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개화 外 꽃詩 6편 개화開花 / 홍해리 바람 한 점 없는데 매화나무 풍경이 운다 아득한 경계를 넘어 가도가도 사막길 같은 날 물고기가 눈을 뜬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꽃 피는 소리에 놀라 허공에서 몸뚱이를 가만가만 흔들고 있다 꽃그늘에 앉아 술잔마다 꽃배를 띄우던 소인묵객騷人墨客들 마음 빼앗겨 잠시 주춤하..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10.01.04
<시> 그리움을 위하여 外 4편 그리움을 위하여 / 홍해리 서로 스쳐 지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너를 보고 불러도 들리지 않는 너를 허망한 이 거리에서 이 모래틈에서 창백한 이마를 날리고 섰는 너를 위하여, 그림자도 없이 흔들리며 돌아오는 오늘밤은 시를 쓸 것 만 같다 어두운 밤을 몇몇이 어우러져 막소주 몇 잔에 서 대문 네..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12.31
<시> 계영배戒盈杯 외 5편 계영배戒盈杯 / 홍해리 속정 깊은 사람 가슴속 따르고 따루어도 가득 차지 않는 잔 하나 감춰 두고 한마悍馬 한 마리 잡아 타고 먼 길 같이 떠나고 싶네 마음 딴 데 두지 마라, 산들라 세상에 가장 따순 네 입술 같이나 한잔 술이 내 영혼을 데우는 것은, 불꽃으로 타오르는 그리움처럼 줄지도 넘치지도 ..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12.25
<시화> 첫눈 外 4편 첫눈 / 홍해리 하늘에서 누가 피리를 부는지 그 소리가락 따라 앞뒷산이 무너지고 푸른빛 하늘까지 흔들면서 처음으로 처녀를 처리하고 있느니 캄캄한 목소리에 눌린 자들아 민주주의 같은 처녀의 하얀 눈물 그 설레이는 꽃이파리들이 모여 뼛속까지 하얀 꽃이 피었다 울음소리도 다 잠든 제일 곱고 ..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12.21
<시> 겨울 밤에 께어서 外 5편 겨울밤에 깨어서 / 홍해리 깊은 밤의 칠흑을 다 이겨서 전신으로 빚어내는 긴긴 밤을 갈증으로 출렁이는 해일같이 넘쳐나는 슬픔으로 빚어내는 가슴속 활활 지피는 열기 그 짙은 흙냄새로 빚어내는 아름답고 곧은 말씀 하나를 그대는 멀리 서서 바라만 보고 한 걸음 다가서면 두 발짝 물러서서 눈 감..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12.14
지는 꽃에게 묻다 外 5편 지는 꽃에게 묻다 / 홍해리 지는 게 아쉽다고 꽃대궁에 매달리지 마라 고개 뚝뚝 꺾어 그냥 떨어지는 꽃도 있잖니 지지 않는 꽃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피어나 과거로 가는 길 그리 가까웁게 끌고 가나니 너와의 거리가 멀어 더욱 잘 보이는 것이냐 먼 별빛도 짜장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이냐. 바다와 ..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12.11
<시> 억새 날다 外 4편 억새 날다 / 홍해리 웃는 걸까 우는 걸까 웃음이 울음 속으로 들어가고 울음이 웃음 밖으로 나오니 이승인지 저승인지 모를 일, 바람 따라 온몸을 흔들면서 때로는 허리 꺾어 몸을 뉘고 산이 떠나가도록 고함을 친다 그 소리에 문뜩 산이 지워진다 굽이치는 것은 은빛 강물 소린가 천파만파 파도 치는 ..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12.05
<시> 새벽 세 시 外 4편 새벽 세 시 / 홍해리 부르릉부릉 낡은 오토바이의 새벽 세 시 툭! 하고 내려앉는 신문의 새벽 세 시 매화나무 톡! 풍경 건드리는 새벽 세 시 우주가 화들짝 눈을 뜨는 새벽 세 시. 친구를 찾아서 / 홍해리 먼저 간 친구를 찾아 산을 오르는데 도랑가 물봉선화가 빨갛게 피어 개울개울 흘러내..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11.30
<시> 그리운 지옥 · 봄 外 3편 그리운 지옥 · 봄 / 홍해리 서방님! 하는 아주 고전적인 호칭으로 산문에 들어서는 발목을 잡아 세워서 삼각산 바람소린가 했더니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고 꽃 속의 부처님만 빙긋이 웃고 있네. -월간『우리詩』(2009. 5월호) 봄밤의 꿈 / 홍해리 백목련이 도란도란 달빛과 놀고 있고, ..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11.29
<시> 한 끼 식사 外 6편 한 끼 식사 / 홍해리 겨우내 이 나무 저 나무로 동가식서가숙하던 직박구리 한 쌍 매화꽃 피었다고 냉큼 찾아왔다 여름도 한겨울이던 50년대 물로 배를 채우던 시절 꿀꿀이죽은 꿀꿀대는 소리가 나긴 했지만 맛이야 꿀맛이 아니었던가 가지마다 사푼사푼 옮겨앉아 꽃치마 속에 뾰족한 부..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09.11.26