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불통 - 치매행致梅行 · 325 소통과 불통 - 치매행致梅行 · 325 洪 海 里 한참을 들여다봐도 눈만 껌벅껌벅 나도 그에 맞춰 끔벅끔벅 햇볕이 작열하는 한여름 마음은 포탄이 되어 작렬하고 허공중으로 산산이 퍼지는 포연 같은 막막함 이건 안개 속에서 꽃 구경하기 아닌가 허니, 내 속이 어찌 속이겠는가 내 속이 날 ..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8.06.05
아내가 말을 했다 - 치매행致梅行 · 324 아내가 말을 했다 - 치매행致梅行 · 324 洪 海 里 아내가 말을 했다 이불을 덮어 주려고 하는데 아내가 말을 했다 손발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사람 입도 벌리지 않는 아내 참으로 놀랄 일이다 이불자락을 올려 주려고 하는데 "괜찮아, 괜찮아!" 아내가 말을 했다 입을 다물어 버린 지 한 해,..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8.06.05
죽음보다 편한 잠 - 치매행致梅行 · 323 죽음보다 편한 잠 - 치매행致梅行 · 323 洪 海 里 굽이굽이 서린 시름 가득 쌓인 가슴속 깊은 한숨만 소리 없이 샙니다 여우비에 여우볕만큼이라도 아니면 쥐 소금 녹이듯이라도 하루하루의 삶이 흐르는 물이었으면 바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도 행군하는 마음으로 죽음보다 편한..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8.04.26
아내의 지우개 - 치매행致梅行 · 322 아내의 지우개 - 치매행致梅行 · 322 洪 海 里 아내의 지우개는 성능이 탁월합니다 어느새 세상도 다 지워 버리고 세월도 깨끗하게 씻었습니다 어느 틈에 말도 말끔히 지워 버리고 생각도 이미 다 살라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러고 나서 침묵의 집이 되어 멀뚱하니 누워 노는 애기부처가 ..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8.04.23
무제의 세월 - 치매행致梅行 · 321 무제의 세월 - 치매행致梅行 · 321 洪 海 里 침묵만 펄펄 시퍼렇게 살아 고요하다, 적막하다, 허적하다, 침묵의 파편들이 파편들과 손잡고 먼지처럼 날아다닙니다 집 안을 말끔하게 집안닦달을 해도 침묵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나는 침묵의 포로 그믐달처럼 울어도 별은 나오지도 뜨지도 ..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8.04.07
한평생 - 치매행致梅行 · 320 한평생 - 치매행致梅行 · 320 洪 海 里 "짧다!" "말해 뭘 해!" "길다!" "그럴 수도 있지!" 쁨과 픔은 하나 동전을 굴려 보라. 기쁨이든 슬픔이든 둘 중 하나로 끝이 난다.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8.03.24
생각해 보면 - 치매행致梅行 · 319 생각해 보면 - 치매행致梅行 · 319 洪 海 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얼마나 하찮은 일에 감사하는가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것에도 우리는 얼마나 고마워하는가 불구경 물구경 싸움 구경도 재미있지만 한번 반짝 빛을 내고 사라지는 반딧불이는 또 어떠한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것에 얼마..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8.03.24
이 막막함이라니! - 치매행致梅行 · 318 이 막막함이라니! - 치매행致梅行 · 318 洪 海 里 이 막막함이라니! 눈을 떠도 막막하고 감아도 먹먹하다 아무 소리 하나 오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밥도 오지 않고 배도 고프지 않다 옷을 입은들 어떻고 벗은들 어떠랴 첫눈도 내리지 않고 벌나비도 오지 않는다 핵폭탄 안고 있는 무중력 ..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8.03.24
마지막 나들이 - 치매행致梅行 · 317 마지막 나들이 - 치매행致梅行 · 317 洪 海 里 지난 여름 무덥던 날 오후 국립4·19민주묘지 연못의 황금잉어를 보았습니다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본 게 쓸쓸한 마지막 나들이였습니다 별의별 일이 다 있는 세상이지만 가끔가다 우수리도 좀 있으면 좋으련만 에누리가 없는 삶이 우수마..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8.03.19
치매쇼 - 치매행致梅行 · 316 치매쇼 - 치매행致梅行 · 316 洪 海 里 치매환자 모두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게 한다고? 경증 환자에게도 적용한다고? 집에 있는 환자에게 기저귀 구입비를 대준다고? 요양시설 환자들에겐 식재료비를 지원하다고? 누가?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하루가 급하고 절실한 환자는 어떡..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2018.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