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 치매행致梅行 · 285 왁자지껄 - 치매행致梅行 · 285 洪 海 里 성탄 전야 명동 거리 인파처럼 흘러가는 쓸쓸함에 대하여 그립다는 것은 기다린다는 말이고 기다린다는 것은 그립다는 뜻이니, 기다릴 그리움이 없는 사람에게 쓸쓸함이란 소금 같은 것이어서 쓸쓸하지 않으면 간 안 맞는 세상, 그러니 세상아 사..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09.24
돌아보다 - 치매행致梅行 · 284 돌아보다 - 치매행致梅行 · 284 洪 海 里 돌아보면 먼 길이었다 아주 길고 긴 세월이었다 할래발딱대던 하루 하루가 가고 허둥지둥거리던 시간도 지나가고 지옥의 한철을 멀리 돌아 지금은 침묵의 강이 흐르고 있다 가고 있는 길이 어디로 가는지 가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적막의 터널..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09.24
<시> 초겨울 풍경 - 치매행致梅行 · 283 초겨울 풍경 - 치매행致梅行 · 283 洪 海 里 말 없는 나라로부터 소식이 올까 혹시나 하지만 온종일 대답도 없고 바람에 슬리는 낙엽, 낙엽, 나겹나겹 낮은 마당귀에서 울고 있다 내 마음 앞자락까지 엽서처럼 날아와서 그리움만 목젖까지 젖어 맴돌고 있지만 마음만, 마음만 저리고 아픈 ..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09.21
이중국적자 - 치매행 致梅行 · 282 이중국적자 - 치매행致梅行 · 282 洪 海 里 "나 미워?" 하고 물으면 어김없이 "응!" 하고 고갤 끄덕입니다 "응!", "아니!", "싫어!", "왜, 그래!" 이것이 아내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한동안, 아니, 오랫동안 아내는 말이 없는 나라에 살았습니다 두 나라를 왔다갔다 하는 일 아무나 하는 것은 아..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09.15
침묵의 나라 - 치매행致梅行 · 281 침묵의 나라 - 치매행致梅行 · 281 洪 海 里 뭐라 하면 알아 듣는 것인지 눈을 끔벅끔벅 깜박이다 감아 버립니다 나를 원망하는 것인지 내가 불쌍하다, 한심하다는 것인지 종일 말 한마디 없는 아내의 나라는 한낮도 한밤중입니다 말의 끝 어디쯤인가 달도 오르지 않고 별도 반짝이지 않는 그곳을 혼자 떠돌고 있는 것인지 아내는 말 없는 말로 내게 속삭입니다.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09.03
씹는 맛이 있어야지 - 치매행致梅行 · 280 씹는 맛이 있어야지 - 치매행致梅行 · 280 洪 海 里 음식은 씹는 맛인데 입 안에 음식을 넣지도 못하고 관[tube]으로 삼키는 맛 아내여, 무슨 맛이 있긴 있는가 이것도 식사라고 해야 하나 밥 먹는 거라고 할 수 있나 아내는 이러고 누워 있는데 아귀같이 먹고 마시는 나는 무엇인가 미안해, ..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09.03
깜깜절벽 - 치매행致梅行 · 279 깜깜절벽 - 치매행致梅行 · 279 洪 海 里 아내여, 그곳에도 시간이 있긴 한 것인가 어딘가로 흘러만 가고 있는가 사랑과 관심에서 질투와 미련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돌고 돌아 침묵과 고독의 하루 하루로 이어지는 길인가 그곳도 꽃 피고 새가 우는 곳인가 아니면 연습과 훈련이 필요 ..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09.03
부끄럽다 - 치매행致梅行 · 278 부끄럽다 - 치매행致梅行 · 278 洪 海 里 "큰돈 쳐들여 좋은 병원에 보냈는데 왜 자꾸 집에 가자는 거야!" 곱게 차려입은 꼿꼿한 어머니에게 내뱉는 잘난 딸년의 말에 가시가 돋쳐 있다 곧 이어 두 사람 앞에 검은 승용차가 멎자 여자는 차창 안으로 흰 봉투를 던지며 "이젠 오빠가 알아서 ..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08.30
저무는 추억 - 치매행致梅行 · 277 저무는 추억 - 치매행致梅行 · 277 洪 海 里 아내는 다 놓아 버렸습니다 밥이나 약을 먹는 것도 아니, 입을 벌리는 것조차 다 잊어 버렸습니다. 한때 맑던 정신, 주옥 같던 기억까지 하나 둘 잃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금빛 꿈은 다 어디로 날아갔는지 남은 은빛 인생은 어디다 두었는지. 속..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08.22
아내여 아내여 - 치매행致梅行 · 276 아내여 아내여 - 치매행致梅行 · 276 洪 海 里 어느새 성긴 머리 애처롭고 눈가에 지는 가선 가엽고 언짢아서 거친 피부 안쓰럽고 무디어진 두 손 보기 딱해서 푸석거리는 뼈마디 아프고 쓰리고 쑤시는 삭신 슬프고 서러워서 밤낮없이 두통으로 고생하는 너, 서러워서 나는 못 보네. - 「정..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