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122

지는 꽃에게 묻다

지는 꽃에게 묻다 洪 海 里 지는 게 아쉽다고 꽃대궁에 매달리지 마라 고개 뚝뚝 꺾어 그냥 떨어지는 꽃도 있잖니 지지 않는 꽃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피어나 과거로 가는 길 그리 가까웁게 끌고 가나니 너와의 거리가 멀어 더욱 잘 보이는 것이냐 먼 별빛도 짜장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이냐. - 시집『봄, 벼락치다』(우리글, 2006)

마시는 밥 - 막걸리

마시는 밥 - 막걸리 洪 海 里 막걸리는 밥이다 논두렁 밭두렁에 앉아 하늘 보며 마시던 밥이다 물밥! 사랑으로 마시고 눈물로 안주하는 한숨으로 마시고 절망으로 입을 닦던 막걸리는 밥이다 마시는 밥! - 시집『투명한 슬픔』(1996, 작가정신) 다음 포토샵 한국 웃음운동본부 익산 지부 막걸리 - 洪海里 시인님의「마시는 밥」을 읽고 김세형 그 여자에겐 난 언제나 배고픈 아가에 불과했다. 내가 칭얼칭얼 보채면 여자는 내게 늘 자신의 젖을 짜 주었다. 뽀얀 '물밥'*, 여자는 내가 고프다 보채면 늘 자신의 그 물밥을 먹이곤 했다. 그때마다 난 배는 불렀으나 고프긴 늘 매한가지였다 그게 여자가 내게 준 사랑의 전부였다. 난 그 물밥에 취해 옹알옹알, 옹알이를 해댔다. 그러면 여자는 귀엽다고 내 얼굴을 바라보며 깍..

해당화

해당화   洪 海 里      그해 여름 산사에서 만난 쬐끄마한 계집애귓불까지 빠알갛게 물든 계집애절집 해우소 지붕 아래로해는 뉘엿 떨어지고헐떡이는 곡두만 어른거렸지저녁바람이조용한 절마당을 쓸고 있을 때발갛게 물든 풍경소리파·르·르·파·르·르 흩어지고 있었지진흙 세상 속으로 환속하고 있었지. - 시집『투명한 슬픔』(1996)    * 사랑은 어쩌면 음악일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시 속으로 흐르는 음악. 우주 만물의 지음과 돌아섬은 물결에 따라 이루어지는 소리의 향연. 그 소리의 향을 따라가다 보면 해당화는 분명 쬐끄마한 계집애다. 단 한 번도 해당화를 실물로 대하진 못했지만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해당화가 눈 안에 선연하다. 색은 발갛고 꽃잎은 얇아서 “파·르·르 파·르·르” 흩어지는 바람을 닮았겠다..

상사화相思花

상사화相思花 洪 海 里   내가마음을 비워네게로 가듯너도몸 버리고마음만으로내게로 오라너는내 자리를 비우고나는네 자리를 채우자오명가명만나지 못하는 것은우리가 가는 길이 하나이기 때문마음의 끝이 지고산그늘 강물에 잠기우듯그리움은넘쳐 넘쳐 길을 끊나니저문저문 저무는 강가에서보라저 물이 울며 가는 곳멀고 먼 지름길 따라곤비한 영혼 하나낯설게 떠도는 것을! - 시집『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위도상사화, 희생-배려로 하나되는‘사랑’ 노 점 홍(부안군 부군수)  2015년 08월 27일 (목) PSUN@sjbnews.com   ‘내가/ 마음을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