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405

휴지 한 장

휴지 한 장 洪 海 里  혹시 천 원짜리 한 장꼬깃꼬깃 접혀30년도 넘게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가끔은 우연히, 정말, 그렇게주머니에서 만 원,혹은,오만 원짜리 한 장이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임자 만났다 하면서손을 흔들며 백만장자로 만들어 주지 않던가! 그렇다세상은 그래야 한다! 오랜만에 옷과 가구들을 정리하다 보니 못 보았던,모르게 살던,과거가 나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그러나가장 큰 사건은 내가 입던 옷,그 주머니마다 잘 접혀진 휴지였다. 내가 휴지였던가, 아님,더러운 것 씻고 닦으려 했던 것인가!한평생이 종이 한 장으로 끝나는 것인가?그것으로 다 씻겨지는 것인가 하는데, "아니지, 아냐! 지금 여기서 펼치는 축제가장 신나는 오늘의 잔치야!" "지금 여기!"

제야곡除夜哭

제야곡除夜哭 洪 海 里 섣달 그믐은 아직도 한달도 더 남아 있는 2020년 12월 31일 제야의 종소리도 울리지 않는다 우주가 암흑 속에 잠들었다 내일은 태양이 떠오를 것인가 사람들은 화약 냄새에 길을 잃었다 쥐 죽은 듯 우렁대는 적막 속에 물 같은 詩 한 편 올리지 못했다 아아, COVID-19여, 哭하노니 신축년은 숨쉬며 사는 세상이기를! * 2020년 12월 28일(동짓달 열나흘)의 해와 달 / 홍철희 님 촬영.

한 잔 한잔!

한 잔 한잔! 洪 海 里 아침부터 눈이 온다고 종일토록 술을 마시네. 그 사람 가고 나서 처음 홀로 앉아서, 눈은 이미 그쳤는데 마냥 마시네. 해질녘 하늘이 무거워 또 다시 눈이 내리네. * 庚子 동짓달 초나흘!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마당에 눈이 싸라기처럼 뿌려져 있다. 인삼주를 한 잔, 한 잔 기울이다 취하고 말았다. 제하여 「한 잔 한잔」이다. '한 잔'과 '한잔'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