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감옥 - 치매행致梅行 · 172 투명감옥 - 치매행致梅行 · 172 洪 海 里 어쩌자고 아내는 저 속으로 들어갔을까 이러저러지도 못하는 나는 밖에서 떠돌고 있다 아니, 아내는 밖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고 갇힌 나는 칠흑의 절벽만 바라보고 있다 내가 나가지도 아내가 들어오지도 못하는 투명한 유리감옥! 답답한 구경꾼..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5.09.19
일요일 오후 - 치매행致梅行 · 171 일요일 오후 - 치매행致梅行 · 171 洪 海 里 이제까지 한평생 75년 46년을 함께 산 한 생生인데 아내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남편이란 사내 일요일 하루 종일 두 사람이 부딪치는 일상 한평생 한 말이 한 말이 아니라 몇 말이 되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할 말이 많이 남아 있겠는가 오전을 무사..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5.08.24
삶과 죽음 - 치매행致梅行 · 170 삶과 죽음 - 치매행致梅行 · 170 洪 海 里 사는 것은 무엇이고 죽는 것은 무엇인가 산 것과 죽은 것은 무엇인가 살아 있다는 것과 죽은 것은 어떻게 다른가 삶과 죽음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움직이면 살아 있는 것이고 가만히 있는 것은 죽은 것인가 움직이지 않는 나무는 죽은 것인가 식..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5.08.24
원願 - 치매행致梅行 · 169 원願 - 치매행致梅行 · 169 洪 海 里 배고프면 밥 먹자 하고, 아프면 병원 가자는, 말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걱정 없겠다 정말 좋겠다. -월간《우리詩》2016. 4월호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5.08.23
빈집 한 채 - 치매행致梅行 · 168 빈집 한 채 - 치매행致梅行 · 168 洪 海 里 반듯하던 집이 하릴없이 기울고 지붕에 구멍이 나 비 새는 방안 희미한 호롱불도 기름이 다했다 곳간의 문이 저절로 열려 버린 아니, 닫힌 것인지도 모르는 빈집 한 채 새들은 기억의 틈새로 날아가 버리고 여린 날개 겨우 한두 마리 날지도 못하..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5.08.23
이별 연습 - 치매행致梅行 · 167 이별 연습 - 치매행致梅行 · 167 洪 海 里 "어디 가?" "학교 가야지!" 아침마다 차가 오면 함께 가자고 팔장을 낍니다 "나도 가야지!" 하며 기분 좋게 대문을 나섭니다 공부 잘하고 오라며 차에 태우려 들면 왜 나만 가느냐고 안 가겠다고 난리가 일어납니다 간신히, 간신히 태우고 돌아서려..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5.08.11
지는 꽃을 위하여 - 치매행致梅行 · 166 지는 꽃을 위하여 - 치매행致梅行 · 166 洪 海 里 어느 꽃이라고 곱지 않으랴 지나간 일은 다 꽃이었다고 피워 보지도 못한 꽃처럼 진 꽃을 안달하고 그리워하랴 지는 꽃은 후회하지 않는다 죽음은 향기가 없기 때문이다 피어 있을 때 꽃이듯 노래도 불리워야 향기롭나니 꽃은 지는 것을 ..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5.08.07
<시> 부부 - 치매행致梅行 · 165 부부 - 치매행致梅行 · 165 洪 海 里 '우리'라는 화물을 적재한 좌청호 우백호左靑號右白號 한 쌍의 배 한평생 긴긴 세월 동안 망망한 바다 막막히 항해하는 멍텅구리배! * 월간《우리詩》2016. 8월호.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5.07.01
소일거리 - 치매행致梅行 · 164 소일거리 - 치매행致梅行 · 164 洪 海 里 나 심심할까 봐 아내는 부러 일을 만든다 이런저런 잔일로 내 잔일殘日이 바쁘다 보물찾기하듯 빈틈이 움켜쥐고 있는 휴지뭉텅이도 찾아내고 여기저기 그려논 벽화도 지우며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 듯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오늘도 날이 저물..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5.06.24
밥상머리 - 치매행致梅行 · 163 밥상머리 - 치매행致梅行 · 163 洪 海 里 도담도담 자라던 아기 반찬 투정 부릴 때처럼 맛있는 것 맛있다 말도 못하고 맛없는 것 맛없다 말도 못하는 께적께적 억지로 떠 넣는 숟가락질 밥알을 세다 사달이 나는 밥밑으로 검은콩에 작두콩까지 넣어도 아내의 입맛 하나 맞추지 못하는 나..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201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