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꽃에게 묻다 지는 꽃에게 묻다 洪 海 里 지는 게 아쉽다고 꽃대궁에 매달리지 마라 고개 뚝뚝 꺾어 그냥 떨어지는 꽃도 있잖니 지지 않는 꽃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피어나 과거로 가는 길 그리 가까웁게 끌고 가나니 너와의 거리가 멀어 더욱 잘 보이는 것이냐 먼 별빛도 짜장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이냐. - 시집『봄, 벼락치다』(우리글, 2006)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8.12.29
난초꽃 한 송이 벌다 난초꽃 한 송이 벌다 洪 海 里 처서가 찾아왔습니다 그대가 반생을 비운 자리에 난초 꽃 한 송이 소리없이 날아와 가득히 피어납니다 많은 세월을 버리고 버린 물소리 고요 속에 소심素心 한 송 이 속살빛으로 속살대며 피어납니다 청산가리 한 덩이 가슴에 품고 밤새도록 달려간다 한들 ..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8.12.29
마시는 밥 - 막걸리 마시는 밥 - 막걸리 洪 海 里 막걸리는 밥이다 논두렁 밭두렁에 앉아 하늘 보며 마시던 밥이다 물밥! 사랑으로 마시고 눈물로 안주하는 한숨으로 마시고 절망으로 입을 닦던 막걸리는 밥이다 마시는 밥! - 시집『투명한 슬픔』(1996, 작가정신) 다음 포토샵 한국 웃음운동본부 익산 지부 막걸리 - 洪海里 시인님의「마시는 밥」을 읽고 김세형 그 여자에겐 난 언제나 배고픈 아가에 불과했다. 내가 칭얼칭얼 보채면 여자는 내게 늘 자신의 젖을 짜 주었다. 뽀얀 '물밥'*, 여자는 내가 고프다 보채면 늘 자신의 그 물밥을 먹이곤 했다. 그때마다 난 배는 불렀으나 고프긴 늘 매한가지였다 그게 여자가 내게 준 사랑의 전부였다. 난 그 물밥에 취해 옹알옹알, 옹알이를 해댔다. 그러면 여자는 귀엽다고 내 얼굴을 바라보며 깍..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8.12.28
해당화 해당화 洪 海 里 그해 여름 산사에서 만난 쬐끄마한 계집애귓불까지 빠알갛게 물든 계집애절집 해우소 지붕 아래로해는 뉘엿 떨어지고헐떡이는 곡두만 어른거렸지저녁바람이조용한 절마당을 쓸고 있을 때발갛게 물든 풍경소리파·르·르·파·르·르 흩어지고 있었지진흙 세상 속으로 환속하고 있었지. - 시집『투명한 슬픔』(1996) * 사랑은 어쩌면 음악일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시 속으로 흐르는 음악. 우주 만물의 지음과 돌아섬은 물결에 따라 이루어지는 소리의 향연. 그 소리의 향을 따라가다 보면 해당화는 분명 쬐끄마한 계집애다. 단 한 번도 해당화를 실물로 대하진 못했지만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해당화가 눈 안에 선연하다. 색은 발갛고 꽃잎은 얇아서 “파·르·르 파·르·르” 흩어지는 바람을 닮았겠다..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8.12.28
무교동武橋洞 ·15 무교동武橋洞 ·15 洪 海 里 대한민국의 자궁 서울의 클리토리스. 하늘로부터 낙낙히 나부끼는 천의 만의 꽃잎들 하늘의 하얀 깃발들 푸른 목덜미를 내놓은 채 낮의 미로를 헤매이다 밤의 절벽으로 음산한 침묵을 깨며 내려 앉는다 내려 앉는다 창백한 웃음소리들. 잠자리 날개같은 하루..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8.12.28
무교동武橋洞 · 1 무교동武橋洞 · 1 洪 海 里 빛나는 물, 빛인 물, 너 물이여 별인 물, 달인 물, 바람인 물, 불인 물, 무의미의 물이여 아득한 심장에 타는 불의 찬란한 불꽃이 잠들 때까지. 안개 속에서 누가 신방을 차리고 하염없음과 입맞추고 있다 바다에 익사한 30대 사내들 일어서는 손마다 별이 떨어지..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8.12.28
산벚나무 꽃잎 다 날리고 산벚나무 꽃잎 다 날리고 - 은적암隱寂庵에서 洪 海 里 꽃 피며 피는 이파리도 연하고 고와라 때가 되면 자는 바람에도 봄비처럼 내리는 엷은 붉은빛 꽃이파리 이파리여 잠깐 머물던 자리 버리고 하릴없이, 혹은 홀연히 오리나무 사이사이로 하르르하르르 내리는 산골짜기 암자터 기왕 ..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8.12.28
비백飛白 비백飛白 洪 海 里 그의 글씨를 보면 폭포가 쏟아진다 물소리가 푸르다 언제 터질지 모를 불발탄이 숨겨져 있다 한켠 텅 빈 공간 마음이 비워지고 바람소리 들린다 펑! 터지는 폭발소리에 멈칫 눈길이 멎자 하얀 눈길이 펼쳐진다 날아가던 새들도 행렬을 바꾸어 끼룩대면서 글씨 속에 묻..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8.12.28
상사화相思花 상사화相思花 洪 海 里 내가마음을 비워네게로 가듯너도몸 버리고마음만으로내게로 오라너는내 자리를 비우고나는네 자리를 채우자오명가명만나지 못하는 것은우리가 가는 길이 하나이기 때문마음의 끝이 지고산그늘 강물에 잠기우듯그리움은넘쳐 넘쳐 길을 끊나니저문저문 저무는 강가에서보라저 물이 울며 가는 곳멀고 먼 지름길 따라곤비한 영혼 하나낯설게 떠도는 것을! - 시집『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위도상사화, 희생-배려로 하나되는‘사랑’ 노 점 홍(부안군 부군수) 2015년 08월 27일 (목) PSUN@sjbnews.com ‘내가/ 마음을 비..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8.12.28
계영배戒盈杯 계영배戒盈杯 洪 海 里 속정 깊은 사람 가슴속 따르고 따루어도 가득 차지 않는 잔 하나 감춰 두고 한마悍馬 한 마리 잡아타고 먼 길 같이 떠나고 싶네 마음 딴 데 두지 마라, 산들라 세상에 가장 따순 네 입술 같이나 한잔 술이 내 영혼을 데우는 것은, 불꽃으로 타오르는 그리움처럼 줄지..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8.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