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122

대금산조

* 2009 '三角山丹楓詩祭'에서 대금을 연주하는 운파 송성묵 명창(2009. 10. 25.) * 2019. 5. 10. 출판기념모임에서 '대금산조' 낭독. 대금산조 - 耘波 송성묵 명창의 연주를 듣고 洪 海 里 쌍골대 마디마디 구멍을 뚫어 여섯 개의 지공을 파고 청공 하나 칠성공 두 개 아홉 구멍이 취공의 호흡 따라 현현묘묘 울리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땅바닥에 좌정하고 젓대를 잡자 유구한 시간이 멎고 무변한 공간이 사라진다 천지간 적멸의 순간 사위가 태산처럼 고요하다. 드디어 취공에 혼을 불어넣자 안개가 울기 시작한다 어둠이 일어서고 고요가 꿈틀댄다 태산에서 샘이 솟는다 이승이 저승 저승이 이승 온몸의 피가 탄다 땅 속에서 용암이 분출하고 천지가 진동한다. 갑자기 끊어질 듯 이어지는 한 ..

비밀

비밀 洪 海 里 그 여자 귀에 들어가면 세상이 다 아는 건 시간문제다 조심하라 네 입을 조심하라 그녀의 입은 가볍고 싸다 무겁고 비싼 네 입도 별수없지만 혼자 알고 있기엔 아깝다고 입이 근지럽다고 허투루 발설 마라 말끝에 말이 난다 네 말 한 마리가 만의 말을 끌고 날아간다 말이란 다산성이라 새끼를 많이 낳는다 그 여자 귀엔 천 마리 파발마가 달리고 있다 말은 발이 없어 빨리 달린다, 아니, 난다 그러니 남의 말은 함부로덤부로 타지 마라 말발굽에 밟히면 그냥 가는 수가 있다 그 여자 귓속에는 세상의 귀가 다 들어 있다 그 여자 귀는 천 개의 나발이다 그녀는 늘 나발을 불며 날아다닌다 한번, 그녀의 귀에 들어가 보라 새끼 낳은 늙은 암퇘지 걸근거리듯 그녀는 비밀肥蜜을 먹고 비밀秘密을 까는 촉새다 '이건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