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년 윤년 洪 海 里 그냥 잘까 하다 그래도 살아 있다고 거친 풀을 씹는다 나도 자살을 할까 하다 그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닌 위대한 일인데 하는 생각에 멈칫하네 부엉이가 부흥부흥 울고 갈매기가 끼룩끼룩 소쩍새가 솥 적다 우는데 다음엔 참새들이 짹짹거릴까 먹먹한 비가 내린다 막막하게 나를 덮친다 음력 오월 스무이틀 뭉클 가슴이 차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7.12
나팔꽃 나팔꽃 洪 海 里 한평생 산다는 게 결국은 혼자 가는 것 혼자서 흥얼흥얼 흔들리다 울며 가는 것 아무도 모르게 꺼이꺽꺽 울다 가는 것 혼자 운다고 누가 아는가 홀로 간다고 누가 아는가 한평생 혼자 울다 홀로 떠나가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7.12
호박꽃 호박꽃 洪 海 里 수꽃 먼저 피어 등 밝혀 걸고암꽃 피어 오길 기다리느니, 꽃도 저렇거늘 하물며 사람이야! 서로 껴안고울어 보지도 못해도, 눈물이 뭔지통곡이 뭔지알지 못해도알지 못해도!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7.06
작두콩[刀豆]sword bean 작두콩 洪 海 里 꽃이 피어도 소용없다 비가 오니벌 나비가 날아오지 않는다 아무리 작두라도 별수 없다 환하게 피었던 꽃누렇게 지고 만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6.29
백야白夜 백야白夜 洪 海 里 네 생각으로 해가 지지 않아머릿속이 하얗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귀를 모아도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림자도 사라졌다 방향을 잃은 나이 든 사내 막막히 막막히 가고 있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6.24
석양의 부부 석양 洪 海 里 임자,사랑하오! 사랑해요,여보! * 석양의 부부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석양 아래 노부부가 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오랜 시간 옆에서 바라본 사람이기에 편안해 보입니다.평소 소중함을 잘 못 느끼지만 늘 옆자리를 지켜주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해 보면 어떨까요?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동아일보 2020. 06. 10.)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6.10
돌알[石卵] 돌알[石卵] 洪 海 里 그의 시는 늘 목이 마르다그의 詩는 늘 배가 고프다 비 오고 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봄 여름 가을 겨울 한 해가 가고겨울 봄 여름 가을이 와도 그의 시는 늘 배가 슬프다그의 詩는 늘 목이 아프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6.09
우이동천牛耳洞天 우이동천牛耳洞天 洪海里 어서 일어나라고이른 새벽 꾀꼬리 울고조금 있다아침 준비에 바쁜까막딱따구리따악 딱 따르르르르도마를 두들겨 댄다그 소리 따라 검은등뻐꾸기 인생 정말 별것 없다그래 맞아 네 말 맞아네 박자로 울고 있네한평생 그게 그거네 멋대로 살다 가라눈치 볼 것 하나 없다네 뜻대로 살다 가라네 박자 내 박자우이동천 우리 동천. - 월간 《우리詩》(2020. 11월호).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6.07
버릇 버릇 洪 海 里 마음이 추운 날엔똑바로 누워푸른 하늘을 안고, 그래도 등이 시리면너는 날 향해 길 떠나고, 네가 그리울 땐엎어져 누워햇볕을 쬐다, 그래도 보고프면널 찾아 여행에 나서리.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6.02
윤년 윤사월 윤년 윤사월 洪 海 里 잡신들 모두 쉬니액이 없는 해요두려울 게 없는 달무엇을 해도 무탈한공달이요 덤달이니, 네 가는 곳 어딘들꽃이 피지 않으랴길이 보이지 않는 봄날이나내 하는 일 어느 것인들새가 노래하지 않으랴.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맛보세요” 27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와인코너에서 모델들이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라 마르카 프로세코’의 최상급 라인 ‘라 마르카 루미노레’를 소개하고 있다. 뉴시스. - 동아일보 2020. 05. 28.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0.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