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 - 치매행致梅行 · 305 내 탓 - 치매행致梅行 · 305 洪 海 里 아내는 안의 해 집안의 태양인데 남편이란 자 혼자 놀았네 밤낮없이 술[酒]비 내리고 난蘭바람 불고 시도 때도 없이 천둥 번개와 함께 시詩벼락 때렸으니 어찌 안의 해가 빛날 수 있었으랴 아내가 와불이 되다니 아 내 탓이로다, 내 탓!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8.01.23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네 - 치매행致梅行 · 304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네 - 치매행致梅行 · 304 洪 海 里 무엇을 어떻게 해 주면 좋겠는가 아내여!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며 애처롭고 안쓰러워 마음은 다 찢어지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아무것도 없구나 기저귀 갈아 주고 얼굴 씻어 주고 옷 갈아입히고 환자식 떠먹이고 바라다보면 눈만 ..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8.01.19
칫솔 - 치매행致梅行 · 303 칫솔 - 치매행致梅行 · 303 洪 海 里 칫솔통에 나란히 걸려 있는 칫솔 두 개 하나는 하루에 두세 차례 작업을 하지만 한 개는 종일 매달려만 있습니다 새것과 헌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인가 사람도 그렇다면 얼마나 좋으랴 내 것은 칫솔모가 닳아서 버려야 하는데 아내 것은 아직도 새..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12.25
몸과 마음 - 치매행致梅行 · 302 몸과 마음 - 치매행致梅行 · 302 洪 海 里 슬픔에 젖은 고요의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아픈 눈망울을 내려다보다 내 눈에 그만 물이 맺히고 마네 아픔이 꽃이 되는 것은 겪으면서 견디고 기다린 세월의 힘이요 슬픔이 놀처럼 사라지는 건 마음을 열고 다 버린 연화年華의 덕이니 끝없는 미..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12.17
환영과 환청 - 치매행致梅行 · 301 환영과 환청 - 치매행致梅行 · 301 洪 海 里 서울이 얼어붙었습니다 눈이 내리고 영하 18도 나도 시퍼렇게 곤두박질칩니다 아내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게 보입니다 문 열고 나오는 발자국 소리 들립니다 아내의 손을 잡고 미끄러운 거리를 걸어다니다 포장마차 문을 밀치고 들어갑니..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12.16
으으응! - 치매행致梅行 · 300 으으응! - 치매행致梅行 · 300 洪 海 里 그렇게 그렇게나 미웠나 보다 평생 내가 싫었나 보다 아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나 싫어?" "나 미워?" 해도 눈도 마주치지 않다가 "나, 나가?" "나, 나가?" "으으응!" 들릴락말락 어쩌다 새어 나오는 한마디 "으으응!"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11.30
일지 - 치매행致梅行 · 299 일지 - 치매행致梅行 · 299 洪 海 里 꽃 피고 새 우는 평온한 작은 우주였다 누가 벼락치는 일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꽃은 피면 진다는 것조차 모르는 세상은 다 평화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라는 말, 그것 한마디 가르쳐 주려고 아내는 한쪽 머리가 아프다 했다 한일병원 강북삼성병원 서..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11.01
귀를 비우다 - 치매행致梅行 · 298 귀를 비우다 - 치매행致梅行 · 298 洪 海 里 아침부터 저녁이 낮이 아니고 저녁부터 아침이 밤도 아니다 아내는 귀를 비웠다 하얗게 시리도록 하염없이 피고 지는 말의 홍수에 떠내려온 삶 겸손과 배려와 인내와 절제의 칼집 같은 침묵의 자궁을 위하여 아내는 말없는 세상에서 댓잎의 귀..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10.31
대표작 - 치매행致梅行 · 297 대표작 - 치매행致梅行 · 297 洪 海 里 나의 생은 미완성 작품일 뿐 땅 위를 내달리고 푸른 하늘을 날고 바닷속을 헤엄치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지근거리를 방황하다 빈 잔에 따르는 몇 장의 추억 생전에 쓰지 못할 나의 대표작은 꿈이요, 무지개!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10.30
하루 - 치매행 致梅行 · 296 하루 - 치매행致梅行 · 296 洪 海 里 오늘 하루도 열심히 숨을 쉬었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7.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