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신아리랑 신아리랑 洪 海 里 정이란 무이자 할부처럼 치사한 것 정을 쏟을 때는 장미꽃 무더기로 피어났지 한때는 정을 통하고 이제는 정을 뗀다 정 각각 흉 각각일 때는 널 잡고 울었지 장미꽃은 아직도 담담하게 피고 있는데 너는 아무 저항 없이 일시불로 떠나가고 너무 빨리 마이너스 통장이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3.01.03
<시> 얼음폭포 얼음폭포洪 海 里천년을 소리쳐도 알아듣는 이 없어 하얗게 목이 쉰 폭포는 내리쏟는 한 정신으로 마침내 얼어붙어 바보 경전이 되었다. -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2016, 도서출판 움) - 월간《우리詩》2014. 1월호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2.12.12
<시> 가랑잎 가랑잎 洪 海 里 가랑잎은 바람에 몰리는 것이 싫다 가랑잎은 한구석에 모여 끼리끼리 잠이 든다 찬바람에 내몰리는 삶 고향을 떠날 때부터 정처 없는 몸이었다 어디 뿌릴 내릴 힘도 없어 단지 밀리다 부려지는 삶 가랑가랑 잠 못 드는 소리 오늘 밤도 바스락바스락 바람이 지나가고 있다..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2.12.07
<시> 적막을 위하여 적막을 위하여 - 秀然에게 洪 海 里 불알 두 쪽 사내도 못 되어서 눈도 가려진 무거운 길목에서 너는 홀로 고요해지려는 것이냐 더욱 환해지는 달빛을 보려거든 출렁이는 무덤 같은 너의 두 유방 슬픔으로 몸을 입는 한때가 있었거니 저 밝은 죄, 환한 죄 같은 것으로 너는 열병처럼, 염병..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2.09.26
<시> 거미줄 거미줄 洪 海 里 거미줄은 고무줄이 아니라 거미가 허공에 이룩한 제국의 영토. 추상적이지만 기하학을 전공한 건축기사의 집 신을 거부한 폭력의 집 우주 통신을 하는 비밀 안테나를 달고 있는 집 기차가 은하까지 달리는 무한 궤도를 가진 집 문만 있는 무작정 기다리는 집 하늘이 보이..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2.08.27
<시> 처서處暑 처서處暑 洪 海 里 풀벌레 소리 투명하여 귀그물[耳網]에 걸리지 않는다. 왜 그런가 귀 기울여 들어보니, '무소유無所有란 소유한 것이 없음이 아니라 "무無"라는 가장 큰 것을 소유함이니 가장 작은 것이 가장 큰 것인 것처럼 유有와 무無는 하나니라' 하고 풀어내는 것이었다. 그러니 속..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2.08.14
<시> 구멍 구멍 洪海里 호수가 꽝꽝 얼어붙어도 한 옆엔 얼지 않는 구멍이 있다 물고기들 숨 막힐까 봐 발딱발딱 숨쉬는 구멍이 있다. -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 중앙뉴스 2016. 8. 16. 구멍! 우리말 중에 ‘구멍,이라는 단어처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 또 있을까..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2.04.02
<시> 대나무론 대나무론 洪 海 里 땅속의 一자 뿌리가 벋어나가며 지상으로 ㅣ자 몸을 올려 대나무는 ㅗ자 상징을 짓는다 비 온 다음날 사무치게 솟구치는 푸른 울력 고고呱呱를 내지를 새도 없다 뿌리줄기가 마디방을 만들면서 옆으로 길 때 지상에선 한 층 한 층 마디탑을 쌓고 천년과 찰나를 품어 지..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2.01.15
<시> 동지冬至 동지冬至 洪 海 里 예까지 허영허영 허투루 보낸 세월이었습니다. 가장 짧은 낮에서 가장 먼 밤으로 출발합니다. 가슴속 쌓였던 어둠도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팥죽 속 남은 새알심을 하나하나 세어 봅니다.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 그림은 http://cafe.daum.ne..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1.12.19
<시> 가을 수채화 가을 수채화 洪 海 里 가을 햇빛은 잘 벼린 사내의 칼날처럼 빛난다. 가을비는 버림받은 계집의 짜장면처럼 운다. 가을바람은 노란 볏논에서 금계랍처럼 분다. 가을 하늘은 솔개처럼 느긋하게 높고 푸르다.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2011.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