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408

윤년

윤년 洪 海 里 그냥 잘까 하다 그래도 살아 있다고 거친 풀을 씹는다 나도 자살을 할까 하다 그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닌 위대한 일인데 하는 생각에 멈칫하네 부엉이가 부흥부흥 울고 갈매기가 끼룩끼룩 소쩍새가 솥 적다 우는데 다음엔 참새들이 짹짹거릴까 먹먹한 비가 내린다 막막하게 나를 덮친다 음력 오월 스무이틀 뭉클 가슴이 차다.

석양의 부부

석양 洪 海 里  임자,사랑하오! 사랑해요,여보! * 석양의 부부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석양 아래 노부부가 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오랜 시간 옆에서 바라본 사람이기에 편안해 보입니다.평소 소중함을 잘 못 느끼지만 늘 옆자리를 지켜주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해 보면 어떨까요?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동아일보 2020. 06. 10.)

우이동천牛耳洞天

우이동천牛耳洞天 洪海里  어서 일어나라고이른 새벽 꾀꼬리 울고조금 있다아침 준비에 바쁜까막딱따구리따악 딱 따르르르르도마를 두들겨 댄다그  소리 따라 검은등뻐꾸기 인생 정말 별것 없다그래 맞아 네 말 맞아네 박자로 울고 있네한평생 그게 그거네 멋대로 살다 가라눈치 볼 것 하나 없다네 뜻대로 살다 가라네 박자 내 박자우이동천 우리 동천. - 월간 《우리詩》(2020. 11월호).

윤년 윤사월

윤년 윤사월  洪 海 里  잡신들 모두 쉬니액이 없는 해요두려울 게 없는 달무엇을 해도 무탈한공달이요 덤달이니, 네 가는 곳 어딘들꽃이 피지 않으랴길이 보이지 않는 봄날이나내 하는 일 어느 것인들새가 노래하지 않으랴.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맛보세요”                       27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와인코너에서 모델들이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라 마르카 프로세코’의 최상급 라인 ‘라 마르카 루미노레’를 소개하고 있다. 뉴시스.                        - 동아일보 2020. 0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