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醬을 읽다 장醬을 읽다 洪 海 里 그녀는 온몸이 자궁이다 정월에 잉태한 자식 소금물 양수에 품고 장독대 한가운데 자릴 잡으면 늘 그 자리 그대로일 뿐---, 볕 좋은 한낮 해를 만나 사랑을 익히고 삶의 갈피마다 반짝이는 기쁨을 위해 청솔 홍옥의 금빛 관을 두른 채 정성 다해 몸 관리를 하면 인내..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9.01.03
시간과 죽음 * 김성로作 . 내게로 가는 길. 80x80cm, 캔버스 위에 아크릴. 2011 시간과 죽음 시 : 洪海里 그림 : 김성로 철커덕, 시간과 죽음의 문이 닫히고 빛도 소리도 완전히 차단되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어딘가로 한없이 떨어져 내렸다 걱정의 눈빛들이 잠시 마주치다 돌아선 후 드디어 이승의 경계..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9.01.03
대금산조 * 2009 '三角山丹楓詩祭'에서 대금을 연주하는 운파 송성묵 명창(2009. 10. 25.) * 2019. 5. 10. 출판기념모임에서 '대금산조' 낭독. 대금산조 - 耘波 송성묵 명창의 연주를 듣고 洪 海 里 쌍골대 마디마디 구멍을 뚫어 여섯 개의 지공을 파고 청공 하나 칠성공 두 개 아홉 구멍이 취공의 호흡 따라 현현묘묘 울리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땅바닥에 좌정하고 젓대를 잡자 유구한 시간이 멎고 무변한 공간이 사라진다 천지간 적멸의 순간 사위가 태산처럼 고요하다. 드디어 취공에 혼을 불어넣자 안개가 울기 시작한다 어둠이 일어서고 고요가 꿈틀댄다 태산에서 샘이 솟는다 이승이 저승 저승이 이승 온몸의 피가 탄다 땅 속에서 용암이 분출하고 천지가 진동한다. 갑자기 끊어질 듯 이어지는 한 ..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9.01.03
세이천행 세이천행洗耳泉行 洪 海 里 상을 받는 건 좋은 일인가? 상을 타는 건 신나는 일인가? 상을 타고 받는 상상은 즐겁고 행복한 일인가? 상을 타도록 누가 추천하겠다고 합니다 나는 상을 받을 만한 작품을 쓴 적도 없습니다 상을 탈 만한 인물도 못 됩니다 그런데 누구누구한테 빨리 시집을 ..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9.01.03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洪 海 里 ‘사랑밖에 난 몰라~~~’ 심수봉이 울고 있다 사랑을 안다는 말인지 모른다는 것인지 사랑 밖에 무엇이 있는가 사랑에 앉아 내다봐도 사랑은 보이지 않고 토란잎 옆자리 호박꽃이 피었다 길이 끊겨 꺽정이놈 같은 호박벌은 오지도 않고 잔술집 나이 든 주모 애호박전 ..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9.01.03
종이 있는 풍경 종鐘이 있는 풍경 洪 海 里 1 종은 혼자서 울지 않는다 종은 스스로 울지 않고 맞을수록 맑고 고운 소리를 짓는다 종鐘은 소리가 부리는 종 울림의 몸, 소리의 자궁 소리는 떨며 가명가명 길을 지우고 금빛으로 퍼지는 울림을 낳는다 2 종은 맞을수록 뜨거운 몸으로 운다 나의 귀는 종 소리..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9.01.03
비밀 비밀 洪 海 里 그 여자 귀에 들어가면 세상이 다 아는 건 시간문제다 조심하라 네 입을 조심하라 그녀의 입은 가볍고 싸다 무겁고 비싼 네 입도 별수없지만 혼자 알고 있기엔 아깝다고 입이 근지럽다고 허투루 발설 마라 말끝에 말이 난다 네 말 한 마리가 만의 말을 끌고 날아간다 말이란 다산성이라 새끼를 많이 낳는다 그 여자 귀엔 천 마리 파발마가 달리고 있다 말은 발이 없어 빨리 달린다, 아니, 난다 그러니 남의 말은 함부로덤부로 타지 마라 말발굽에 밟히면 그냥 가는 수가 있다 그 여자 귓속에는 세상의 귀가 다 들어 있다 그 여자 귀는 천 개의 나발이다 그녀는 늘 나발을 불며 날아다닌다 한번, 그녀의 귀에 들어가 보라 새끼 낳은 늙은 암퇘지 걸근거리듯 그녀는 비밀肥蜜을 먹고 비밀秘密을 까는 촉새다 '이건 너..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9.01.02
추억, 지다 추억, 지다 洪 海 里 한여름 다 해질녘 봉숭아 꽃물을 들인다 꽃을 따 누이의 손톱마다 고운 물을 들인다 이쁜 반달손톱 속에는 벌써 첫눈이 내린다 매미 소리 한철 같은 누이의 첫사랑이 내린다 추억이 짓는 아스라한 한숨소리 손톱 속으로 스며들고 손가락 꼭꼭 싸맨 그리움이 추억추억..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9.01.01
옥매원玉梅園의 밤 옥매원玉梅園의 밤 洪 海 里 수천수만 개의 꽃등을 단 매화나무가 날리는 香이 지어 놓은 그늘 아래 꽃잎 띄운 술잔에 열이레 둥근 달도 살그머니 내려와 꽃잎을 타고 앉아 술에 젖는데, 꽃을 감싸고 도는 달빛의 피리 소리에 봄밤이 짧아 꽃 속의 긴 머리 땋아내린 노랑 저고리의 소녀가 ..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9.01.01
다시 시를 찾다 다시 시詩를 찾다 洪 海 里 물속으로 내리박았던 물총새, 나뭇가지에 앉아, 잠시, 진저리치듯. 온몸을 폭탄으로 또다시, 물속에 뛰어들기 위하여 물속을 들여다보듯.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 물속으로 온몸을 폭탄처럼 내던지는 “물총새”의 모습에서 우리는 언어로 표현..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9.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