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105

끝나지 않은 전쟁 - 치매행致梅行 · 311

끝나지 않은 전쟁 - 치매행致梅行 · 311 洪 海 里 제 몸 하나 건사는커녕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는 사람 자식들에게 힘이 돼 주던 그 사랑 어디 두고 누워만 있는가 이름을 하나하나 잊어버리고 집으로 가는 길도 잃어버리고 나서 한밤중에도 뛰쳐나가려 들고 무작정 앞으로만 달려가던 여자 잠깐 한눈파는 사이 순식간에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고 밤마다 화장실 문을 수없이 여닫던 벽마다 벽화를 그려 올리던 당신 망상과 불안, 환시와 환청으로 기억을 다 지워 버린 다음 세상 슬픔을 다 눌러 담고 단절된 빈 바다에 홀로 누워 무인도가 되어 버린 아내여 내게 던지던 진한 욕설과 폭력은 포화와 포연으로 엮은 사랑타령이었는가 사는 게 전쟁이라는 말 하나 그르고 틀린 것 없다.

봄이 와도 꽃소식은 없고 - 치매행致梅行 · 309

봄이 와도 꽃소식은 없고 - 치매행致梅行 · 309 洪 海 里 맛깔진 배추김치 다 꺼내 먹고 김칫독에 그대로 남아 있는 우거지가 우거짓국이 되어 입마른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는데 허연 골마지만 잔뜩 피어 있는 우멍거지 같은 내 영혼 남녘엔 청악매가 벌써 피었지만 어찌 여태껏 한겨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