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두근두근 두근두근 洪 海 里 한 편의 시는 푸른 느낌표 그대의 가슴에 정성 다해 마지막으로 찍는 내 마음의 종지부. 하늘 키스 파란 하늘에 그림을 그린 듯 연인의 달콤한 한때를 아름답게 표현했네요. 찬 바람이 불어올수록 연인은 더욱 가까워지고, ‘싱글’의 옆구리는 콕콕 시려오겠죠. ―울..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19.11.12
뭣 하는 짓인지 뭣 하는 짓인지 洪 海 里 팔십 년 살다 보니 정말 내가 뭘 하고 있는가 생각이 멀고 이걸 하면서도 그런가 하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또 그런가 하다 보니 한평생이 다 새 버렸다. 한겨울 참나무 우듬지 당당한 겨우살이처럼 남은 나의 겨우살이도 푸른 성채의 삶이기를. 네온사인 고속도로..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19.11.08
난의 기원 난蘭의 기원 洪 海 里 난은 하늘에 사는 새였거니 해오라비 갈매기 방울새 제비였거니 어쩌다 지상으로 추락했는가 하늘을 날다 지쳤는가 지상이 그리 그리웠는가 어찌 땅으로 내려왔는가 나무에 내려앉기도 하고 바위에 걸치기도 하고 땅으로 떨어지기도 했느니 날개는 꽃이 되고 발은 뿌리가 되고 몸은 잎이 되었느니 새들이 하늘에 쓴 시 땅에 내려 꽃이 되었다 난꽃은 새들이 쓴 시가 아닌가 새들이 추는 푸른 춤이 아닌가 새들이 부르는 노래가 아닌가! - 월간 《우리詩》 2021. 12월호.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19.10.09
시인의 말 <시작 노트> 나에게 하는 말 1. 시 한 편으로 평생 시인이 있다 천 편의 시를 쓰는 시인도 있다 한 편만 바라보고 사는 것은 시인이 아니다 항상 깨어 있는 것이 바른 시인이다 해마다 명편이 태어나기도 한다 태작만 태질치다 한살이를 끝내는 이도 있다 일평생을 한 해로, 아니면 일년..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19.10.05
늦가을 풍경 늦가을 풍경 洪 海 里 1 늦가을 이슬아침 홀로 가는 이 막막한 슬픔 같은 푸르른 하늘 2 더 못 줘서 미안한 늙은 어머니 멈칫멈칫 떠나는 못난 자식들 참새 잡는 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추수철입니다. 농민들이 참새를 쫓기 위해 가짜 매를 설치해 놓았네요. 허수아비를 우습게 보는 참새에게도 효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강원 원주시에서 -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동아일보 2019. 11. 01.)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19.10.04
만첩홍매萬疊紅梅 만첩홍매萬疊紅梅 洪 海 里 겨울 한파 지나 꽃망울을 터뜨린 만첩백매가 만 겹의 홍매가 될 때까지 산 넘고 강 건너 바다 끝까지 흐르고 흐르다가 너 하나 내 마음에 새기고 새기면서 둥근 달 하나 만리장성 위에 걸어 놓으마 사랑아 이승의 무량한 사랑아 울다 울다 목이 쉬어서 붉고 붉은 꽃으로 피어나거라!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19.09.06
어미의 마음 어미의 마음 洪 海 里 조심, 조심, 걸어라 꽃 밟을라 떨어진 꽃은 다시 한 번 지상을 밝히는 등불이어서, 귀먹고 눈멀어도 네 세상 환한 꽃밭일러니 조심조심 걸어라 가는 길 어두울라 어미의 마음! 자전거와 우체통 오랜 시간이 지났나 봅니다. 여기저기 녹슨 자전거 위로 넝쿨이 드리웠..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19.08.14
뒷모습 뒷모습 洪 海 里 가는 이는 등으로 말하고 어깨로 울며 간다 그걸 보고 꽃들이 파안대소 나무들 박장대소 오고 가는 게 뭐라고 울며 간단 말인가 뒷모습 보고 있는 이 어쩌라고 어찌하라고! 털모자-마스크 너머로 봄 내음이! <안과 밖> 18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의류매장 앞을 두꺼운 ..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19.08.12
그녀 흔들다 가다 그녀 흔들다 가다 洪 海 里 한 바람 일으키던여름 한철이 한평생이었다 화장은 다 지워지고민낯을 드러낸 채살은 이미 흐물흐물해지고뼈마디마다 골다공증으로 삐걱거린다 설미쳤는지 실실대며힘 없는 하품만 뱉고 아무리 흔들어 대도바람을 피우지 못한다 청춘의 한때는 가고쿨럭쿨럭 헛기침만 뱉어내다풍력이 다해 이냥 헐떡이고 있다. 나이 겨우 한 살인데아무리 흔들어 대도바람은 나지 않고쿨럭쿨럭 기침만 온몸으로 뱉고 있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19.08.02
길을 널다 길을 널다 洪 海 里 갈 때가 되면 갈 데로 가고 올 때가 오면 올 데로 오는 길 위의 삶은 길을 버리는 것 길이 없어야 찾아오는 삶 남편 그늘 십 리를 가고 아내 빛은 백 리를 가는 사랑이라는 아픔 아픔을 지닌 사랑 아픔의 흔적은 아름답다 말귀를 잡지 못하고 어둠 속을 헤맬 때 말은 이미 천리 밖으로 달아나 버린다 - 월간 《우리詩》 2021. 12월호.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19.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