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404

불면증

불면증 洪 海 里 수천 마리 흰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밤새도록 가고 있었다 수만 마리 꽃뱀이 꼬리에 꼬리를 잇고 날 새도록 가고 있었다 땅 끝까지 달려가고 있었다 소리도 없이 내닫고 있었다 서둘러 저무는 동짓달 기나긴 밤 불면 날아가버릴 가벼운 잠이여! - 월간 《우리詩》2021. 12월호. **********************************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쿨디가=신화 뉴시스입력 2019-04-29 물고기들이 번식을 위해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습니다. 라트비아의 도시 쿨디가에 있는 벤타 래피드라는 폭포입니다. 해마다 봄만 되면 폭포에 날아다니는 물고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네요. 종족 번식의 힘은 위대합니다. - 쿨디가=신화 뉴시스(동아일보 2019. 4. 29.)

겨울밤 소네트

겨울밤 소네트 洪 海 里 창밖에 눈이 소복이 내린 한겨울 밤 화로에 묻은 고구마 호호 불며 껍질을 벗길 때 입보다 먼저 눈으로 듣던 침 넘어가는 소리 손자에게 건네는 노란 몸뚱이, 눈을 털고 떠 온 동치미 국물, "어, 시원타!" 유년의 고향집에 소리 없는 시 한 편이 한 장의 그림으로 추억 속에 놀고 있네. - 월간 《우리詩》2021. 12월호.

난의 기원

난蘭의 기원 洪 海 里 난은 하늘에 사는 새였거니 해오라비 갈매기 방울새 제비였거니 어쩌다 지상으로 추락했는가 하늘을 날다 지쳤는가 지상이 그리 그리웠는가 어찌 땅으로 내려왔는가 나무에 내려앉기도 하고 바위에 걸치기도 하고 땅으로 떨어지기도 했느니 날개는 꽃이 되고 발은 뿌리가 되고 몸은 잎이 되었느니 새들이 하늘에 쓴 시 땅에 내려 꽃이 되었다 난꽃은 새들이 쓴 시가 아닌가 새들이 추는 푸른 춤이 아닌가 새들이 부르는 노래가 아닌가! - 월간 《우리詩》 2021.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