은 부모라면 아비 어미 아니듯, 병든 아내 똥 한 번 안 만져 보고 남편이라 할 수 있겠는가 자식들은 제 부모가 병들어도 왜 뒷수발을 들지 못하는가 어찌 아니 하는 것인가 비닐장갑을 ..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6.08.20
분홍 운동화 - 치매행致梅行 · 190 분홍 운동화 - 치매행致梅行 · 190 洪 海 里 "신발 분실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신발 분실 조심! - - 주인 白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는 식당에서 신발을 분실하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정신을 놓은 아내가 아침 산책길에 어느 음식점에 들어갔다가 공사판 남자의 검정 운동화를 신..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6.07.10
저녁밥 - 치매행致梅行 · 189 저녁밥 - 치매행致梅行 · 189 洪 海 里 한끼 때우기 이렇게 아픈 줄 아내 병들고 나서 이내 알았습니다. 보름인가 동쪽 하늘에 갈색 찐빵 한 덩어리 싸늘하게 식었어도 진수성찬! 병들고 나는 것도 때로는 철들고 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생각하니, 이제야 임금님 수라상 앞에 앉아 하늘 올..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6.07.02
두덜두덜 - 치매행致梅行 · 188 두덜두덜 - 치매행致梅行 · 188 洪 海 里 화가 나서 못 살겠다 못 살겠다 두덜두덜 넋두리를 합니다 밥을 먹는 건지 잠을 자는 건지 멍멍한 세상 눈이 침침하고 골이 띵합니다 화는 죽이고 못은 뽑아 버리면 그만 살맛 나는 세상인데 왜 못을 못 빼고 화만 내는가 장도리가 없는가 노루발..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6.06.07
집으로 가는 길 - 치매행致梅行 · 187 집으로 가는 길 - 치매행致梅行 · 187 洪 海 里 어쩌다 실수로 아내의 치매약을 먹었습니다 그날 밤 꿈속에서 하염없이 거리를 헤맸습니다 집으로 가는 방향을 찾지 못하고 걸어다니는 일도 차를 타는 것도 다 잊은 상태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허우적허우적거리다 때로는 허공을 ..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6.05.24
치매약을 복용하다 - 치매행致梅行 · 186 치매약을 복용하다 - 치매행致梅行 · 186 洪 海 里 치매약을 먹었습니다 아내는 아침저녁으로 약을 복용합니다 아침에 다섯 알 잠자기 전에 여섯 알 제법 양이 많습니다 엊저녁 물 한 잔에 약 세 알을 먼저 주었습니다 한꺼번에 다 삼키기가 벅차 두 번에 나눠 줍니다 그런데, 그런데 아내..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6.05.24
한때 - 치매행致梅行 · 185 한때 - 치매행致梅行 · 185 洪 海 里 저녁놀 발갛게 끓고 있는 잔잔한 수면 위로 물고기 한 마리 튀어올랐다 잠깐 눈감은 사이 비늘이 반짝 사라졌다 호수는 여전하다.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6.05.19
꽃은 진다 - 치매행致梅行 · 184 꽃은 진다 - 치매행致梅行 · 184 洪 海 里 기웃거리다가 궁시렁거리다가 꾸물거리다가 느물거리다가 늘근늘근하다가 두리번거리다가 어슬렁거리다가 욜랑욜랑거리다가 우물쭈물하다가 지분거리다가 해롱거리다가 흔들리다가, 꽃은 지고 해도 지고, 한평생 살다 갑니다 한세상 가고 맙..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6.05.14
하뿔싸 - 치매행致梅行 · 183 하뿔싸 - 치매행致梅行 · 183 洪 海 里 내 팔을 끌어다 베개를 하든가 손을 꼭 잡고서야 아내는 잠이 듭니다 "손 놓고 자!" "아이, 싫어!" "나 도망갈까 봐 그래?" "응!" 어제 아침 산책을 나갔다 도우미가 아내를 길에 놓고 들어왔습니다 두 아들과 딸과 사위 경찰과 케어센터에서 찾아나선 ..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