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84

<시> 이소離巢

이소離巢 洪 海 里 해 뜨기 한참 전 매화나무에서 어밀 찾는 아기새 찌찌찌찌, 찌· 찟 · 찌 · 찟 안쓰러운 울음소리가 노랗다 지켜보고 있는 곤줄박이 어미새 찌리찍찍 찌리찍찍 애가 탄다 아가야 무서워 말고 어서 허공으로 뛰어내리거라 그곳이 네가 갈 길이란다 아무리 어미새가 목이 메어도 아기새는 바깥이 마냥 두렵다 뛰어내려 어서 세상이란 허공이란다 네 길이 거기 있단다 아가야. ====================== * 벌써 며칠째 해 뜨기 전인 다섯 시면 어김없이 아기새가 매화나무에서 어미를 찾는다. 찟! 찟! 하는 단음이다. 낮에도 비상연습을 시키는 어미새의 부산한 모습이 눈에 띄곤 한다. 곤줄박이는 흔히 볼 수 있는 참새만한 크기의 예쁜 새다. 아기새가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가 얄밉기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