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이론 덩이론論 洪 海 里 덩이는 작은 덩어리 크게 뭉쳐지면 덩어리가 된다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덩이들은 무엇으로 묶여 있는 것인가 움푹 파인 구덩이에 물이 괴면 웅덩이가 되고 불이 붙으면 불덩이가 된다 골치 아프게 하는 것은 골칫덩이 심술이 많다 보면 심술덩이가 된다 생각, 생각하..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7.02.24
시가 꽃이냐 시가 꽃이냐 洪 海 里 시가 꽃이냐 아니다 시가 별이냐 아니다 시가 사람이냐 아니다 그렇다면 시가 무엇이냐 시는 시 속에 있는 꽃이고 별이고 사람이다 시는 네 속에 있는 꽃이고 별이고 사랑이다 그것도 모르고 한평생 시를 쓴답시고 끼적거린 초라한/불쌍한/한심한, 나여! * 퇴고 중인..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7.02.18
무제 무제 - 瑞雨에게 오늘도 환한 하루였는데, 까맣게 잊고 살았던 네가 어쩌자고 이렇게 다시 살아오는가 너는 죽어서 하늘나라에서 노는데, 나는 살아서 노을 물드는 주막에 앉아 막걸리 잔이나 기울이고 있네.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7.01.23
첫사랑 첫사랑 洪 海 里 눈이 빠지도록 무작정 기다리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던, 눈독만 들이던,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던, 눈으로만 한 사랑이어서 눈에 밟히고 눈에 선히 어려 이슬이 맺히는 눈에 삼삼, 암암하기만 한 그 소녀 어디 갔나 했더니, 가슴속 꽃무덤 하나.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7.01.07
무채색 무채색 洪 海 里 봄이면 보고 싶어 그리워지고 갈이면 갈 것이라 아쉬워지는 한 생의 대목을 다 놓쳐 버린 그날이 그날인 날의 눈물 빛깔. * 제342회 우이시낭송회 / 2016. 12. 17. 도봉도서관 시청각실에서 김미외 시인 촬영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6.12.24
빈집 빈집 洪 海 里 왜 자꾸만 동구 밖으로 눈이 가는가 왜 오지 않는 찻소리에 귀를 여는가 명절이라 길이 많이 막히는가 보다 내가 서울로 올라갈 걸 그랬나 보다!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6.09.17
삐뚤어진 입 삐뚤어진 입 洪 海 里 처서 지나면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지만 조심하라 허허실실 따져 보지도 않고 한마디 겁박도 없이 살을 섞는 발기한 침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여기 저기 이것 저것 비독飛讀하다 한여름 가고 이제 아껴서 정독精讀할 때라고 모기들이 덤벼든다 침도 비뚤어진 것..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6.09.11
쓰레기음식점 쓰레기음식점 洪 海 里 실외기가 왕왕 설설 끓는 식당 밖 테이블 한복판에 붙여 놓은 "다 드신 쓰레기 꼭 치워 주세요!" 소리치며 눈 부릅뜬 한마디에 손님들 몽땅 쓰레기가 되었다. * 퇴고 중인 초고임.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6.09.08
신한오백년가 신한오백년가 洪 海 里 눈 한 번 맞았다고 눈이 안 오나 손 한 번 잡았다고 꽃이 안 피나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구 한오백년 사자는데 웬 성화요.' 입 한 번 맞췄다고 새가 안 우나 그거 한 번 했다고 해가 안 뜨나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구 한오백년 사자는데 웬 성화요.' * 노루귀꽃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6.08.25
아하 아하 洪 海 里 가슴으로 보고 발로 써라. 가슴이 눈이고 발이 붓이다. 하늘에 그리고 땅에 써라. 바람이 춤을 추고 바다가 출렁인다.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