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물폭탄 洪 海 里 물이라도 마음껏 마시라고 밤새도록 물폭탄을 퍼부신다 물이나 마시고 물처럼 살라고 하느님은 참말로 인심도 좋아! 21년만에 한탄천 범람, 물바다 된 철원 마을 5일 폭우로 강원 철원 지역에서 한탄강의 지류인 한탄천이 범람해 동송읍 이길리 일대 등이 침수됐다. 한탄천 범람은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인근 마을들이 물에 잠기며 주민 78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철원=뉴스1 (동아일보 2020.08. 06.)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8.06
야행성 집중 호우 야행성 집중 호우 洪 海 里 하느님의 곳간이 텅텅 비었는지 쓰잘데기 없는 것들까지 몽땅, 깨끗하게 쓸어 가시는가 그래도 부끄러운 걸 아시는지 한밤중 잠든 새 아무도 모르게!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8.05
기청제祈晴祭 기청제祈晴祭 洪 海 里 살아 있어 사람이니눈물 젖은 미소가 어찌 없으랴 내가 고요하지 못하니하늘이 맑고호수가 잔잔할 리 있겠는가 머릿속이 흑과 백,때로는 까매서 하나도 보이지 않고어느 땐 하얘서 아무것도 없는 듯 텅 비어 있는 세상이라지만할 수 있는 일이 없는사람이라는 이름의 허망함이여 하늘이 개고 세상이 맑기를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하늘이여 하늘이여 비노니!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8.02
치자꽃 시들다 치자꽃 시들다 洪 海 里 푸르도록 시리던 내 영혼도 어느 날 홀연히 시들어 버렸다 누렇게 변한 초라한 몰골 가지 끝에서 떨어질 일만 남았다 여름날은 이렇게 가고 마는가 * 치자꽃 : 코리아플러스(2020.07.27.)에서 옮김.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7.28
호박꽃 피다 호박꽃 피다 洪 海 里 호박꽃 보려고 호박씨를 심었더니, 주인의 심사를 어찌 알고 수꽃만 대고 피어난다. 암꽃이 피어야 호박이 열릴 텐데 올해 호박씨 까기는 영 글렀으니, 꽃이나 실컷 보라고 수꽃만 피니 꽃구경이나 하면서 여름을 나자 열음 말고 여 · 름 · 여 · 름 · !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7.26
단맛 단맛 洪 海 里 세상에 가장 단 것은 죄의 맛이다 죄짓는 재미 얼마나 달면 날이 날마다 신문 방송마다 그리 요란할까 모자 눌러 쓰고 고개 푹 숙인 뻔뻔한 얼굴들이 줄을 잇는다 '죄지은 놈 옆에 있다 벼락 맞는다.'는데 왜 죄는 어두워 보이지 않는가? - 월간 《우리詩》(2020. 11월호). 부엉이라도 길러야 할 것인가? * 홍철희 님의 페북에서 옮김.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7.19
시인의 말 시인의 말 洪 海 里 시의 노예는 되지 말 일이다 삶의 찌꺼기 같은 시라면 쓰지 말 일이다 빈손 털고 나면 시가 보일 것이니 시가 코 고는 날까지 금빛 날개로 하늘바다를 건너거라 제발 시의 구속은 받지 말거라.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7.17
왜? 왜? 洪 海 里 생각은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도 입에선 "귀찮다, 귀찮다!" 하다 보니 왜? 왜인가? 괜찮다가 귀찮다인가 귀찮다가 괜찮다인가.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7.17
무너지는 사내들 무너지는 사내들 洪 海 里 정상이 바로 저긴데 바라다보다, 올려다보다 무너지는 사내들. 젖은 꽃 밟고 넘어져 미끄러져 내리다, 만년설 속에 묻혀 얼음미라가 되는 사내들. ************************* 코가 길어질 판 홍진환 기자 입력 2020-07-16 정직과 양심이 실종된 세상. 높은 곳에 앉은 피노키오가 거짓말쟁이들을 내려다보며 생각합니다. ‘코가 길어지면 부끄러움을 조금이나마 느낄까요?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에서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동아일보 2020. 07. 16.)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